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상326

레이더 개발 이야기 (23) - 네덜란드로 구축함이 달려간 이유 공대공 레이더가 파장 길이 문제로 개발이 벽에 부딪힌 상태였던 것에 반해, 공대함 레이더인 ASV(Air-to-Surface Vessel) 레이더는 cavity magnetron이 개발되기 전에도 꽤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됨. 그러나 ASV도 더 좋은 진공관이 필요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는데, 이 문제는 송신기보다는 수신기에 더 민감했음. Bowen과 그의 팀은 가용한 진공관들을 이용하여 온갖 수신기 설계를 고안해보았으나, 대부분의 영국 전기전자 업체들은 쓸만한 수신기 설계에 실패하거나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음. 이제 막 전쟁이 시작될 무렵인지라 듣보잡(실은 극비)인 ASV 레이더 개발은 우선순위가 떨어졌던 것. 그러다 보웬은 우연히 BBC에서 실험하던 45MHz 텔레비전 방송 관련하여 Pye Electron.. 2023. 3. 2.
레이더 개발 이야기 (22) - 우연히 잡힌 신호 야간 전투기를 위한 공대공 레이더를 만들고 테스트하던 영국 공군 개발팀은 1937년 3월 Western Electric Type 316A 진공관을 이용하여 1.25m 길이의 파장을 가진 레이더를 복엽 폭격기 Handley Page Heyford에 장착하고 공중에서 테스트를 수행. (폭격기 Handley Page Heyford. 최고 속력 220km/h에 최대 폭장량 1.1톤에 불과. 1933년에 도입되었으나 1936년에는 이미 생산 중단.) 혹시나 하고 수행해본 테스트 결과는 역시나 신통치 않았음. 그 진공관에서 만들 수 있는 펄스파의 출력은 불과 100W에 불과했기 때문에 탐지할 수 있는 상대 항공기까지의 거리는 매우 제한적. 다만, 가만 보니 앞에 표적 항공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레이더 스코프에 .. 2023. 2. 23.
레이더 개발 이야기 (21) - 건국 이래 가장 귀중한 화물 과거의 전쟁은 더 많은 병력과 보급품, 더 강한 용기와 투지를 가진 측이 무조건 승리. 그러나 WW2에 들어서면서 기술적 진보가 그런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 점점 드러남. 이 와중에 WW2 개전 초기 유럽 전체를 장악한 나찌 독일에 맞서 싸우던 영국은 기술적 우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으나, 그걸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생산능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음. 하지만 당시 미국은 고립주의에 입각하여 여전히 중립. 아무리 WW1 때 같은 편이었고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한다고 해도, 전쟁은 피가 흐르고 내장이 터져나가는 끔찍한 사건. 거기에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음. WW1 때부터 국방 기술 분야에서 일했고, 우리가 오늘날 옥탄가(octane ratin.. 2023. 2. 16.
레이더 개발 이야기 (20) - 관제사를 키우자! 사진1은 WW2 당시 이탈리아의 자랑거리 Savoia-Marchetti SM.79 Sparviero. 원래 고속 중형 여객기로 개발되었다가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의 눈에 들어 재빨리 중형 폭격기로 개조됨. 당시 폭격기 개발 기조는 '빠른 속력으로 전투기의 추격을 뿌리친다'라는 것이었는데, 양날개 뿐만 아니라 기수에도 엔진이 달려 3개의 프로펠러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빠른 속력이 가능했기 때문. 덕분에 WW2 직전인 1937~1939년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중형 폭격기라는 기록을 남겼을 정도. 1940년 6월, 이 SM.79이 이탈리아령 에티오피아에서 출격하여 아라비아 반도 남쪽 영국의 주요 항구인 Aden을 폭격하러 출격. 아덴을 지키는 영국 공군 편대는 놀랍게도 복엽기인 Gloster Gl.. 2023. 2. 9.
