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레이더12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남자라면 중후장대(重厚長大)! 그러니까 일본은 레이더 개발을 위한 기초 기술도 가지고 있었고 레이더라는 물건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음. 전쟁 전에는 기술 이전을 꺼리던 독일도 WW2 개전 이후 적극적으로 레이더 기술을 일본에 전수해주려 했는데, 아예 뷔르츠부르크(Würzburg) 레이더 한 세트를 잠수함에 실어 일본에 보냈음. 그러나 그렇게 두 척을 연달아 보냈으나 두 척 모두 일본에 가는 도중 격침됨. 하지만 별도로 보낸 주요 부품과 설계도는 그대로 일본에 도착. 뿐만 아니라 싱가폴의 영국군 기지를 함락시킨 뒤 영국 육군의 GL Mk-2 radar와 탐조등 제어용 레이더 (Searchlight Control, SLC)를 노획했고 특히 SLC의 조작법이 적힌 문서도 고스란히 획득. 필리핀 .. 2024. 2. 22.
레이더 개발 이야기 (18) - 공습도 예보가 되나요? 로열 에어포스는 레이더의 종주군(?)답게 다우딩 장군의 세심한 감독하에 체계적인 레이더 경보 및 그에 따른 요격 체계를 갖춤. 그러나 로열 네이비는 레이더를 곁가지로 시작했고 또 공군처럼 도시와 공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대 방공만 하면 되었으므로 체계적인 요격 체계를 갖출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음. 그러다보니 아랫것들끼리 알아서 체계를 만들어야 했음. 가령 1939년 9월, 사상 최초로 실전에서 레이더로 적기를 탐지한 전함 HMS Rodney는 120km 밖에서 독일 공군기들을 포착했고, 바로 옆에 항모 HMS Ark Royal이 있었으므로 요격 함재기들을 출격시킬 수 있었음. 그러나 안 했음. 레이더로 보아하니 다른 곳을 공습하러 가는 적기들인데 구태여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따라서 .. 2023. 1. 26.
레이더 개발 이야기 (10) - 대공포 레이더의 공헌 방공포용 레이더는 그 부족한 성능과 기능에도 불구하고 공군의 항공기 탑재용 레이더 개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함. 가장 큰 기여는 안테나의 길이. 거대한 구조물로 만들어진 공군의 Chain Home 레이더와는 달리 방공포용 안테나는 적 폭격기의 방향 탐지를 위해 송수신 안테나를 포가 위에 올려놓고 회전시켜 가며 써야 했으므로 안테나가 비교적 짧아야 했음. 이를 위해서 육군 연구실인 Army Cell은 1930년대 중반에 개발된 NT57D 진공관(사진1)을 사용하여 45MHz의 주파수를 만들어냄. 이 NT57D 진공관은 영국내 제조업체들에게조차 1938년에야 그 존재가 공개된, 당시로서는 가장 최신인 기밀 전자부품. 그리고 그 기술의 핵심은 텅스텐 전극과 함께... 외외로 밀봉 기술. 진공관이 제 성능과 기능.. 2022. 11. 24.
레이더 개발 이야기 (8) - 왜 육군에 레이더가 필요했나? 당시 고사포는 본질적으로 눈과 손으로 조작하는 것이지만, 항공기의 속도가 수백 km/h로 빨라질 뿐만 아니라 고도가 수km로 높아지면서 대충 눈짐작만으로는 명중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음. WW2 당시 독일군의 유명한 88mm 고사포 (사진1) 의 포구 속도는 840m/sec. 포탄이 5km 상공까지 올라갈 때 평균 700m/sec의 속도를 낸다고 하면 약 7초가 걸리는 셈. 350km/h의 속도로 날아가는 B-17이라면 그 7초 동안 거의 500m를 이동. 그러니 적 폭격기의 속도는 물론 고도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열심히 쏘아대는 포탄들은 적 폭격기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그냥 헛되이 뜨겁고 치명적인 파편이 되어 아군의 머리 위에 떨어진다는 뜻. 특히 적 폭격기의 고도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은 .. 2022. 11. 3.
