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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5

레이더 개발 이야기 (34) - Orfordness의 등대 WW2 중 독일의 전파를 이용한 항법 기술은 사악한 영국놈들의 jamming을 당해서 망했을 뿐, 기술 혁신의 산물. 그런데 왜 영국애들은 왜 그런 기술 혁신을 못 이루었을까?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영국애들도 전파를 이용한 항법은 그 전부터 연구했고 실제로 구현도 했음. Loop antenna를 이용한 전파 방향 탐지(radio direction finding, RDF)는 무선통신 초기 때부터 있었던 기술이었고, 따라서 이걸 이용하여 초장거리 등대로 사용하려는 계획은 예전부터 있었음. 그러나 잘 안 되었던 이유는 필요한 고리형 안테나의 크기 때문. 정확한 방향을 잡으려면 고리형 안테나가 커야 했는데, 5미터짜리 대형 loop antenna는 선박에서도 부담스러운 물건이었으므로 항공기에서는 더더욱 불가.. 2023. 5. 18.
레이더 개발 이야기 (33) - 농락 당한 애꾸눈 신 코벤트리 폭격 이후 익스거레트조차 영국놈들의 전파 방해에 막히게 되자 루프트바페는 준비하고 있던 비장의 마지막 카드를 내밈. 이건 X-Gerät의 뒤를 잇는 Y-Gerät. 영국이 이 입실론거레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역시나 독일의 암호 체계 Enigma를 해독했기 때문. 입실론거레트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자주 나오기 시작하고 영국의 전파 방해에 지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폭격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 로열 에어포스는 대체 이번에는 어떤 원리를 이용한 전파 항법이길래 재밍을 피할 수 있는 것일까를 고민. 그런데 이니그마를 자세히 분석해보니, 입실론거레트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자주 등장. 그 이름은 보탄(Wotan). 고대 독일 신화에 등장하는 보탄은 스칸디나비아의 오딘에 해당하는 신. 그런데 입.. 2023. 5. 11.
레이더 개발 이야기 (32) - The Reich strikes back 전파 항법 시스템인 크니커바인(knickebein)이 영국놈들에 의해 재밍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루프트바페는 전쟁 전부터 준비해오던 비장의 무기 X-Gerät (익스거레트, X-기구, X-apparatus)를 서둘러 실전 배치. 기존 크니커바인에 비해 2배 더 높은 주파수인 60 MHz로 운용되어 훨씬 더 좁고 정밀한 전파 beam을 쏜다는 것도 차이였고, 단지 2개의 빔을 교차시키는 것이 아니라 Weser라는 항법용 전파에 Rhein, Oder, Elbe라는 강 이름을 딴 3개의 평행 전파를 교차시키는 것도 차이였지만, 가장 큰 차이는 저렇게 교차 전파 신호를 받으면 폭탄이 자동으로 투하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 크니커바인이 쉽게 재밍되었던 것은 그 원형인 로렌츠 시스템부터 나타났던 문제. 민간용 .. 2023. 5. 4.
레이더 개발 이야기 (31) - 다리가 굽은 까마귀의 비상과 추락 당시 영국군은 이름까지는 모르고 있었으나, WW2 초기 루프트바페가 사용하던 전파 항법 시스템의 이름은 Knickebein (크니커바인, '굽은 다리'라는 뜻으로 북구 신화에 나오는 까마귀의 이름). 이 시스템은 31 MHz라는 당시로서는 꽤 높은 주파수의 전파를 커다란 야기(Yagi-Uda) 안테나를 이용하여 좁은 각도의 지향성 전파로 쏘는 것이 핵심. 하나의 source에서 발생시킨 전파를 두 대의 안테나로 duplexer switch를 통해 분기시켜 쏘았으므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다보니 그 안테나 모양은 약간 굽은 형태를 띠게 되었음. 또한 앞서 설명한 사정거리 50km 정도의 Lorentz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형상만 커다랗게 하여 사정거리를 늘린 것이다보니, 안테나가 엄청나게 커졌음. 그러.. 2023. 4. 27.