레이더 개발 이야기 (19) - 레이더가 서말이라도 꿰어야... 과거 WW2 시절 전함들에서 가장 두껍게 장갑을 입혀 놓는 부분은 물론 탄약고. 현대적인 군함에서도 탄약고는 여전히 두꺼운 장갑으로 보호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두꺼운 장갑으로 보호되는 부분이 바로 CIC (combat information center). 레이더 등 각종 센서에서 취합된 정보들을 이용해 적함, 항공기와 미사일 등에 대한 요격/공격 명령과 통제를 내리는 곳으로서, 한마디로 군함의 두뇌.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방공 식별 및 통제. (USS Hornet (CV-12, 3만6천톤, 33노트)의 60년대식 CIC. 호넷은 WW2에서 활약한 Essex급 항모지만 이후 현대화 개장을 거쳐 1970년대까지 현역으로 활동.) 그러나 전에도 언급했듯이, WW2 초기 로열 네이비는 로열 에어포스와.. 2023. 2. 2.
레이더 개발 이야기 (18) - 공습도 예보가 되나요? 로열 에어포스는 레이더의 종주군(?)답게 다우딩 장군의 세심한 감독하에 체계적인 레이더 경보 및 그에 따른 요격 체계를 갖춤. 그러나 로열 네이비는 레이더를 곁가지로 시작했고 또 공군처럼 도시와 공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대 방공만 하면 되었으므로 체계적인 요격 체계를 갖출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음. 그러다보니 아랫것들끼리 알아서 체계를 만들어야 했음. 가령 1939년 9월, 사상 최초로 실전에서 레이더로 적기를 탐지한 전함 HMS Rodney는 120km 밖에서 독일 공군기들을 포착했고, 바로 옆에 항모 HMS Ark Royal이 있었으므로 요격 함재기들을 출격시킬 수 있었음. 그러나 안 했음. 레이더로 보아하니 다른 곳을 공습하러 가는 적기들인데 구태여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따라서 .. 2023. 1. 26.
레이더 개발 이야기 (17) - 미드웨이 해전의 미국산 레이더 영국과 미국은 같은 언어와 인종에 역사와 문화까지 어느 정도 공유하는 국가이므로 지금도 찰떡궁합으로 붙어다니는 사이. 하지만 WW2가 시작되고 군사 동맹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은 군사기밀을 서로 감추고 있었음. 가령 항공모함에서 위험한 가솔린 항공유를 어떻게 보관해야 안전한지 로열네이비는 알고 있었지만 1940년까지도 미해군에게는 그걸 알려주지 않았음. 로열 에어포스가 형제의 나라 미국에게는 레이더 개발에 대해 힌트를 주었을까? 처음에는 전혀 주지 않았음. 그러나 이미 미해군은 레이더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었음. 실은 1930년에 이미 그 가능성을 보고 이미 시작을 하고 있었음. 아래 그림은 HMS Ark Royal의 단면도. 1937년에 진수된 아크 로열은 전함 또는 전투순양함을 개조한 것이 아니라 처.. 2023. 1. 19.
레이더 개발 이야기 (16) - 마침내, Cavity Magnetron! 여러가지 꼼수로 버텨보긴 했지만, 영국 공군 레이더 개발팀은 결국 당시 진공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제대로 된 공대공 레이더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당시 진공관은 미터 단위의 파장을 가진 장파 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그로 인해 비교적 작아야 하는 항공기 탑재용 레이더에서는 전파에 방향성을 주는 것이 불가능했고, 그 때문에 지표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사파 등의 온갖 난제를 극복할 방법이 없었음. 하지만 생각해보면 영국 공군의 Chain Home 레이더만 하더라도 (비록 앞면 뒷면 정도의 방향성 밖에 없었으나) 일부 방향성을 주긴 했었음. 이건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핵심은 야기-우다 안테나(Yagi-Uda Antenna)의 원리. 야기-우다 안테나는 전기 신호를 받아들여 전파를 생성하는 활성.. 2023. 1. 12.
