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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3

레이더 개발 이야기 (39) - 센티미터의 마법 공대공 레이더 연구를 시작하던 "Taffy" Bowen이 개발 초창기 1.5m 파장 길이의 상대적 낮은 주파수 전파로 테스트를 할 때부터, 이미 레이더 스코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뚜렷한 반사파가 잡히는 것을 알고 있었음. 그런 물체들은 부두의 구조물, 절벽, 선박 등이었는데 공통점은 물 위에 수직으로 서있는 물체들이었다는 것. 이는 전파를 잘 반사하지 않는 매끈한 수면 위에 수직으로 서있는 물체가 상대적으로 뚜렷한 반사파를 보내기 때문이었고, 이 발견을 이용해 공대함 레이더 ASV를 만들어 대잠수함 작전에 매우 잘 활용했음. (전에 ASV 설명하면서 그렸던 이 그림 기억하시는지. 위가 지표면에 부딪히는 전파의 반사이고 아래가 해면에 부딪히는 전파의 반사.) 공대함 레이더가 가능하다면 공대지 레이더도 가.. 2023. 7. 20.
레이더 개발 이야기 (38) - 바보야, 지구는 둥글쟎아! Gee를 이용한 폭격을 시작하고서도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 사령부(Bomber Command)는 그렇게까지 행복해하지 않았음. 이유는 일단 정확도. Gee의 개념 특성상, 기지국에서 멀면 멀수록 정확도가 점점 더 떨어짐. 그러니 격추된 영국 랭카스터 폭격기에서 수거한 Gee 수신기를 수리하여 자국 폭격기에 싣고 영국의 밤 하늘로 날아온 루프트바페에게는 Gee가 꽤 정밀한 폭격 유도를 해주었으나, 정작 정품 사용자인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들은 머나먼 독일에서는 꽤나 부정확했음. 독일 쾰른 상공에서는 오차가 1.6km까지도 벌어졌는데, 당시 폭탄의 살상 범위는 건물의 경우 10m 이내, 사람의 경우 100m 이내였기 때문에 이건 정밀 폭격과는 거리가 멀었음. 그래서 그런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로열 에어포스는 갖.. 2023. 7. 13.
레이더 개발 이야기 (37) - 피해갈 수 없는 jamming과의 싸움 1941년 8월, 로열 에어포스는 Gee의 효용성에 확신을 가지고 양산을 결정. 그러나 양산 결정을 한다고 당장 수신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며, 생산라인 갖추고 충분한 개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다음해인 42년 5월 경에나 가능. 당장 전쟁이 급한 로열 에어포스는 먼저 손으로 한땀한땀 납땜을 해서라도 300개만 먼저 만들어달라고 독려. 그나마 그런 수제 Gee 수신기도 42년 1월에나 만들어짐. 그렇게 만들어진 수제 Gee 수신기를 이용한 첫 공습은 42년 3월 8일 밤에 200대의 폭격기를 동원한 서부 독일의 Essen 공습 작전. 몇몇 폭격기에 Gee 수신기를 장착하여 선두에 서게 한 것. 목표물은 이 도시에 있던 Krupp사의 공장이었으나 정작 이 공장에는 폭탄이 하나도 안 떨어지고 .. 2023. 7. 6.
레이더 개발 이야기 (36) - 이제 우리는 독일로 간다 1939년 말까지 로열 에어포스의 폭격기들은 발트 해 연안의 독일 해군 기지 등에 대해 과감한 주간 폭격을 실시하고도 큰 피해가 없었음. 이유는 프랑스도 아직 항복하지 않았고 루프트바페의 전투기는 한정적이었으므로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들에 대한 요격 활동이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1939년 12월 18일, 22대의 Vickers Wellington 폭격기들이 헬리골란트 만의 빌헬름스하벤(Wilhelmshaven) 항구를 공격할 때, 한 떼의 루프트바페 전투기들이 그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정확하게 달려들어 개박살을 내놓음. 결국 22대의 웰링턴 폭격기들 중 10대가 격추되었고 2대는 손상을 입고 바다에 불시착했으며 기지로 돌아온 10대 중 3대는 손상이 너무 커 폐기처분될 정도. 독일 전투기들.. 2023. 6. 29.
