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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312

1812년 - 왜 나폴레옹은 러시아로 갔을까 (상) 이제 우리는 1812년, 그 고통스러운 행군을 향해 출발합니다. 모든 사건은 뭔가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터집니다. 왜 나폴레옹은 자신의 파멸을 향해서 그 춥고 머나먼 땅으로 행군을 해야만 했었을까요 ? 이유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주된 이유는 두가지, 폴란드와 영국이었지요. 그 두가지 때문에, 지난 편에서 우리는 1810년 12월 31일, 알렉산드르가 프랑스산 비단과 와인에 관세를 부과하고 반대로 영국산 제품의 입항을 실질적으로 허락하는 칙령을 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말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이라는 바보짓을 피할 수 없었을까요 ? 제 블로그를 출입하시는 분들께서는 느끼셨겠습니다만, 나폴레옹은 원래부터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전쟁광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일으킨 전쟁은 대부분 방어적 성격이 강했습.. 2019. 6. 24.
1812년 서막 - 짜르 알렉산드르를 둘러싼 말말말 "폴란드는 아침거리일 뿐이다... 러시아가 저녁을 먹을 곳은 어디일까 ?" - 1772년 제1차 폴란드 분할 이후 당시 영국 의회 의원이었던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가 점점 서쪽을 밀고 나오는 러시아에 대해 한 말 "이 꼬마는 자기 모순의 매듭덩어리 같구먼." - 전제 군주 집안에 태어난 왕자로서, 스위스 출신 가정교사에게서 계몽사상으로 교육을 받은 어린 손자 알렉산드르를 보고 예카테리나 대제가 평한 말 "난 무책임한 게으름뱅이이고 진실된 생각과 말, 행동을 할 능력이 없다. 난 이기적 사람인데 그 주된 이유는 허영심 때문이다." - 1789년, 당시 12살이던 알렉산드르가 적은 일기 중에서 "내 계획은 와이프와 함께 라인 강변에 정착하여, 평범한 사람으로서 친구들과 함께 자연 철학을 공부.. 2019. 6. 17.
나폴레옹 시대의 복사기 Hornblower and the Atropos by C.S.Forester (배경: 1805년 영국 근해 HMS Atropos 함상) ---------------- (아트로포스 호의 함장인 혼블로워는 밤늦도록 그날 있었던 프랑스 사략선 나포건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막 끝내고 보고서 내용에 나름 흡족해하며 다시 읽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함장실 문에 노크가 있었다. 대체 방해받지 않을 순간이 전혀 없단 말인가 ? "들어와." 그가 말했다. 들어온 사람은 선임사관인 존스였다. 그는 혼블로워의 손에 들려져 있는 깃털펜과 테이블에 놓인 잉크병과 종이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실례합니다, 함장님." 존스가 말했다. "제가 너무 늦게 온 게 아니었으면 합니다." "무슨 일인가 ?" 혼블로워가 물었다. 그는 존스 중.. 2019. 6. 13.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1) 이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서전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제가 요즘 다사다난하여 책을 못 읽고 있습니다. 최소 몇 주 간은 C. S. Forester의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제가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을 발췌 번역해서 올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혼블로워 시리즈 중에서 최고 역작이라고 생각하는 이 책은 국내 연경사에서 '혼블로워. 2: 스페인요새를 함락하라'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제 발췌 번역본은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준에서 중단될텐데, 재미있다고 생각되시면 영문판이든 한글판이든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linkClass=010310&b.. 2019. 2. 25.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 이야기 (하편) 웰링턴은 포르투갈에 상륙하자마자 곧 이베리아 반도의 지형적, 그리고 사회적 특수성이 영국은 물론 프랑스나 독일 등 기타 유럽 지역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큰 특징으로, 제대로 된 길이 없었습니다 ! 이는 스페인의 침공 위협 때문에라도 스페인과의 교통로를 적극 개발하지 않았던 포르투갈의 특수성에도 기인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이나 모두 산업과 통상의 발달이 부진했다는 점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지역간에 거래를 할 상품이 없다보니 마차가 다닐 일도 없고, 마차가 다닐 일이 없으니 넓직한 길이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스페인은 지역 감정이 꽤 심한 나라여서 지방 간의 인적 왕래도 그다지 많지 않다보니, 더더욱 내륙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교.. 2019. 2. 18.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 이야기 (중편) (흔히 단순한 축성 전문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 분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17세기부터 2백년간 요새와 포병, 병참, 병력 운영 등 모든 전쟁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그야말로 위풍당당 보방(Sébastien Le Prestre de Vauban) 백작입니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지의 군사 요충지에 일찌기 보지 못했던 묘한 건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당대 유럽의 군사 작전 행태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보방(Vauban)식 요새의 등장이었습니다. 대포의 발명과 함께 무용지물이 되었던 중세식의 높고 웅장한 성벽과는 달리, 보방식 요새는 낮고 두꺼운 벽으로 된 보루(redoubt)와 쐐기 모양의 옹벽(ravelin), 그리고 대포알을 튕겨내기 위.. 2019. 2. 11.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 이야기 (상편) 샤우만(August Friedrich Ludolph Schaumann)이라는 분이 쓴 회고록이 이베리아 반도에서의 영국군 작전에 대한 귀중한 사료로 곧잘 인용됩니다. 이 샤우만이라는 분은 1778년 독일 하노버(Hanover)에서 태어난 순수 독일인으로서, 귀족 가문 출신의 신사였습니다. 영국 왕의 개인 영지이자 독립국이었던 하노버 공국의 군대에서 16세부터 21세까지 장교로 근무했던 샤우만은 원래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명령을 받은 모르티에(Adolphe Edouard Casimir Joseph Mortier)의 1803년 하노버 점령을 계기로, 영국군 산하 왕립 독일군(The King's German Legion, KGL)에 가담하여 프랑스군과 싸우게 되.. 2019. 2. 4.
