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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3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4) - 일본 해군은 뭘 잘못 했나? 지난 편을 요약하면 호넷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항로를 잘못 잡는 바람에 일본 기동부대를 찾지 못하고 허탕을 쳤고, 호넷/엔터프라이즈/요크타운의 뇌격기들은 CAP을 치고 있던 제로센들에게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듬. 요크타운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가장 마지막으로 늦게 출발했으니 그렇다치고,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었을까? (예쁜 돈틀리스의 그림. 나중에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많은 폭탄을 실을 수 있었던 Helldiver 폭격기가 나온 뒤에도 해군 조종사들은 돈틀리스를 더 선호. 이유는 저속에서의 조종성이 좋아서 항모 착함이 매우 쉬웠기 때문. 그건 단지 조종사들이 실력이 없거나 편한 것만 찾아서가 아님. 많은 함재기 조종사들이 비전투 착함 사고로 희생된.. 2024. 1. 4.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미해군 항모들의 역주행 한편, 요크타운에서는 플렛처 제독이 새벽 5시 반 경에 PBY Catalina 수상정으로부터 일본 기동부대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음. 원래 당연히 공격 성공 확률은 대규모 편대를 모아서 한꺼번에 날리는 것이 좋음. 그러나 정작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은 모두 일본 기동부대를 찾아 정찰임무를 띠고 날아다니고 있었음. 이럴 땐 어쩌지?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이 귀환하여 급유 및 폭탄 장착을 마친 뒤 호넷과 엔터프라이즈의 폭격기/뇌격기들과 함께 다 같이 날아가야 하나? (Consolidated PBY Catalina는 원래 정찰 및 폭격용으로 만들어진 장거리 수상정. PBY에서 PB는 Patrol Bomber를 뜻하고 Y는 그 제작사인 Consolidated사에서 지정한 코드명. 보시다시피.. 2023. 12. 28.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2) - 양측의 우선순위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은 절대 열세였던 미해군이 막강한 세력의 일본해군을 때려부순 전투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알고 보면 양군의 전력은 거의 엇비슷. 당시 미해군에게 가용했던 항모는 USS Enterprise, USS Hornet, USS Yorktwon 3척이었고 일본해군은 4척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일본측이 훨씬 더 우월한 것 같지만, 미해군 항모들은 배수량에 비해 함재기를 더 많이 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유 항공기 대수는 약 233대로서, 일본 항모 4척이 보유한 항공기 248대와 엇비슷. 거기에다 낡은 기종이거나 쾌속 함정 폭격에는 부적절한 고공 폭격기라서 별 쓸모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미드웨이 육상 기지에 배치된 전투기와 폭격기가 120대 넘게 있었으므로 어찌 보면 미군에게 더 유리했던 상.. 2023. 12. 21.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1) - 과묵한 일본 조종사 지난 편을 요약하면, 산호해 해전에서 USS Lexington이 왜 격침되었는가를 조사한 미해군은 '레이더 팀에게 넓은 방에 작도 장비와 칠판 등을 충분히 주고 통신 시설 강화하라'는 결론을 도출했음. 일본해군에게 조사를 시켰으면 조종사들 정신 교육을 강화하라는 결론이 나왔을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미해군과 일본해군의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통신이었음. 흔히 군대는 총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급으로 싸운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통신. 전통적으로 육군이야 전령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고 유선통신 발명 이후로는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하면 되었으므로 큰 문제가 없었으나, 해군은 예로부터 함선 간에, 그리고 해안 요새와 함선 간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 2023. 12. 14.
리튬 배터리를 극혐한 공군 장성들 James Webb 우주망원경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는 영국방산업체인 BAE가 IBM PowerPC 아키텍처 기반으로 만든 RAD750. 그렇게 으리으리한 우주탐사 장비에 들어가는 무척 비싼 프로세서니까 엄청난 고성능 제품일 것 같지만 clock speed는 고작 200MHz.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뿐만 아니라 화성 탐사 로봇차량인 rover에도 바로 이 processor가 사용되었음) 이처럼 군용 및 우주항공 분야의 전자장비는 민간에서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저사양 제품을 쓰는 것이 상식. 군용 장비 뿐만 아니라 민간용에서도 항전(avionics) 하드웨어는 성능이 아니라 확실한 안정성과 신뢰성이 더 중요하기 떄문. 게다가 어차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계산값이 나오기만 하면 되니까 굳이 더 빠른.. 2023. 12. 7.
레이더 개발 이야기 (57) - 렉싱턴의 최후 (하) 일본 뇌격기들 18대 중 14대는 렉싱턴을, 4대는 요크타운을 노리고 달려듬. 이 중 3대는 항모 위에서 CAP을 치고 있던 와일드캣들이 격추. 그리고 북동쪽으로 일본기들을 찾아 날아갔다 허탕을 치고 되돌아온 와일드캣들이 추가로 1대를 격추. 이 뇌격기들을 호위하던 제로 전투기들은? 얘들은 항모 주변을 순찰하던 돈틀리스 폭격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음. 무려 4대의 돈틀리스들이 격추됨. 이렇게 난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본 뇌격기들은 침착하게 체계적으로 렉싱턴을 공략. 이들은 각자 맡은 방위각에서 렉싱턴을 노리고 어뢰를 투하. 렉싱턴의 함장 셔먼 대령이 보니 이쪽 어뢰를 피하려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면 저쪽에서 헤엄쳐오는 어뢰를 맞겠고, 반대로 왼쪽으로 틀면 이쪽에서 달려오는 어뢰를 맞을 판. 동시에 고공에서는.. 2023. 11. 30.
