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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진선미 의원이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 적용을 제외해자는 이유

by nasica 2018.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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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


1.  진선미 의원이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적용을 제외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2.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과거 실제 성폭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폭로할 때, 성폭행범이 피해자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 현행법상으로는 피해자가 처벌받게 되어 있습니다.

3. 오해들 하시는 것이, 진선미 의원은 허위적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미투 운동에 대해서 적용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최근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진선미 의원 미투 명예훼손 처벌 제외..형법개정안 대표발의"


http://v.media.daum.net/v/20180308142247359


그리고 여기에 대해 아래와 같은 부정적인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 무슨 소리인지,, 그거 말하는 순간 상대방도 인생 끝나는건데 방어권도 없이 무조건 Me too만 보호해야한다니, 설마 그건 아니겠죠? 기자양반 더 디테일하게 기사 써주시길,, 만일 그렇다면 이건 진짜 웃긴법안 발의라고 생각함.. 그냥 인기 얻으려고 하거나 정말 개념이 부족하거나,,

- 와ㅎㅎㅎ 무고로 밝혀져도 인생 무너지는 사람은 안챙기나? 여성표 좀 얻겠다고 지라ㄹ이구만.

- 저기요. 너무 가셨다. 나 여자인데 미투 보호하고 지지해줘야 하는 거 맞는데 공작도 있고 그냥 익명으로 막 날려서 이미지 말아먹게 하는 공작도 있다. 무조건적 보호는 반대다.



이 기사와 댓글을 보고 좀 답답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기사 내용을 세밀히 읽지 않고 그냥 제목만 보고 마음대로 판단해버리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진선미 의원의 법안 발의를 적극 지지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명예회손죄에는 '사실적시'에 의한 것과 '허위적시'에 의한 것 두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 진선미 의원이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적용 제외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뿐입니다.  진선미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당연히 '허위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처벌받습니다.  


가령 X당 홍모의원이 10년전 어떤 여성을 성추행했다고 가정하시지요.  10년전에는 권력자에 의한 보복이 두렵고 사회 분위기도 성추행 피해 여성에게 동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감히 고소나 폭로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미투 운동 분위기가 달아올랐으므로, 그 기세를 타고 이 피해 여성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홍모의원의 과거 성추행 사실을 폭로합니다.  이게 잘못된 일일까요 ?


현행법상으로는 그런 미투 운동은 (만약 가해자가 역으로 고소한다면) 모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형사법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행위입니다.  아무리 홍모의원의 성추행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그런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이나 광장의 대자보처럼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알리는 것은 불법 행위입니다.  언듯 보면 불합리해보이는 이 법도 생각해보면 그 취지를 이해할 만 합니다.  가령 옆사무실 김사장님이 과거 10년 전에 사기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형에 처해졌다고 가정하지요.  하지만 김사장님은 10년이 지난 사이에 반성을 하고 개과천선하여 착실한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지인 중에 하나가 10년이 지난 뒤 인터넷 게시판에 "김사장은 사기전과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떠벌인다면, 김사장은 21세기의 장발장처럼 과거의 죄과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못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원래 그런 일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도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리는 것이 사회 정의에 맞지 않느냐'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정의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에는 적절한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가령 심각한 범죄인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는 사람은 법원 판결에 의해 일정 기간 주소와 이름이 공개되지요.  그런 사람들이 재범을 저지를 것을 우려하여 주변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지, 개개인이 사회 정의를 위한답시고 남의 전과를 인터넷에 퍼뜨리고 다니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미투 운동이라는 것은 그런 법이 만들어질 때는 없던 개념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지위 때문에, 또 상대방의 사회적 위치가 너무 막강하여 오히려 보복을 당할까봐 경찰에 고발하지 못했다가 과거 일을 인터넷 게시판에 터뜨리는 일은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응징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지지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만약 가해자가 뻔뻔스럽게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피해자를 고소한다면, 피해자가 역으로 법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 현재의 법 조항입니다.  이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바로 잡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선미 의원이 나선 것이고요.  


남성분들은 '그럼 여자들이 허위로 과거에 나도 당했고 일단 지르고 본다면 남자만 손해 아니냐' 라고 민감하게 여기실 수 있습니다.  그런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것은 또다른 조항인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이건 당연히 유지되어야 합니다.  진선미 의원도 그걸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좀더 전후 상황을 설명하고, 특히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을 설명한다면 좀더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것 같은데, 저런 기사에서는 너무 일부분에 대해서만 써놓았네요.  특히 요즘은 거의 대부분 기사 본문은 제대로 안 읽고 제목만 보는 일이 많은데, 제목을 잘 뽑는 것이 언론과 포털의 진짜 의무이자 숙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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