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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8

장발장이 먹은 미리엘 주교의 수프 이야기 2012년, 휴 잭맨 주연의 레미제라블 영화 중에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를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입니다. 은접시에 퍼주는 음식을 굶주린 장발장이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대체 저 음식이 무엇인지가 궁금했습니다. 화면을 보면 뭔가 고기도 좀 들어있는데 말입니다. 그 음식이 당연히 원작 소설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는 아닙니다만, 어떤 음식이 나왔는지는 원작 소설에 묘사가 되긴합니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와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할 때 가정부 할머니인 마글루아 부인이 내놓는 미리엘 주교의 평범한 저녁 식사 메뉴가 나열됩니다. Cependant madame Magloire avait servi le souper. Une soupe faite avec de l'eau, de l'huile, du pain .. 2017. 10. 29.
바그람 전투 (제17편) - 요한이 왔다 ! 나폴레옹은 우익에서의 다부의 성공적인 진격을 보면서 '막도날의 기둥'만을 출격시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막도날의 기둥이 웅장한 모습으로 적과 충돌한 뒤, 그 뒤를 이어 우디노와 외젠 등 다른 부대들도 일제히 전면 공세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루스바흐 고지 위에서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카알 대공의 심정은 처참 그 자체였습니다. 막도날의 기둥이 오스트리아군의 방어진을 들이받고 혼전을 벌이고 있던 오후 2시경, 카알 대공은 다부의 공격에 의해 무너지고 있던 오스트리아군 좌익을 수습하기 위해 호헨촐레른의 오스트리아군 제2 군단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전체 전선에 걸쳐 쇄도해오는 프랑스 그랑다르메의 모습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의 사령부가 있는 라스도르프(Raasdorf) 마을 인근에 여유있게 집결.. 2017. 10. 21.
검은 나폴레옹 vs. 하얀 나폴레옹 - 백인들에게는 불편했던 영웅 (하편) 지난편에서 르클레르의 원정 함대가 1802년 1월말, 생 도밍그 인근 사마나 만에 집결하는 모습까지를 보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 원정대의 임무를 다시 살펴보도록 하시지요. 나폴레옹이 르클레르에게 준 임무는 생 도밍그를 다시 프랑스 중앙 정부의 권위 밑으로 복귀시키라는 다소 고상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 투쌩을 죽이라는 말인가요 ? 왜요 ? 투쌩은 한번도 프랑스 중앙 정부로부터 독립을 하겠다거나, 반항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무슨 명분으로 투쌩을 잡아들이나요 ? 사실 이 원정대의 목적은 생 도밍그의 반란 노예들과의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공식적인 임무는 새로운 주지사(Captain general)의 안전한 부임이었지요. 나폴레옹은 투쌩과 구태여 툭탁거리며 싸우고 싶지 않았습.. 2017. 10. 14.
검은 나폴레옹 vs. 하얀 나폴레옹 - 대서양 너머의 사정 (중편) 생 도밍그의 혼란과 살육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아름답고 풍요로운 유럽 대륙으로 잠시 되돌아 오도록 하지요. 나폴레옹은 이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 기억들 하실려나 모르겠습닉다만, 1800년 12월의 호헨린덴 전투 이후 나폴레옹은 적어도 군사적으로는 상당히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물론 나폴레옹 본인은 자신을 향한 암살 음모 등으로 무척 긴장된 나날을 보내고 있긴 했었지요. 아무튼 당시 아직도 프랑스와 군사적으로 대립 관계에 있던 나라는 영국이 유일했습니다. 그러던 1801년 2월, 영국에서 중요한 사건 하나가 일어납니다. 바로 영국 수상 피트 (William Pitt the Younger)의 사임이었습니다. (피트 수상은 1759년 생으로서 나폴레옹보다는 10살 많았습니다. 그는 .. 2017. 10. 14.
검은 나폴레옹 vs. 하얀 나폴레옹 - 생 도밍그 (Saint Domingue) 원정 (상편) 1492년, 콜럼버스는 서쪽 바다의 끝에서 (사실은 카리브 해였는데) 큰 섬을 하나 발견합니다. 그는 이 섬에 스페인어로 La Isla Espanola (라 이슬라 에스파뇰라)라는, 즉 스페인 섬이라는 멋대가리 없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이 좀더 멋나게 Hispaniola 라고 고쳐불렀지요. 이 섬에는 원래 타이노 (Taino)라는 남미 인디오 계통의 부족이 살고 있었으나, 이들은 원래 수자가 적었는데다 스페인 사람들의 공격과 박해, 그리고 그들이 가져온 천연두 등의 전염병에 곧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집니다. 이 섬에는 자연스럽게 스페인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는데, 이들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 최초의 유럽식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산토 도밍고 (Santo Domingo.. 2017. 10. 13.
1834년, 사상 최초의 해킹 사건 발생하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해킹이라는 말의 뜻은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대한 인가되지 않은 침입'을 뜻합니다. 당연히 해킹이라는 범죄는 컴퓨터가 발명된 이후에 나왔을 것 같지만, 실은 최초의 해킹 범죄는 1834년 프랑스에서 벌어졌고, 그로 인해 범인은 꽤 상당한 금전적 이익도 챙겼으며, 결국 체포되어 재판까지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재판 결과는 무죄였고, 이 사건 때문에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는 소동까지 벌어졌지요. 19세기 전반에 해킹이라니 ! 대체 어떤 사건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 때는 17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화도 무선통신도 없던 시절 가장 확실하면서도 빠른 통신 수단은 촛농으로 봉인한 편지를 쾌마를 탄 전령이 직접 들고 뛰는 파발마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말이 빨라도 이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 2017. 10. 7.
바그람 전투 (제16편) - 막도날의 기둥 막도날의 제5 군단에는 원래 완편과는 거리가 먼 허약한 보병 2개 사단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라마르크(Jean Maximilien Lamarque) 장군이, 다른 하나는 브루지에(Jean-Baptiste Broussier) 장군이 지휘했지요. 거기에 나폴레옹이 붙여준 제6 군단 소속 모로 장군이 지휘하는 스라 장군의 사단까지 붙여서 총 1만1천 정도의 병력이 있었는데, 특히 모로 장군의 사단은 방금 지휘권을 받은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모로와 그의 사단에 대해서는 믿음이 덜 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로 장군과 긴밀하게 작전 회의를 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막도날에게는 정답이 적혀있는 문제 풀이집도 없었습니다만, 특히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갑자기 명령을 받은 그가 .. 2017. 10. 4.
바그람 전투 (제15편) - 종과 횡 나폴레옹은 전투 내내 전장 한가운데 위치인 라스도르프(Raasdorf)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위치한 마르히펠트 평원보다 높은 곳인 루스바흐 고원 위에 있는 마르크그라프노이지들에서의 전황을 양군의 전열이 뿜어내는 머스켓 소총의 화약 연기를 보며 파악하고 있었지요. 그 연기의 긴 횡대가 마르크그라프노이지들 마을의 높은 석탑을 통과하는 보고, 그는 이제 승리의 때가 왔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다부를 돕기 위해 일제히 전체 전선에 걸쳐 총공격을 명했습니다. 마세나는 남쪽 에슬링에서 클레나우를, 우디노는 고원 위의 호헨촐레른을 공격하면 되었지요. 그리고 막도날에게는 특별히 따로 명령서를 보냈습니다. (바그람 전투 현장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나폴레옹입니다. 무전기가 없던 당시 전투는 현장 지휘관의 재량.. 2017.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