가짜 뉴스, 전쟁을 일으키다 - 1810년 12월 31일 짜르의 칙령 1810년은 나폴레옹에게 있어 드물게 조용한 한 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지에서는 계속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지기는 했습니다만, 1809년 바그람 전투 이후 나폴레옹 본인이 직접 뛰어들 만큼 큰 전쟁은 없었지요. 그리고 1810년은 그의 제국이 최대 규모로 팽창했던 시기였습니다. 네덜란드와 북부 독일 공국들을 병합하여 프랑스의 영토가 사상 최대의 크기로 늘어난 것이지요. 게다가 유서깊은 합스부르크 왕가와 혼인을 맺고 정권의 영속성을 위한 아들까지 얻었으니, 정말 1810년은 나폴레옹에게 절정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숙적 영국과의 전쟁도 매우 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웰링턴을 스페인에서 몰아낸 것에 이어 마세나가 영국의 발판인 포르투갈까지 침공해들어갔고 (물론 이는 .. 2019. 1. 28.
전쟁 비용 조달 -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 모든 전쟁에는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갑니다. 흔히 미국이 30년대의 대공황에서 빠져나온 것이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불황이 생길 때마다 네바다 사막이든 태평양 한가운데든 가상 표적을 세우고 거기에 병력과 함대를 동원해서 맹폭격을 가하지 않겠습니까 ? 결국 그렇게 전쟁하느라 쓴 돈은 누군가 갚아야 하는 법이고, 미국도 전후 20년 정도 최고 세율 90% 정도의 엄청난 소득세를 부과하여 그 비용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1913-2008 기간 중 미국 소득세 최고 세율의 역사입니다.) 나폴레옹 전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국이든 프랑스든 모두 누군가는, 정확하게는 결국 국민 전체가 전쟁 비용을 .. 2019. 1. 14.
세속 권력과 종교 권력의 충돌 : 사울 vs. 사무엘, 나폴레옹 vs. 비오 7세 고대 국가와 근대적 국가의 뚜렷한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정교 분리입니다. 마치 무협지에서 관은 무림의 일에 관여치 않고 무림도 관의 일에 관여치 않는 것이 불문률인 것처럼, 종교는 정치에, 반대로 정치도 종교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정교 분리입니다. 하지만 무림과 관이 서로 상대의 일에 관여치 않기로 한 것은 서로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무척 많기 때문입니다. 가령 좌랭선의 숭산파가 중원 제패의 야심을 품고 타 문파를 무력으로 공격하는 것이 관에서 볼 때는 산적떼들의 난동과 종이 한장 차이일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종교와 정치는 엄격히 구분된 것처럼 말은 하지만 사실은 겹치는 영역이 매우 많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예수님도 반란죄로 십자가형에 처해지셨고, 마호멧은 스.. 2019. 1. 7.
나폴레옹 시대의 아침 식사 광경 (발췌 번역) 제가 좋아하는 3대 나폴레옹 전쟁 소설 시리즈인 혼블로워, 샤프, 잭 오브리 시리즈들 중에서 아침식사 장면만 몇몇 번역을 해보았습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보세요. 다만, 출출한 야밤에 읽으시면 좀 곤란하겠네요. Mr. Midshipman Hornblower by C.S.Forester (배경 : 1795년 프랑스) --------------------- (프랑스 망명귀족들이 영국 해군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 퀴베롱 지역에 상륙합니다. 사관후보생 혼블로워는 통역으로 이들과 동행합니다.) 그들은 번쩍이는 구리 냄비가 벽에 걸린 커다란 주방으로 들어갔고, 말이 없는 여자가 커피와 빵을 내왔다. 그녀는 애국자로서 열정적인 반혁명주의자일 수도 있었겠지만, 최소한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의 감정은 .. 2018. 12. 27.
어느 병사의 주석 스푼 이야기 화제의 영화였던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 3 : 인피니티 워'에서 묘한 소품이 있었습니다. 토르가 우주 공간에서 떠돌다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일당의 우주선에 구출해낸 뒤, 뭔가 음식을 먹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토르는 상당히 조그만 구리 사발 같은 것에서 뭔가 수프 같은 것을 스푼으로 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타노스가 가오갤 일당 중 가모라를 붙잡은 뒤에, 가모라에게 '너 배고프지 않냐?' 라며 뭔가 먹을 것을 건네는데, 그게 토르가 먹던 것과 똑같이 생긴 조그만 구리 사발 같은 것이었어요. (유튜브를 열심히 검색해서 간신히 찾은 화면입니다. 원래도 좀 작은 사이즈의 사발인데 타노스의 손에 쥐니 거의 컵이네요. 토르가 먹던 사발 장면은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옵니다.) (인피니.. 2018.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