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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텝스크5

꿈의 도시 스몰렌스크 - 그리고 현실 11월 6일 급습해온 동장군의 위력 앞에서는 나폴레옹도 한낱 뚱뚱한 프랑스 아저씨에 불과했습니다. 여태까지 '러시아의 추위가 무시무시하다더니 프랑스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날씨 아닌가?' 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떠들었던 것도 어쩌면 러시아의 추위에는 정말 답이 없었고 또 정말 두려워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자기 최면을 거는 행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폴레옹의 그런 입방정은 11월 6일 이후 즉각 고쳐졌고, 추위를 견디지 못한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회색 프록코트와 삼각모(tricorn)를 포기하고 두툼한 털로 안을 댄 폴란드식 초록색 외투와 군고구마 장수 같은 방한모를 뒤집어 써야 했습니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걸어서 후퇴하는 나폴레옹을 그린 Vasily Vereshchagin라는.. 2021. 8. 2.
멈추지 못한 발걸음 (2) - 나폴레옹, 스스로를 속이다 당시 그랑다르메 소속 병참장교(commisaire de guerre)였던 벨로 드 케르고르(Alexandre Bellot de Kergorre)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비텝스크에 도착했을 즈음 이미 그랑다르메는 네만 강을 넘었을 때에 비해 2/3로 줄어있었습니다. 이는 전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행군과 식량 부족, 불결한 식수 등으로 인한 질병과 부상, 낙오, 탈영 등으로 인한 비전투 손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일개 민간 계약자에 불과한 병참장교가 과연 전체 그랑다르메의 인원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까요 ?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 전체 그랑다르메의 정확한 인원수나 전투 준비 상태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나폴레옹 본인조차,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황제 나폴레옹 본인만큼은 그랑다르메의 실제 상태에.. 2020. 2. 17.
멈추지 못한 발걸음 (1) - 1812, 시즌 오버? 바이에른군의 에라스무스 드로이(Erasmus Deroy) 장군이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병사들의 군화는 물론 군복 코트, 바지, 각반 등이 모두 누더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군대가 요즘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한 군복을 고집했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입는 옷에 따라 거동이 달라지는 동물이라서, 절도 있는 군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으면 그만큼 더 군기있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복장을 입고 있으면 반대로 군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문제가 있지요. 상황이 딱 그랬습니다. 드로이 장군도 병사들의 사기가 바닥일 뿐만 아니라 불만과 명령 불복종이 위험 수준에 달했다며 보고서에서 개탄했습니다. 게다가 뷔르템베르크 출신 칼 폰 수코프(Carl von Suckow)의 기록에 따르면 이.. 2020. 2. 10.
큰 기대 큰 실망 - 비텝스크 (Vitebsk) 전투 러시아 제1군의 뒤를 추격하던 뮈라는 최소한 러시아군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는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뮈라의 보고를 통해 러시아 제1군이 드리사의 방어진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는 소식을 접한 나폴레옹은 쾌재를 올렸습니다. 드디어 러시아군과 결전을 벌일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여태까지 빌나에서 여러가지 행정 업무에 발목이 잡혀 있던 그는 제롬의 바보짓 때문에 바그라티온을 놓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직접 군을 지휘하기로 했고, 당장 말에 올라 드리사를 향해 달렸습니다. 나폴레옹의 기본 계획은 퓰과 알렉산드르의 실수를 100%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드리사의 러시아 제1군의 남동쪽으로 우회하여 바그라티온의 러시아 제2군과의 합류를 원천적으로 봉쇄함과 동시에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막고 내친 김에 러.. 2020. 1. 20.
드리사에서 비텝스크로 - 러시아의 구원은 짜르에게서 온다 여태까지 보셨다시피, 당시 러시아군에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외국인들, 특히 주로 독일인들이 많이 종군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외국인들이 러시아군에서 일을 하자면 당장 언어 문제가 큰 장벽이 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군 내부의 표준어는 프랑스어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독일인 장교들도 프랑스어에 대부분 익숙했거든요.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때 즈음의 일입니디만, 니에쉬비에즈(Nieshviezh) 인근에서 벌어진 프랑스와 러시아 양측 기병대끼리의 소규모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전투의 혼전 중에 러시아군의 무카노프(Mukhanov) 대령이라는 사람이 부하 장교에게 큰 소리로 명령을 외쳤는데, 그 다음 순간 옆에서 달려든 휘하 카자흐 기병의 칼을 맞고 죽었습니.. 2020.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