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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1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5편) - 애매모호한 관계 1798년은 베르나도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던 해였습니다. 데지레와 결혼하여 나폴레옹의 인척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관운도 잘 트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군인에게 관운이 트인다는 것은 전쟁이 났다는 뜻이지요. 그 해 연말 경에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과 스위스에서의 시민 혁명이 촉매가 되어 제2차 대불동맹전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11월, 그는 1개 감시군(l'armée d'observation)의 총사령관이 되어 라인강을 넘어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의 필립스부르크(Philippsburg)로 진격하라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드디어 나폴레옹이나 모로, 오슈처럼 1개 군의 총사령관이 될 수 있던 이 기회는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애초에 아무.. 2018. 7. 30.
총기 자유화가 되면 갑질이 사라질까 생각해보면 총기 소유가 자유화되면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도 좀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총으로는 힘없는 할머니조차도 사람을 해칠 수 있으니까, 남들에게 모질게 대할 때 ‘혹시 저 사람이 빡쳐서 총들고 찾아오지는 않을까?’라고 한번쯤 멈칫 할테니까요. 동네 조폭이건 월세를 4배 올려달라는 악덕 건물주이건 503의 친위 쿠데타군이든지요. 저만 해도 미국에서 운전할 때는 굉장히 얌전하게 운전을 하는 편인데, 가장 큰 이유가 혹시라도 빡친 상대 운전사가 총들고 내려서 “Hey you 어머니...”할까봐 겁이 나서 그렇습니다. ​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작 (배경 1930년대 미국) ------------------- (다른 주에서 몰려온 굶주린 농민들이 막노동 일거리를 찾아 캘리포니아에 오지만, 그들을 기다리.. 2018. 7. 28.
나폴레옹 시대에도 청량음료가 있었을까 ? 요즘 기후 온난화의 위기를 다들 온몸으로 느끼시고 계실 겁니다. 전에 제가 조선시대 임금님보다도 요즘 서민이 더 호화로운 삶을 사는 편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미국이나 유럽 사회에서도 1950년대의 서민들에게 19세기 말의 귀족들의 생활을 하게 한다면 불편해서 못 견딜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건 특히 여름철에 그렇습니다. 전기와 냉장고, 에어컨이 정말 대단한 차이를 만들어내거든요.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면 뭔가 찬 음료수를 찾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전기도 냉장고도 없던 나폴레옹 시대, 유럽인들은 여름철에 어떤 음료를 주로 마셨을까요 ? Hornblower in the West Indies by C.S. Forester (배경: 1821년 자메이카) ----------------- (혼블로워 제독이 자메이카 .. 2018. 7. 26.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4편) - 오스칼이라는 이름 비록 임무가 보충병력의 인솔이라고는 해도, 한겨울에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는 꽤 힘든 일이었습니다. 베르나도트의 뛰어난 지휘력이 아니었다면 신병들로 구성된 이 보충병력에서는 아마 탈영이나 부상 등으로 인해 많은 비전투 손실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이탈리아로 들어온 베르나도트가 향한 곳은 롬바르디아의 주도인 밀라노(Milan)였는데, 여기서 나폴레옹과의 악연이 시작됩니다. 당시 밀라노 주둔 프랑스군 지휘관은 뒤퓌(Dominique Martin Dupuy) 장군이었는데, 당시 나폴레옹이 이끄는 이탈리아 방면군 전체는 기타 방면군의 졸전과 대비된 자신들의 연전연승으로 인해 정말 기고만장한 상태였습니다. 그건 뒤퓌 장군도 마찬가지였고, 풋내기들로 이루어진 보충병들을 끌고 겨울 행.. 2018. 7. 23.
나폴레옹 시대 역사 소설들 중 식사 장면 모음 혼블로워 시리즈 중 제8편은 "The commodore"입니다. 혼블로워가 임시 제독(commodore)이 되어, 소함대를 이끌고 발트해로 진입해서, 프랑스와의 전쟁을 저울질하고 있던 러시아의 짜르 알렉상드르에게 프랑스에게 저항하도록 외교관 역할을 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알렉상드르가 불시에 혼블로워의 기함을 방문하여, 영국 해군 측에서 점심 식사를 대접합니다만, 혼블로워는 일부러 평상시 영국군 장교들이 먹는 식사를 그대로 제공하기로 합니다. The Commodore by C.S.Forester (배경 : 1812년 러시아) ------------------------------- 오찬은 혼블로워의 선실에서 8명이 함께 들었다. 혼블로워와, 기함의 함장인 부시, 그리고 2명의 선임 장교 및 4명의 러시.. 2018. 7. 19.