레이더 개발 이야기 (7) - 영국에는 육군도 있다! 로열 네이비가 모든 주요 군함에 레이더를 달기로 결정한 것이 1939년 8월 10일. 전에 언급했듯이 항공모함들은 워낙 바빠서 레이더를 달 짬을 내지 못했으나, 막 진수된 HMS Illustrious (사진1, 39년 4월 진수, 2만8천톤, 30노트)를 비롯한 신형 항모들에게는 레이더를 당연히 장착했고, 기존 항모들에게도 시간이 나는 대로 레이더를 장착. 이러고나자 1939년 9월 3일 WW2가 터짐. 당시 로열 네이비는 HMS Illustrious를 포함한 신규 항모들의 비행갑판을 3인치 두께의 장갑판으로 입혔음. 이유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아군 함대를 향해 날아오는 적 폭격기들을 원거리에서 포착할 방법이 없으니 제때 막아낼 방법이 없었던 것. 그래서 일단 내습하는 폭격기들의 폭탄을 두꺼운 장갑.. 2022. 10. 27.
레이더 개발 이야기 (6) - 왜 기함에는 안 달지? 1935년, 로열 에어포스의 레이더 개발 소식에 자극을 받아 시작한 주제에 '멍청한 공군놈들 ㅋㅋㅋ'이라며 공군 레이더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한 로열 네이비는 곧 문제에 봉착. 일단 브리튼 섬 전체를 루프트바페로부터 지켜야 하는 공군과, 우리 배만 지키면 되는 해군의 압박감이 같을 리가 없었음. 레이더 개발에 정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공군에 비해 로열 네이비 수뇌부의 레이더 개발 지원은 상대적으로 빈약. 해군 연구팀의 연구원은 정말 1명 뿐이었는데, 이들은 포츠머스에 있는 해군 기지 HM Barracks의 해병대 막사 옆 오두막 같은 것을 연구실로 받음. 곧 1명을 더 받기는 했으나, 2명이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음. 이 두 명의 팀은 근 10개월만에 오두막 연구소 안에서 .. 2022. 10. 20.
레이더 개발 이야기 (3) - 컴퓨터가 없던 시절, 방공망의 두뇌 WW2 초기 영국공군 전투기 사령부는 제한된 수의 전투기 편대로 독일공군 폭격기를 막아내기 위해 레이더를 적극 활용. 그러나 당시의 기술적 제한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레이더 화면에 최초로 독일 폭격기가 포착된 이후 방위각과 거리, 고도를 계산하여 그걸 음성 전화로 전투기 사령부에 전달하고, 그걸 다시 적정 위치의 공군 편대에게 보내어 그 편대장이 해당 좌표를 무전기에서 들을 때까지는 최소 3분이 걸림. 당시 He-111 폭격기 최대 속도가 440km/h 였으니, 그냥 360km/h로 계산해도 3분이면 약 20km를 이동할 수 있는 거리. 그 정도면 아무리 눈이 좋은 조종사라고 해도 목표물을 놓치기 좋을 정도의 오차. (하인켈 (He-111) 폭격기) 따라서 레이더 관제소가 계속 그 폭격기를 추적하며 .. 2022. 9. 29.
레이더 개발 이야기 (2) - 어려움과 극복 솔까말 난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아무튼 Wilkins는 강렬한 반사파를 얻기 위해서는 폭격기 날개폭에 맞춰 약 25m 장파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 실제로는 꼭 그렇지는 않았으나, 파장이 cm 단위인 단파를 얻기 위해서는 고주파를 생성해야 했지만 어차피 당시 전자 소재 기술로는 그런 고주파 생성이 어려웠으므로 장파를 써야 했음. 문제는 수신 효율이 좋으려면 안테나의 길이는 파장 길이의 1/4이 제일 좋았다는 점. 그러니 25m 장파를 위해서는 안테나 길이가 6m가 넘었고, 대지로부터의 반사파 간섭을 피하려고 높은 곳에 여러 개를 매달아야 하다보니 엄청난 송전탑 같은 레이더 타워를 세워야 했음. 특히 수신 안테나는 금속 소재로부터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목재로만 만들었음. 그런데 수신 안테나는 특히나 높이가.. 2022. 9. 22.
