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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시대398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8) 사상자들이 끌려나가고 캡스턴 바에는 다시 수병들이 배치되었다. "밀어라 !" 부스가 외쳤다. 철컹-철컹-철컹. 캡스턴은 점점 더 천천히 돌았다. 그러더니 결국 딱 멈췄고, 멈춤목이 장력을 받아 삐그덕 소리를 냈다. "밀어라 ! 밀어 !" 철컹 ! 그리고는 아주 마지 못해 움직이듯 아주 오랜 간격 뒤에 다시 철컹 ! 그러더니 또 멈췄다. 힘을 쓰는 수병들의 팽팽한 등짝 위에 햇빛이 무자비하게 내리쬐었다. 굳은 살이 박힌 발로 갑판의 목판 틈 사이에 디딜 곳을 찾느라 더듬거리며 수병들은 캡스턴 바를 온 힘을 다해 밀었다. 그들이 힘을 쓰도록 내버려둔 채, 부시는 다시 하갑판으로 내려갔다. 그는 하갑판에서 수병들을 차출하여 상갑판으로 보내 캡스턴 바를 밀 인원을 3배로 늘렸다(to treble bank the.. 2019. 4. 1.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7) (Pawl이란 그림 왼쪽 상단의 톱니멈춤쇠를 뜻합니다.) 수병들이 몸무게를 실어 캡스턴 손잡이를 밀자 캡스턴이 돌기 시작했고, 캡스턴이 느슨한 닻줄을 감아 올리면서 톱니멈춤쇠(pawl, 무거운 것을 감아올릴 때 역회전을 막기 위한 멈춤쇠 : 역주)가 재빨리 철컹철컹 소리를 냈다. 연결 밧줄(nippers)을 들고 메신저 밧줄(messenger : PS1 참조 : 역주) 옆에 선 소년들은 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그러더니 캡스턴이 도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톱니멈춤쇠가 철컹거리는 소리의 간격이 길어졌다. 철컹-철컹-철컹 더 천천히. 이제 장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닻줄이 팽팽해지면서 멈춤목(bitts : 닻줄이 갑자기 풀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닻줄을 감고 풀 때 닻줄이 거치는 튼튼.. 2019. 3. 25.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6) 저 아래 하갑판에서의 열기는 햇볕이 이글거리는 상갑판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혼블로워가 지휘하는 대포들에서 나오는 연기가 대들보 아래까지 가득했다. 혼블로워는 모자를 손에 들고 땀이 줄줄 흐르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그는 부시가 나타나자 고개를 끄떡여 보였다. 부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맡은 임무는 분명해 보였다. 아직 대포가 쾅쾅 소리를 내며 포격을 하고 연기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와중에, 화약 보이들이 새 장약포를 들고 뛰어다니고 화재 진압조가 물통을 들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부시의 부하들은 닻줄을 끄집어 내었다. 수백 패덤(fathom : 1 패돔은 1.8m : 역주)에 달하는 닻줄은 무게가 2톤이 약간 넘었다. 다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숙련된 지휘를 받아야 이.. 2019. 3. 18.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5) "조수가 아직 차오르고 있습니다." 혼블로워가 말했다. "만조 때까지는 아직 1시간이 남았어요. 다만 우리가 아주 단단히 좌초된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부시는 그저 그를 쳐다보고 혼자 욕을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입으로라도 더러운 욕지거리를 내뱉어야 그의 과도한 스트레스가 다소라도 풀릴 것 같았다. "거기 침착하게 해, 더프 !" 혼블로워가 시선을 그로부터 돌려 대포 주변에 모인 함포 조원들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 "밀대질을 제대로 해야지 ! (Swab that out properly !) 장전할 때 두 손을 날려먹고 싶은 거야 ?" (당시 대포에 장약을 장전하기 전에 물에 적신 헝겊뭉치가 달린 장전봉으로 밀대질을 하는 이유는 2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이전에 쏜 장약의 캔버스.. 2019. 3. 11.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4) "바로 아래에 떨어졌습니다, 부관님." 바로 옆 포구에 서있던 혼블로워가 보고했다. "대포가 뜨거워지면 닿을 것 같습니다." (When the guns are hot they'll reach it. : 아래 PS1. 참조) "그럼 계속 하게." "제1 분대, 발포하라 !" 혼블로워가 외쳤다. 맨 앞의 4문의 함포가 거의 동시에 불을 뿜었다. "제2 분대 !" 부시는 포격의 충격과 그 반동으로 인해 발 아래 갑판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좁은 공간으로 매케하고 쓰디쓴 화약 연기가 흘러들어 왔다. 소음으로 감각이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다. "다시 해봐, 제군들 !" 혼블로워가 외쳤다. "분대 조장들은 조준을 똑바로 하게 !" (see that you point true!) 부시 바로 옆에서 우지끈쿵쾅하.. 2019. 3. 7.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3) 포문을 열고 나니 소음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수병들은 몸무게를 실어 견인줄을 당기자 포가가 우르르 소르를 내며 굴러가 포구를 함체 밖으로 내밀었다. 부시는 가장 가까운 함포로 걸어가 허리를 굽혀 열린 포문을 통해 밖을 내다 보았다. 저 멀리 대포가 간신히 닿을까말까 한 거리에 섬의 초록빛 언덕들이 보였다. 이 곳의 절벽은 그렇게까지 경사가 급하지는 않았고, 그 발치에는 정글로 덮힌 평지가 있었다. "배를 돌려라 ! (Hands wear ship ! : wear ship이란 바람 방향에서 벗어나도록 배를 돌린다는 뜻입니다. : 역주) (Quarterdeck은 위 그림에서 뒤에서 두번째 층의 갑판을 뜻합니다. 거기에 조타륜이 있습니다. 맨 뒤에 더 높은 갑판이 있는데, 그건 poopdeck이라고 .. 2019. 3. 4.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2) (나폴레옹 전쟁 당시인 19세기 초 전형적인 24파운드 함포의 모습입니다. 지금 이 함포는 장전을 위해 후퇴 위치(recoil position)에 놓여 있습니다. 