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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돈 - 포르투(Porto) 전투 2편 1808년 9월, 비메이로(Vimeiro) 전투에서 쥐노가 이끄는 프랑스군을 격파하고도 어이없는 신트라(Sintra) 협상으로 쥐노와 그의 군단을 안전하게 프랑스로 호송해보낸 사건 덕분에 영국으로 소환되었던 영국군 지휘관들 중 하나였던 웰슬리는, 그 협상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지휘권을 부여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웰슬리는 이베리아 반도로 돌아오기 위해 여기저기에 줄을 당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영국은 돈 들어가는 싸움질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과 영국 사이에 바다가 있고 로열 네이비가 그 위에 떠 있는 이상 당장 침공 받을 염려가 없는데, 구태여 위험한 유럽 대륙으로 기어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2018. 1. 27.
니콜라 1세의 헛된 꿈 - 포르투(Porto) 전투 1편 1809년 초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무어 경이 이끌던 영국 원정군을 대서양으로 쫓아낸 것으로 정리가 끝났다고 생각한 유럽의 서쪽 끝 포르투갈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장소는 포르투갈 북쪽의 항구 도시 포르투(Porto, 영어로는 Oporto)였습니다. 당시 영국 신사들의 정찬(dinner)에서 빠질 수 없는 마지막 코스였던 포트 와인(port wine)의 이름이 바로 이 도시 이름에서 나온 것일 정도로, 포르투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이자 대영국 와인 수출 창구로서 매우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당연히 포르투갈 침공을 노리던 술트의 프랑스 군단의 제1차 목표가 바로 이 도시였습니다. (포르투 항구는 큰 강인 도우루 Douro 강 하구에 위치합니다. 전통적으로 도우루.. 2018. 1. 21.
Space Oddity 가사 해설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 중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원제 :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월터 미티의 이중 생활)이라는 2013년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와 제목은 터버(James Thurber)라는 작가가 1939년에 발표한 동명 단편 소설에서 따온 것입니다만, 내용은 매우 다릅니다. 원작 소설은 그냥 백일몽에 자주 빠져 자신이 해군 조종사라든가 외과 의사라든가 하는 다른 인물이 되는 상상을 하는 월터 미티라는 평범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주인공 월터 미티가 자주 백일몽에 빠진다는 점만 따왔을 뿐, 유명 잡지인 라이프(Life) 지에서 사진 원판 관리를 하는 초라한 중년 독신 남자가 잡지사 폐간이라는 위기 속에서 겪는 모험과 그 .. 2018. 1. 17.
미국이 가상화폐 양성화에 나섰다고요 ? 전혀요. 방금 서울경제신문에서 '가상화폐 양성화 나선 미·러···동남아는 고강도 억제 지속'이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올린 것을 봤습니다. 기사의 핵심은 아래 부분입니다. ‘가상화폐 종주국’인 미국도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촘촘한 규제가 마련된다면 거래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재계인사들의 모임인 ‘워싱턴 경제클럽’에서 “가상화폐가 ‘현대판 스위스 은행 계좌’가 되도록 허용하면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주요20개국(G20)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과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불법행위를 감추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으로 규제 수위를 시사하면서 양성화된 거래는 허용할 것임을 표명한 셈이다. 아울러 미국은 현행법상 은행이 가상화폐 지갑 소유자의.. 2018. 1. 14.
기업 이윤을 위해 국민이 희생되는 것이 옳은가 ? - 코스트코 이야기 어제 "최저임금 7530원 되자 ‘시급 1만원’으로 올린 코스트코"라는 기사가 떴더군요. 그 기념으로 전에 썼던 글 재탕해서 올립니다. ------------------------------- 이번 글은 다소 뜬금없지만, 코스트코(Costco Wholesale)에 대한 저의 짧은 관찰입니다. 저는 한 10여 년 전부터 이 미국계 창고형 할인 매장의 회원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이게 있거든요. 여기서 파는 이런저런 색다른 외국산 먹거리도 좋습니다만, 무엇보다 싼 가격 때문에 여기를 애용합니다. 특히 여기 들릴 때마다, 우유와 베이글, 달걀과 치즈만 사가도 1년 연회비(3만5천원이던가...)는 뽑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중가와 비교할 때 매우 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형 할인매장의 주말 강제 휴업에 대해 뭐 나.. 2018. 1. 13.
교황과 무역 - 포르투갈의 전운 오스트리아 대사 슈바르첸베르크 대공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나폴레옹의 아들에게 바친 '로마 왕'(Roi de Rome)이라는 칭호는 단지 신성로마제국의 정통성을 나폴레옹에게 공치사로서만 넘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이미 로마는 나폴레옹의 손아귀에 넘어온 상태였습니다. 로마 및 그 주변은 원래 세속 군주로서의 로마 교황이 가지는 교황국(the Papal States)에 속하는 영토였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지배자 나폴레옹 눈 앞에는 고양이는 커녕 생쥐만도 못한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비오 7세(Pius VII)는 1804년 나폴레옹의 대관식에도 참석하는 등 나폴레옹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다 소용없었습니다. 이미 1809년 5월 17일, 나폴레옹은 빈에서 칙령을 내려 로마 교황의 세속 군주로.. 2018. 1. 7.