밀덕 잡담 - 전투기와 반도체, 그리고 절전 태양광 패널로 전기 만드는 인공위성의 고충 중 하나가 전기 아껴 써야 하는 것인데, 반면 제트연료를 펑펑 태우는 전투기는 절전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까? 기본적으로 수백만 년 동안의 태양에너지가 응축된 에너지원인 석유를 쓰는 내연기관은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 WW2 때의 프로펠러 전투기 엔진만 해도 그 에너지를 100% 전기로 만든다면 수 Mega Watt 단위. 물론 대부분의 그 출력은 전기가 아니라 항공기 추력을 위한 물리적 에너지로 사용됨. 단발 엔진인 F-16의 경우는 약 60kW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쌍발엔진인 F-14의 경우엔 엔진 하나당 약 75kW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장착. 참고로 전투기 레이더는 약 10kW의 에너지를 (사진1) 그리고 증권사나 은행의 원장 database를 위한 .. 2022. 8. 25.
포클랜드 전쟁 잡담 - 레이더 사냥 영국공군이 Vulcan 폭격기와 9대의 Victor 급유기를 동원하여 감행한 포클랜드 섬의 Port Stanley 활주로 폭격이 의미가 있는 작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말이 많음. 혹자는 공군의 무리한 욕심이 빚은 전략적 낭비였다고 하고, 일부에서는 덕분에 아르헨 공군이 Mirage 등의 제공기를 부에노스 아이레스 방위로 돌려 영국해군의 부담을 줄여주었다고 평가. 그러나 애초에 포트 스탠리의 활주로는 너무 좁고 짧아 Mirage나 Super Etendard 등 주력 전투기는 어차피 사용할 수 없었음. 그리고 어차피 포트 스탠리 공항은 영국 항모의 해리어들은 물론, 영국 구축함들이 밤마다 접근하여 4.5인치 함포로 공격을 해댔기 때문에 거기에 주력 전투기를 배치하는 것은 자살 행위. 나중에서야 영국 .. 2022. 1. 20.
항모 관련 잡담 (9/2) 영화 미드웨이를 보면 어뢰를 쏘는 뇌격기는 맞아죽기 딱 좋을 뿐이고 (un-PC주의) '남자라면' 급강하 폭격기가 역시 쵝오라는 생각이 들지만 1943년 하반기부터 본격 투입된 Casablanca급 호위항모들의 표준 구성은 전투기와 뇌격기의 28대 조합. 왜 급강하 폭격기가 빠졌을까? 이유는 크게 3가지. 1) 호위항모의 주임무는 대잠전 그에 따라 어뢰와 폭뢰, 큰 폭탄 작은 폭탄 등을 다양하게 구비할 수 있는 뇌격기가 더 적합했음. 2) 그냥 전투기가 해도 되네? (사진1) F6F Hellcat과 F4U Corsair 같은 대형 전투기가 나오면서 얘들이 장착하는 폭장량이 급강하 폭격기를 능가. 게다가 특히 로켓탄이 도입되면서 그냥 전투기에서 쏘아대는 로켓탄이 훨씬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목표물을 타격하게.. 2021. 9. 2.
WW2에서의 스텔스(?) 전투기 Fulmar 이야기 제2차세계대전에 일본이 참여한 직후 만들어진 영국의 홍보 포스터에는 영국군 전투기가 일본군 항공기를 격추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영국군을 대표하여 등장하는 전투기의 모습은 영국이 자랑하는 스핏파이어(Spitfire)가 아니고, 좀더 투박하고 긴 2인승 항공기입니다. 폭격기도 아니고 전투기가 2인승이라니, 대체 이 전투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전투기는 1940년에 도입된 Fairey Fulmar라고 하는 전투기입니다. 전투기 치고는 독특하게도 2인승 맞고, 1938년에 도입된 스핏파이어 전투기보다도 더 신형 전투기입니다. 그리고 스핏파이어와 동일한 롤스로이스 멀린(Rolls Royce Merlin)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그러나 성능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단 속도가 느려서 독일 .. 2021.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