대포 꼬리 부분의 둥근 돌기 같은 쇳덩이가 breech(포미)이고, 거기에 걸린 밧줄이 breeching(포삭)입니다. 그 외에 그림에 10번, 11번이라고 표시된 것이 train tackle, side tacke입니다. Tackles는 원래 도르래의 밧줄을 뜻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대포를 발사 위치로 당기고 고정시키기 위한 밧줄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포미 부분에 붙어서 뭔가 하고 있는 남자는 대포 약실 속에 밀어넣은 장약포(powder cartridge, 흑색 화약이 캔버스 천으로 된 헝겊주머니에 담겨있습니다)에 점화구(touchho.. 2019. 2. 28.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1) 이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서전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제가 요즘 다사다난하여 책을 못 읽고 있습니다. 최소 몇 주 간은 C. S. Forester의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제가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을 발췌 번역해서 올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혼블로워 시리즈 중에서 최고 역작이라고 생각하는 이 책은 국내 연경사에서 '혼블로워. 2: 스페인요새를 함락하라'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제 발췌 번역본은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준에서 중단될텐데, 재미있다고 생각되시면 영문판이든 한글판이든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linkClass=010310&b.. 2019. 2. 25.
전사자 유품의 경매 광경 - Sharpe's Waterloo 중에서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페인에서 싸우던 영국군 장교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물, Sharpe 시리즈 중에서 한 장면입니다. 아래는 그 중 한 장면입니다. 당시 영국군에서는 전사자의 유품을 그대로 유가족에게 보내지 않고, 동료들에게 경매에 붙여 매각한 뒤 그 돈을 유가족에게 송금하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이는 해군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아마도 당시에는 DHL이나 FEDEX가 없어서 그랬나 봅니다. 아래 본문에 보면, 급여 담당관에게 돈의 송금을 맡기고, 그 급여 담당관은 일부 금액을 수수료로 떼낸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수수료는 대략 몇%였을까요 ? 대략 7~8%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인플레가 심한 편이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너무 심하게 떼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당시에는 온라인 송금도 없었다.. 2019. 2. 21.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 이야기 (하편) 웰링턴은 포르투갈에 상륙하자마자 곧 이베리아 반도의 지형적, 그리고 사회적 특수성이 영국은 물론 프랑스나 독일 등 기타 유럽 지역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큰 특징으로, 제대로 된 길이 없었습니다 ! 이는 스페인의 침공 위협 때문에라도 스페인과의 교통로를 적극 개발하지 않았던 포르투갈의 특수성에도 기인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이나 모두 산업과 통상의 발달이 부진했다는 점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지역간에 거래를 할 상품이 없다보니 마차가 다닐 일도 없고, 마차가 다닐 일이 없으니 넓직한 길이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스페인은 지역 감정이 꽤 심한 나라여서 지방 간의 인적 왕래도 그다지 많지 않다보니, 더더욱 내륙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교.. 2019. 2. 18.
어느 영국군 장교의 이베리아 전쟁 회고록 이번 포스팅은 J. Kincaid 라는 이름의 스코틀랜드 출신의 젊은 장교가 쓴 "Adventures in the Rifle Brigade, in the Peninsula, France, and the Netherlands from 1809 to 1815" 라는 책의 일부 중 인상 깊은 장면 몇가지를 발췌해서 적은 것입니다. 5년 전에 적었던 포스팅인데, 목요일이라 재탕으로 올립니다. 이제 다음주에 마무리할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와도 연계되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이 킨케이드 대위가 복무한 부대인 제95 라이플 연대는 Bernard Cornwell의 소설 속에서 리처드 샤프가 소위로 부임한 그 라이플 연대가 맞습니다.) Episode 1. 영국 장교들의 야전 살림살이 이런 경우 우리 수송대는 언제나.. 2019. 2. 14.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 이야기 (중편) (흔히 단순한 축성 전문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 분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17세기부터 2백년간 요새와 포병, 병참, 병력 운영 등 모든 전쟁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그야말로 위풍당당 보방(Sébastien Le Prestre de Vauban) 백작입니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지의 군사 요충지에 일찌기 보지 못했던 묘한 건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당대 유럽의 군사 작전 행태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보방(Vauban)식 요새의 등장이었습니다. 대포의 발명과 함께 무용지물이 되었던 중세식의 높고 웅장한 성벽과는 달리, 보방식 요새는 낮고 두꺼운 벽으로 된 보루(redoubt)와 쐐기 모양의 옹벽(ravelin), 그리고 대포알을 튕겨내기 위.. 2019.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