Ed Sheeran의 "The A Team" 가사 해석 - 마약과 월세 이야기 에드 쉬란(Ed Sheeran)은 "Shape of You"라는 곡으로 가장 잘 알려진 젊은 영국 가수입니다만, 세상에 이름을 알린 데뷔 곡은 "The A Team"이라는 포크 발라드입니다.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크림치즈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에드 쉬란이 감미롭고 경쾌하게 부른 이 노래는, 멜로디와는 달리 무척이나 암울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약에 중독된 젊은 매춘부의 이야기지요. 노래 제목이 "The A Team"인 것도 좋은 의미가 아니라 A급 마약, 즉 크랙 코카인(crack cocaine)에 중독된 사람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The A Team" 뮤비 중에서) 가사 중 '하지만 최근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무너져 내려요, 패스트리 껍질처럼요'라는 부분은 너무나 처절한 현실을 너무 아름답.. 2017. 12. 31.
에스토니아엔 법인세와 부동산 보유세가 제로라고 ? 매일경제에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헤드라인은 "매력적인 세제시스템..이익 배당때만 20% 과세, 상속세·부동산보유세도 없어 글로벌벤처자금 10년새 20배"라는 것입니다. http://v.media.daum.net/v/20171227172739005 기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래 내용이 핵심이겠지요. "에스토니아의 선택은 법인세율 '제로(0)'였다. 이익과 상관없이 투자에 쓰거나 쌓아두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상속·증여세와 부동산 보유세도 없다. 단 이익을 배당할 때만 20% 세율로 과세한다. 이는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에스토니아 정부 관계자는 "매력적인 세제 시스템을 구축해 외부 인력과 자본이 들어오고 창업과 고용이 늘어나면 국가도 더 부유해진다"면서 "이러.. 2017. 12. 30.
[재탕] 나폴레옹의 출세 과정 - 툴롱 (Toulon) 포위전 3줄 요약 : 1) 일단 기본 실력은 키우자 - 아주 탄탄히 키우자2) 인맥을 만들자 - 나폴레옹 같은 천재조차 인맥 없이는 아무 것도 될 수 없었다3) 가장 중요한 것은 '출세를 위한 집념과 의지'이다 - 주어진 일만 충실히 하면 충실한 하인이 될 뿐이다 시대가 위인을 만드는가 또는 위인이 시대를 만드는가 하는 것은 영원히 반복되는 떡밥이고, 예전에 '불멸의 이순신'을 연기했던 김명민 본좌는 '시대가 위인을 만드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도 있었지요. 제 생각에는 위인될 만한 인물이 시대를 잘 만나야 위인과 시대가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회를 만나도 사람 그릇이 그저 그렇다면 말짱 헛것이고 (저 같은 경우는 IMF와 리먼사태를 둘다 겪었습니다만 떼돈을 벌 이 두번의 기회에서 얻은 것이 아.. 2017. 12. 29.
Sia의 "Snowman" 가사 해석 - 눈사람 프로스티의 추억 제가 어릴 때 흑백 TV로 본 눈사람 관련 크리스마스 특집 만화 영화가 있었습니다. 하도 어릴 때 봐서 내용이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마법으로 생명을 얻은 눈사람이 결국 녹아서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나름 굉장히 슬픈 내용이라서 제가 어린 나이에 만화 영화 보면서 막 울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오늘 라디오를 듣다보니 처음 듣는 노래인데, 드문드문 귀에 들리는 가사가 왠지 그 만화 영화가 생각나는 내용이었습니다. 라디오 DJ가 Sia의 Snowman이라는 곡이라고 하길래, 곧장 구글링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내친 김에 그 중절모를 쓴 눈사람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제가 어린 시절 본 만화 영화의 제목은 'Frosty the Snowman'이고, 내용은 마법 중절모로 생명을 얻은 눈사람 프로스.. 2017. 12. 28.
빅토르 위고의 실수 ? - 6월에 먹는 굴 이야기 (코렝트 주점 앞에 바리케이드를 친 앙졸라와 그의 친구들)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작, 배경 1832년 파리 -------------------- 6월 5일 아침, 항상 같이 지내는 친구들인 레글과 졸리는 코렝트(Corinthe) 주점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졸리는 지독한 코감기가 걸려 코가 막힌 상태였는데, 레글에게 막 옮기 시작한 상태였다. 레글은 닳아 헤진 옷을 입고 있었지만 졸리는 잘 차려 입고 있었다. 그들이 코렝트 주점의 문을 밀고 들어간 것은 대략 오전 9시 경이었다.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갔다. 마틀로트와 지블로트가 그들을 맞이했다. "굴, 치즈와 햄 (Huîtres, fromage et jambon)." 레글이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리에 앉았다. 주점은 비어 있었다. 그들 둘 밖에.. 2017. 12. 27.
브랜드 가치와 실속 - 나폴레옹의 재혼 성공한 남자가 이혼을 하는 이유는 조강지처와의 성격 차이나 식어버린 애정 문제가 아닙니다. 이유는 단 하나, 새 여자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세핀과의 이혼이 공식 발표되기 한 달 전, 러시아 주재 프랑스 대사인 콜랭쿠르는 본국으로부터 지시문을 받습니다. 나폴레옹과 로마노프 가문과의 혼인을 추진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상은 짜르 알렉산드르의 둘째 여동생, 안나(Anna Pavlovna)였습니다. 안나는 당시 14세로서 사실 결혼하기는 너무 이른 나이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생일이 1월이었으므로 불과 몇 달 뒤면 15세가 되었고, 15세면 당시로서는 혼인이 불가능한 나이도 아니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자신과 무려 26세 차이가 나는 이 어린 소녀에게 혼인 의사를 밝힌 것이지요. (안나 파블로브나입니다. .. 2017.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