결승전 상대가 크로아티아가 아니라 흐르바츠카 ? - Exonym과 Endonym 이번 월드컵에서 결승까지 올라간 발칸 반도의 소국 크로아티아(Croatia)는 여러가지 단편적인 사실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가령 사무실 근무자들의 멍에처럼 느껴지는 넥타이의 원조 국가라고 알려져 있지요. 프랑스어로 넥타이를 끄라바뜨(cravate)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동시에 '크로아티아산의'라는 형용사이기도 합니다. 이는 17세기 전반기의 30년 전쟁 때 프랑스 측에서 복무한 크로아티아 용병들이 자기 나라 전통의 작은 매듭 수건을 목에 찬 것이 파리 사람들의 눈에 멋있게 보여서 유행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 밖에 그 보병들의 용맹함과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찌 측에 협력한 어두운 역사 등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두브로브니크의 아름다운 경치가 최근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 2018. 7. 16.
최저임금 단상 1. 외국에서 출장온 사람들과 자동차로 서울 시내를 함께 움직이면 꼭 나오는 소리 중 하나가 "한국인들은 외식을 많이 하나 보다. 식당이 정말 많구나!" 입니다. 우리나라는 식재료 물가에 비해 정작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 가격이 몹시 싼 편인데, 특히 식당이나 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인건비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긴 했었습니다. 2.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많은 음식점과 편의점, 영세 공장 등이 문을 닫게 될 수 있습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그렇게 '경쟁력이라고는 저렴한 인건비 밖에 없는' 업소들이 망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옳은 방향이겠습니다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입니다. 3. 그런 부작용이 누군가에게는 찰과상.. 2018. 7. 14.
나폴레옹의 식탁 - 나폴레옹 시대의 식도락 이야기 여러분이 나폴레옹 시대로 타임 워프를 한다고 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까 ?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생활 편의품의 부족 때문에 몹시 불편할 것입니다. 냉장고나 에어컨, 수세식 화장실과 형광등 따위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것 말고도 당장 여러분들은 TV와 인터넷이 없어서 무척이나 심심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여러분과 나폴레옹 시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부분입니다. 즉, 심심하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건 귀족이나 상류층 이야기입니다. 일반 서민들이야 먹고 살기 바빠서 심심하다는 사치스러운 생각을 할 틈이 없었지요. 그렇게 오락거리가 없는 시절에 인간이 탐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이고 말초적인 쾌락이 무엇이겠습니까 ? 당연히 식사입니다. (다른 걸 생각하신 분들은 반성하.. 2018. 7. 12.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3편) - 젊은 베르나도트의 슬픔 여기서 시간과 장소를 다시 혁명 직전의 프랑스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1763년, 소위 남자들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남부 가스코뉴(Gascogne)의 소도시 포(Pau)에서 검사로 일하던 장 알리 베르나도트(Jean Henri Bernadotte)에게 아들이 태어납니다. 당시 52이세이던 베르나도트 검사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아마 생각지도 않은 늦둥이였을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는 형과 같은 이름인 장(Jean)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곧 형과 구별하기 위해 장-밥티스트(Jean-Baptiste)라는 이름으로 살짝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포 시에는 장-밥티스트 베르나도트가 태어난 집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도심 한복판의 골목 속에 있는 집이라 으리으리한 저택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큼.. 2018. 7. 9.
인공지능 박사들이 G사에 취직하지 않은 이유 - 샌프란시스코의 비극 2016년 자료이긴 하지만, 캘리포니아 예산 센터(California Budget Center)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내에서 가장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곳은 샌프란시스코입니다. 도시의 상위 1%의 평균 소득은 360만 달러인데 나머지 99%의 평균 소득(81,094 달러)의 44배나 됩니다. 1989년에는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15.8%였으나, 2016년에는 무려 30.8%가 되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 꼭 더 나쁜 것은 아닙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인류를 발전시켰으니까요. 다들 못 먹고 못 입는 환경에서는 모두 평등합니다. 그러다 부자 한 명이 기업을 세워 억만장자가 되면 당연히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지만, 그 부자의 기업 덕분에 나머지 99%가 배불리 먹게.. 2018. 7. 5.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2편) - 북구의 외톨이 1796년, 구스타프 4세 아돌프는 18세가 되어 삼촌인 카알 13세의 섭정 통치에서 벗어나 귀족들의 기대를 받으며 정식으로 왕좌에 올랐습니다. 그는 종교상의 이유로 러시아 대공녀를 거부하고 독일 바덴(Baden) 대공의 손녀인 도로테아(Friederike Dorothea)와 결혼했는데, 이는 좋든 싫든 러시아와 협력해야만 했던 스웨덴의 처지에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러시아와의 협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유는 프랑스 때문이었지요. 당시 자코뱅들에 의한 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던 프랑스에 대한 증오심은 구스타프 4세와 러시아의 짜르 파벨 1세(Pavel I)가 함께 가지는 것이었거든요. (구스타프 4세와 도로테아의 단란한 신혼 시절... 이들을 결속시킨 것이 애정보다는 권.. 2018.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