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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평화4

농노를 위한 나라는 없다 - 1812년 프랑스군 후방에서의 게릴라전 몽골 침공 이래 가장 중대한 국난인 나폴레옹의 침공을 맞은 이후, 농노들을 자체 무장시켜 전쟁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러시아 지배층 사이에서 논쟁이 꽤 많았습니다. 성스러운 러시아 수호를 위해 당연히 농노들도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지도자 뿐이니 귀족인 장원주들이 앞장 서서 농노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낭만파도 있었습니다. 나폴레옹 침공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러시아 귀족들은 모두 스페인에서 스페인 민중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부르봉 왕가를 지지하며 프랑스 침략자들에 맞서 격렬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1809년 오스트리아 주동으로 제5차 대불동맹전쟁이 벌어졌던 원인도 스페인에서 프랑스가 고전하는 것을 보고 합스부르크 왕가가 자신감을 얻은 것이 컸지요. 러시아 .. 2021. 2. 15.
행운(?)의 쿠투조프 (3) 이하는 랑쥬롱이 그의 비망록에 남겨놓은 쿠투조프에 대한 평가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굉장히 악의적인 표현이 많습니다만, 아마 사실이 대부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쿠투조프처럼 기백은 넘치지만 별 개성이 없는 인물이 드물 것이다. 수완과 교활함의 그렇게 조합됨과 동시에, 실질적인 재주가 보잘 것 없으면서 거기에 도덕성까지 결여된 인물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기억력이 아주 비상하고 배운 것도 많으면서, 보기 드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과의 대화를 그토록 재치있게 이끌어나가는 재주가 있었고, 매우 온화한 성격이었다. 그 온화함은 조금 가식적인 것이었지만 어차피 그런 것에 속아넘어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쿠투조프의 매력은 바로 그런 점들이었다. 그는 화가 났거나 상대방이 .. 2020. 6. 29.
행운(?)의 쿠투조프 (1) 알렉산드르가 쿠투조프를 싫어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얼굴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오른쪽 눈을 매우 싫어했지요. 심하게 뒤틀린 사팔뜨기 눈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의 오른쪽 눈은 실명한 상태라는 말도 있고, 양쪽 눈이 다 잘 보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쿠투조프를 정말 영웅적인 현인으로 묘사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도 쿠투조프의 오른쪽 눈 실명 여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다소 애매하게 나옵니다. (가만 보면 쿠투조프의 초상화는 대부분 얼굴을 살짝 오른쪽으로 돌린 포즈를 취하고 있어서 오른쪽 눈은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 검열 이후 장교들의 쾌활한 분위기는 병사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중대는 기분 좋게 행진했다. 사방에서 병사들의 잡담 소리가 들렸다. ".. 2020. 6. 15.
1812년, 드리사(Drissa)에서의 러시아군 : '전쟁과 평화' 중에서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 고전입니다. 여기에는 역사상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며, 많은 역사서에서 잘 다루지 않는 퓰과 그가 기안했던 드리사 방어 진지에 대해서도 꽤 자세히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빌나에서 후퇴한 이후 원래 계획대로 드리사 방어 기지로 후퇴한 러시아군의 내부 상황에 대해서 무척 생생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제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서 다운받은 영문판 전쟁과 평화를 제 나름대로 번역했습니다. ------------------------------------ 제9권 1812년 제9장 안드레이 대공이 러시아군 총사령부에 도착한 것은 6월 말이었다. 짜르가 함께 하고 있던 제1군은 드리사(Drissa)의 요새화된 병영에 주둔하고 있었다. 제2군은 프랑스의 대군에 .. 2019.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