레이더 개발 이야기 (15) - 진공관의 한계와 ChatGPT Cavity magnetron이 없던 시절인 1939년, 이미 영국은 훌륭한 지대공 레이더인 Chain Home 시스템을 운용. 이 체인홈 레이더에서는 20 ~ 55 MHz의 전파를 사용. 이렇게 비교적 낮은 주파수, 즉 긴 파장의 전파를 썼기 때문에 radar beam의 폭은 150도 정도로 넓게 퍼질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바다 위에 나타나는 독일 폭격기를 잡아내는 데는 요긴한 역할을 수행. 이 체인홈에서도 인덕터와 커패시터를 결합한 LC 공명회로를 이용하여 주파수를 만들었을까? 맞음. 1915년 미국 엔지니어 Ralph Hartley가 발명한, 2개의 직렬 인덕터와 1개의 커패시터를 병렬로 연결한 Hartley oscillator를 약간 변형하여 사용함. 아래 그림1이 체인홈의 단순화된 회로. .. 2023. 1. 5.
레이더 개발 이야기 (14) - 19세기에는 파동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WW2 중 제대로 된 공대공 레이더를 개발하려던 영국 공군의 치열한 노력은 결국 cavity magnetron이라는 소자를 만들어 내면서 결실을 맺음. 이 캐버티 마그네트론 덕분에 연합군은 전쟁 내내 훨씬 우수한 레이더로 독일과 일본을 제압. 캐버티 마그네트론 덕분에 연합군은 그야말로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자신만 야시경을 가진 것과 같은 우월함을 누렸음. 그런데 이 캐버티 마그네트론 없이도 영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도 레이더를 만들어 잘 운용했었음. 캐버티 마그네트론 없이 어떻게 수십 MHz에 이르는 주파수를 만들어냈을까? 그 이야기까지 가려면 먼저 18세기 중반 독일 포메른 지방으로 가야함. Ewald Georg von Kleist라는 카톨릭 수사가 있었는데, 전기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2022. 12. 29.
레이더 개발 이야기 (13) - 야간 전투기의 다양한 꼼수 보웬이 만들던 공대공 레이더 AI (Airborne Interception) Mark II는 여태까지 기술했듯이 많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이젠 정말 곧 전쟁이 터진다고 판단한 영국 국방부는 그 미완성인 AI Mk II를 생산하여 30대의 Bristol Blenheim (사진1)에 장착하라는 주문을 냄. 브리스톨 블렌하임은 원래 민간 여객기로 1935년에 개발된 것이었는데, 바로 작년에 복엽 폭격기인 Handley Page Heyford를 최신예 폭격기랍시고 도입했던 영국 공군은 그 단엽기에 전신을 듀랄루민으로 만든 멋진 고속 쌍발 여객기 블렌하임에 홀딱 넘어가서 2년 만에 폭격기로 개조하여 도입했던 기종. 폭격기로서도 그저 그런 성능이었지만 그래도 쌍발 엔진에 장거리 전투반경을 가지.. 2022. 12. 22.
미군 탱크병이 먹는 제육덮밥의 정체는? - Minute Rice 이야기 저는 군대 밥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종종 찾아봅니다. 오늘 글은 Armour and Company라는 이름의 미국 식품 회사에서 생산한 기갑 부대용 5인 1세트의 C ration 광고 포스터에 나온 메뉴 중 하나에 대한 것입니다. (Armour and Company라고 하니까 기갑 부대 전용의 특별한 전투식량만 생산하는 회사처럼 오해되기 쉽습니다만, 아머 & 컴퍼니는 시카고에 근거를 둔 대형 육류회사 이름입니다. Philip Danforth Armour를 중심으로 한 아머 형제들이 1867년 설립한 회사로서, 남북 전쟁 이후 철도와 전신이 미국 서부 개발을 촉진하면서 성장한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입니다. 위 사진은 1910년에 찍은 시카고의 아머 & 컴퍼니 사의 전경입니다.) (.. 2022.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