레이더 개발 이야기 (56) - 렉싱턴의 최후 (상) 운명의 5월 8일, 아침 8시 7분 경 길(Red Gill) 대위의 레이더는 렉싱턴으로부터 330도 (그러니까 약간 북서쪽) 35km 지점에서 뭔가를 포착. 관찰을 해보니 240도 방향, 즉 남서쪽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음. 길 대위는 즉각 CAP을 그 지점으로 유도해서 확인을 시켰으나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레이더 상에서도 사라짐. 길 대위는 그것이 snooper, 즉 일본 해군 정찰용 수상기 같았으며 그것이 아군 함대를 보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함대 사령관인 플렛처 제독에게 보고. 바로 직후인 8시 20분, 렉싱턴에서 일본 항모를 찾으라고 날려보냈던 정찰용 Dauntless 급강하 폭격기들 중 한 대가 북쪽 280km 지점에서 일본 함대를 발견했으며, 그것들이 15노트의 속도로 똑.. 2023. 11. 23.
레이더 개발 이야기 (55) - 친구인가 적인가? 전편에서 언급했듯이, 당시의 CXAM radar는 손으로 일일이 안테나를 돌려가며 한참동안 그 목표물을 추적 관찰하면서 방위각과 거리, 속도와 방향을 계산하고 그래프를 보고 고도를 추측해야 하는 물건. 따라서 100여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자동으로 추적하며 수십개의 목표물과 동시 교전을 할 수 있는 현대적 Aegis radar와는 차원이 달랐음. 무엇보다, 여러 대의 적 편대가 따로 따로 나타날 경우 레이더 운용사는 정말 손발이 바빠질 수 밖에 없었음. 당시 항모의 공중전 상황에서 2개 이상의 편대를 추적할 일이 많았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있었음. 왜냐하면 적기 뿐만 아니라 아군 항모를 지켜주는 CAP (Combat Air Patrol) 전투기들이 항상 있었기 때문. 아군 CAP을 적기 쪽으로 유도,.. 2023. 11. 16.
레이더 개발 이야기 (54) - 방위각, 거리, 그리고... 고도! 이렇게 혁혁한 공을 세우는 CXAM radar를 가진 항모 USS Lexington도 결국 산호해 해전에서 일본 뇌격기들의 어뢰를 쳐맞고 해저로 꼬로록. 여태까지의 활약을 보면 천리안 역할을 하는 CXAM 레이더 덕분에 천하무적일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왜 렉싱턴이 물고기밥이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당시의 CXAM radar를 이해해야 함. 당시 레이더 운용사의 근무 위치는 CXAM radar 안테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좁고 작은 방이었는데, 왜 이 레이더 운용사는 전투기 관제사 및 작도병들이 있는 radar plot room에서 함께 근무하지 않고 혼자 레이더 바로 밑에서 근무해야 했을까? 이유는 미군들이 flying bedspring이라고 불렀던, 꽤 큼직한 크기의 CXAM ra.. 2023. 11. 9.
레이더 개발 이야기 (53) - 레이더, Betty, 알 카포네 그렇게 격추된 2대의 일본군 정찰기 중 최소 1대가 라바울에 미해군 기동부대 목격을 보고한 것이 확실. 왜냐하면 오후 4시 10분 경에 렉싱턴의 레이더 스코프에 렉싱턴 방향으로 날아드는 거대한 편대의 모습이 약 100km 밖 남쪽에 나타났기 때문. 길 대위는 즉각 CAP을 치고 있던 6대의 Wildcat 전투기들을 그 쪽으로 보내 요격하게 했는데, 이들은 약 20분 뒤인 4시 30분에 일본군 폭격기들을 목격하고 Tallyho를 외침. 다행인지 혹은 필연인지 이 9대의 쌍발 폭격기들은 아무런 전투기 호위를 데리고 있지 않았음. 렉싱턴이 라바울 발진 전투기들의 전투 반경에서 훨씬 더 멀리 있었기 때문. (미해군의 WW2 초기 함재 전투기인 F4F Wildcat. 이후 배치된 F6F Hellcat에 밀려났지만.. 2023. 11. 2.
레이더 개발 이야기 (52) - USS Lexington의 실전 사례 혼란스럽고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도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 되기 위해서는 메시지 자체가 짧아야 했고, 그러자면 용어가 통일되어야 했음. 그렇다고 yes 또는 no처럼 너무 짧은 단어는 통화감이 좋지 않고 자주 지직거리는 무전기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안 들릴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좀더 명확한 단어가 되어야 했음. 그래서 yes나 no 대신 affirmative와 negative를 쓰기로 했음. 이 모든 무선 용어집은 미해군에서 독자 개발한 것이 아니고, 레이더 실전에서의 선배인 로열 네이비에서 작성한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 이는 향후 로열 네이비와 합동 작전을 벌일 때에도 유용하게 작용. (미군들이 무전기로 대화할 때 yes나 no 대신 affirmative, negative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영화에서 많이.. 2023. 10. 26.
레이더 개발 이야기 (51) - 관제사가 항상 차분한 이유 미국이 레이더 자체는 영국과는 별도로 독자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이 레이더라는 물건을 함대 방공에 있어서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라는 점에서는 미해군은 철저하게 로열 네이비의 규범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임. 로열 네이비가 노르웨이 등지에서 피를 흘려가며 레이더 활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그보다 더 나은 전술은 더 없다고 보았기 떄문. 어떤 규범은 상식적인 것이었지만 어떤 것들은 실전 경험이 아니면 획득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음. 문답식으로 몇 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음. Q1) 각각 20대씩으로 편성된 3개 적편대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아군 함대를 노리고 날아들고 있다. 아군 전투기는 30대 뿐이다. 다음 중 어떤 요격 방식이 가장 유리할까? Option 1)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므로 아군 전투기 3.. 2023.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