레이더 개발 이야기 (30) - 독일 공군의 비밀 Butt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처칠부터 데본셔의 농부 아저씨까지 영국인들 모두가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들이 독일 주요 공장 지대를 다 때려부수고 있다고 믿었음. 로열 에어포스의 폭격기 사령부 (Bomber Command)에서 그렇게 주장한 것도 이유였지만, 당장 루프트바페 폭격기들이 영국의 주요 공장과 도시를 야밤 중에도 잘만 때려 부수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 독일 애들이 하는 것을 영국인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루프트바페의 폭격 패턴을 보면 좀 이상한 구석이 있기는 했음. 대부분 엉뚱한 곳에 폭탄을 떨구긴 하는데, 가끔씩 일부 폭격기 편대는 아주 정확하게 폭탄을 떨구는 것. 처음에는 그냥 '저 편대에는 수학 잘하는 항법사가 있었고 저 편대 항법사는 수학을 잘 못하는 모양.. 2023. 4. 20.
레이더 개발 이야기 (29) - 한밤중의 길찾기 소위 Battle of Britain이라고 불리는 싸움은 1940년 9월부터 1941년 6월까지 루프트바페의 영국 폭격 및 그에 대한 로열 에어포스의 요격이 주된 양상이었지만, 그 이전부터도 로열 에어포스도 당하고만 산 것은 아니었고 바다를 건너 독일군 목표물에 대해 폭격을 단행. 1939년 말까지만 해도 로열 에어포스의 폭격기들은 (아직 프랑스 항복 이전이었으므로) 프랑스 동부의 전선이나 네덜란드, 그리고 발트 해 연안의 각종 섬과 독일 해군 기지 등에 대해 과감한 폭격 작전을 주간에 실시. 이유는 유럽 대륙은 넓고 루프트바페의 전투기는 한정적이었으므로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들에 대한 요격이 그다지 조직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했기 때문. 그러나 1939년 12월 18일, 22대의 Vickers Welli.. 2023. 4. 13.
레이더 개발 이야기 (28) - 항법사가 되기 위한 길 WW2 중간에 개발된 공대지 레이더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항법사(navigator)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야 함. 1939년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 사령부 산하에는 총 280대의 폭격기가 존재. 그러나 WW2가 발발하면서 폭격기 사령부도 급격히 팽창하여 1942년 5월말 쾰른(Cologne) 야간 폭격 작전 한 번에 로열 에어포스는 한꺼번에 무려 1천대의 폭격기를 투입. ** 그림1은 영국의 쾰른 폭격을 기념하는 '공식' 그림. 참고로 쾰른(Köln)의 영어 이름은 프랑스식인 콜로뉴(Cologne). 지금은 라인 강변 동쪽까지 확장되었지만 원래 프랑스와 독일의 자연 경계인 라인 강의 서쪽에 위치한 도시로서, 원래는 게르마니아를 통치하던 로마의 근거지 노릇을 하던 병영 도시. 여기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 2023. 4. 6.
레이더 개발 이야기 (27) - 기술 싸움과 머리 싸움 공대함 레이더 ASV Mk II와 Leigh 탐조등 조합이 이제 막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지 2~3달 된 1942년 8월 경부터 로열 에어포스 해양 초계기들 중 일부가 이상한 경험을 하기 시작. 레이더 스코프에 유보트를 포착하고 신이 나서 달려가보면 귀신처럼 유보트가 사라졌다는 것. 처음에는 레이더 오작동인가 싶었으나 곧 독일놈들이 레이더 전파를 수신하여 초계기가 다가온다는 것을 경보하는 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음. 9월 경에는 모든 초계기들이 그런 현상을 경험하기 시작.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는 FuMB 1 (Funkmessbeobachtungsgerät, 전파 측정 장치)라는 공식 명칭이지만 실제로는 그 장치를 만든 파리 소재 프랑스 회사의 이름을 따 그냥 Metox라고 불리는 간단한 장치 덕분. .. 2023. 3. 30.