Showing the flag - 항모, 폭격기, 핵잠함 최근 부산항에 들어온 Ohio급 핵잠수함 USS Michigan(SSGN-727, 1민8천톤, 20노트)은 원래 부산에 자주 왔음 (2010, 2015, 2017). 특히 2010년에는 4월에 부산 입항한 이후 불과 2달만인 6월에 부산에 또 왔음. 이 떄는 특수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중국이 동중국 해에서 미사일 시험을 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기 때문.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고로 무력 시위를 하기로 했고, 그 수단으로 2010년 6월 28일, 3척의 Ohio급 핵잠수함을 중국 근처에서 일제히 부상시켜 중국에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 이건 잠수함을 현시 효과 (showing the flag) 수단으로 사용한 매우 희귀한 사례. 원래 현시 효과가 좋은 것은 항공모함. 원래 항공.. 2023. 6. 22.
레이더 개발 이야기 번외편) - SLBM과 천문 항법 이야기 1960년대까지만 해도 폭격기는 물론 보잉 747 같은 민항기에서도 조종석 꼭대기에 sextant port(육분의 구멍)이 있어서 그걸로 별을 보고 현재 위치를 계산. 공군 혹은 해군 사관학교를 나왔는데 육분의 사용법을 모르는 것은 동네 창피한 이야기. (1960년대 보잉 747 조종석의 sextant port) (1959년, 영국 폭격기 Victor의 Mk2C sextant 사용 모습) 그러나 1998년부터 미해군 사관학교에서는 더 이상 celestial navigation을 가르치지 않음. 이유는 너무 어려운 과목인데 어차피 위성 항법 시대라는 것. 실제로 non-engineering 과목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불평불만이 많았음. 대부분의 장교들은 평생 단 한번도 써보지 않을 기술을 익히는데 너무 많.. 2023. 6. 15.
레이더 개발 이야기 번외편) - 꿀벌과 순항 미사일 이야기 WW2 당시 양측 폭격기들의 항법 관련 이야기를 보면 해와 별을 보고 길을 찾는 것은 진짜 어려운 일. 독일 공군이 쓰는 전파 항법 시스템에 재밍을 했더니, 독일 폭격기가 영국 비행장에 착륙한 뒤에 독일이 아닌 것을 알고 당황하더라는 이야기까지 있음. 그런데 꿀벌은 벌집에서 최대 12km까지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꿀을 따움. 몸집 크기를 비교하면 사람으로 치면 2천km 밖까지 날아가는 셈. 다들 아시다시피 벌에게는 GPS는 커녕 육분의도 나침반도 시계도 없음. (아마 밤에 꽃밭에서 꿀벌 보신 분들이 거의 없을 텐데, 왜 그런지 생각해보신 적 있는지?) Q1. 똑똑하다는 공군 항법사들도 그 정도면 자기 기지를 못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꿀벌은 대체 어떻게 집을 찾아 돌아올까? : 핵심은 태양. 꿀벌은 기.. 2023. 6. 8.
1918년, 초소형 항공모함과 제펠린 이야기 덴마크 서해안과 독일 북해안이 이루는 만이 그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의 이름을 따서 Heligoland Bight라고 부름. 이 헬리골란트 만은 1914년 벌어진 해전 이후 영국 해군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독일군이 장악한 바다. 바다엔 독일 해군 함정들도 있지만 독일 해군이 기뢰를 잔뜩 깔아 놓았기 때문. 그래도 이 일대에 기지를 둔 독일 해군 잠수함과 제펠린 비행선이 뭘 하고 있는지 정찰은 해야 하는데, 영국 해군 수상함정으로는 접근이 안 되니 항공기로라도 접근을 해야 함. 그러나 당시 항공기들은 그렇게 항속 거리가 길지 않아, 영국에서 이륙해서는 거기까지 왕복이 안 됨. (지도 오른쪽 윗부분에 보이는 섬이 Heligoland이고 그를 둘러싼 막힌 바다가 Bight of Heligoland.).. 2023. 6. 1.