레이더 개발 이야기 (26) - 어둠 속의 빛 레이더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송신 펄스(pulse)파의 길이를 짧게 만드는 것. 이것이 길면 레이더가 탐지할 수 있는 물체와의 최소거리가 너무 길어지게 됨. 펄스가 발사되고 있는데 반사파가 되돌아오면 탐지가 불가능하기 때문. 전파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니 펄스 길이가 1 micro-second (µs)일 경우 최소 탐지거리는 약 150m. 그런데 WW2 기술로는 영국 공군이 대잠 초계기에 장착한 공대함 레이더 ASV Mk II의 최소 탐지거리는 900m 이상. (레이더 송신 펄스파의 길이(width)에 대한 그림. 저 펄스 길이가 짧을 수록 레이더의 최소 탐지 거리가 짧아지므로 좋은 것.) WW2 당시 U-boat는 부상한 상태로 작은 sail (잠수함 위쪽에 불쑥 솟아난 구조물)만 물 위로 내민 채 디.. 2023. 3. 23.
레이더 개발 이야기 (25) - 전쟁은 깡이 아니라 창의력으로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항법용 외에는 실제 전과가 별로 없었던 ASV Mk. I 공대함 레이더를 개량한 ASV Mk. II는 실은 그냥 개장된 Mk. I으로서, 기본적인 성능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음. 그냥 수신기 및 전기장치를 좀더 안정적으로 재구성했는데, 그나마 1940년 여름에야 공급이 시작됨. 첫 전과가 나온 것은 1940년 11월 30일. Armstrong Whitworth Whitley 초계기가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만인 Biscay 만에서 U-boat (U-71)를 레이더로 포착하고 공격하여 손상을 입힌 것. 그러나 U-71은 손상만 입었을 뿐 문제 없이 살아남아 연합군의 대서양의 보급로에서 계속 피해를 입힘. 해양 초계기에 ASV를 장착하면서부터 U-boat에 대한 주간 공격 횟수가 20% 정.. 2023. 3. 16.
레이더 개발 이야기 (24) - 초도기의 위력 1939년 후반부터 ASV(공대함) 레이더는 Fairey Swordfish와 Lockheed Hudson 등의 항공기에 순차적으로 설치 시작하여 1940년 초부터는 실제 전력화에 들어감. ASV 레이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AI(공대공) 레이더는 1940년 7월 경에나 최초로 전력화에 들어갔기 때문에, 결국 영국 공군의 ASV Mark I 레이더가 세계 최초의 항공기 탑재 레이더가 됨. (경폭격기 및 초계기로 사용된 Lockheed Hudson. 원래 여객기로 개발된 것을 군용으로 전용한 것. 록히드사의 항공기 고객 중 최초의 주요 구매 고객이 바로 로열 에어포스였고 그 첫 주문이 이 헛슨 폭격기 200대였음.) (게리 올드먼 주연의 처칠 영화 'The Darkest Hour'. 그 영화 중간에 처칠이.. 2023. 3. 9.
레이더 개발 이야기 (23) - 네덜란드로 구축함이 달려간 이유 공대공 레이더가 파장 길이 문제로 개발이 벽에 부딪힌 상태였던 것에 반해, 공대함 레이더인 ASV(Air-to-Surface Vessel) 레이더는 cavity magnetron이 개발되기 전에도 꽤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됨. 그러나 ASV도 더 좋은 진공관이 필요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는데, 이 문제는 송신기보다는 수신기에 더 민감했음. Bowen과 그의 팀은 가용한 진공관들을 이용하여 온갖 수신기 설계를 고안해보았으나, 대부분의 영국 전기전자 업체들은 쓸만한 수신기 설계에 실패하거나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음. 이제 막 전쟁이 시작될 무렵인지라 듣보잡(실은 극비)인 ASV 레이더 개발은 우선순위가 떨어졌던 것. 그러다 보웬은 우연히 BBC에서 실험하던 45MHz 텔레비전 방송 관련하여 Pye Electron.. 2023.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