도대체 Bonhomme Richard는 누구인가? 최근에 어떤 책에서 어떤 분이 Charles de Gaulle을 "찰스" 드 골이라고 번역을 해놓아 화제(...라기보다는 조롱의 대상)가 되었습니다. 사실 비영어권 유럽인들의 이름을 번역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미국인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 샤를 드 골을 그냥 찰스 '디'골이라고 읽는데, 그걸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많지 않습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피렌체를 플로렌스로 부르거나, 가또 키요마사를 가등청정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국내 번역 서적이 프랑스나 폴란드 등 비영어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국이나 미국에서 나오는데, 그런 책 속에는 비영어권 사람 이름조차도 그냥 영어화된 철자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가령 프랑수아(Francois)를 아예 .. 2023. 5. 29.
레이더 개발 이야기 (35) - 독일의 태양, 영국을 비추다 WW2 발발전 민간용 항공기의 착륙 유도용으로 Lorenz 시스템을 만들었던 Ernst Kramar는 루프트바페로부터 전파 항법 시스템에 대한 도움 요청을 받자 로렌츠를 더욱 확장 발전시켜 보편적 항공기용 전파 항법 시스템을 만듬. 크라머 박사는 그를 위해 획기적인 기술적 돌파를 마련했는데, 지향성 전파를 좁은 beam으로 쏘는 로렌츠 시스템의 특성과 영국이 만든 Orfordness Beacon의 '회전 신호' 특성을 결합한 것. 그 결과가 바로 Sonne (독일어로로 '태양'). 실은 이 존너라는 것은 WW2 발발 이전에 이미 개발을 해놓은 Elektra의 확장 보완판. 교양인이었던 크라머 박사는 원래 WW2 전에 만든 전파 항법 시스템 이름을 리카르트 스트라우스의 오페라 주인공 이름을 따서 '엘렉트라.. 2023. 5. 25.
레이더 개발 이야기 (34) - Orfordness의 등대 WW2 중 독일의 전파를 이용한 항법 기술은 사악한 영국놈들의 jamming을 당해서 망했을 뿐, 기술 혁신의 산물. 그런데 왜 영국애들은 왜 그런 기술 혁신을 못 이루었을까?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영국애들도 전파를 이용한 항법은 그 전부터 연구했고 실제로 구현도 했음. Loop antenna를 이용한 전파 방향 탐지(radio direction finding, RDF)는 무선통신 초기 때부터 있었던 기술이었고, 따라서 이걸 이용하여 초장거리 등대로 사용하려는 계획은 예전부터 있었음. 그러나 잘 안 되었던 이유는 필요한 고리형 안테나의 크기 때문. 정확한 방향을 잡으려면 고리형 안테나가 커야 했는데, 5미터짜리 대형 loop antenna는 선박에서도 부담스러운 물건이었으므로 항공기에서는 더더욱 불가.. 2023. 5. 18.
레이더 개발 이야기 (33) - 농락 당한 애꾸눈 신 코벤트리 폭격 이후 익스거레트조차 영국놈들의 전파 방해에 막히게 되자 루프트바페는 준비하고 있던 비장의 마지막 카드를 내밈. 이건 X-Gerät의 뒤를 잇는 Y-Gerät. 영국이 이 입실론거레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역시나 독일의 암호 체계 Enigma를 해독했기 때문. 입실론거레트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자주 나오기 시작하고 영국의 전파 방해에 지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폭격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 로열 에어포스는 대체 이번에는 어떤 원리를 이용한 전파 항법이길래 재밍을 피할 수 있는 것일까를 고민. 그런데 이니그마를 자세히 분석해보니, 입실론거레트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자주 등장. 그 이름은 보탄(Wotan). 고대 독일 신화에 등장하는 보탄은 스칸디나비아의 오딘에 해당하는 신. 그런데 입.. 2023.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