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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7

항공모함 관련 잡담 (12/23) 항공모함의 개념이 도입되던 1920년대, 바다 위에서 굳이 비행기를 날려서 얻을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해군은 뚜렷한 청사진이 있었음. 사정거리가 수평선 너머까지인 25km 이상으로 확장된 전함들의 눈 역할을 한다는 것. 아무리 사거리가 길고 명중률 좋은 주포를 가진 전함이라도, 수평선 너머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적을 타격할 방법은 없음. 그러나 더 높이 올라가면, 즉 비행기를 띄워서 높은 곳에서 아군 사격의 탄착점을 볼 수 있다면 수평선 너머의 적을 정확히 타격하는 것이 가능. 전함을 뜻하는 battleship이라는 단어는 사실 전함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프랑스어 cuirassé (원래는 le navire cuirassé)가 정확히 표현. 즉 적 포탄을 견딜 두꺼운 장갑을 .. 2021. 12. 23.
미해군 항공모함의 1972년 인종 폭동 이야기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리, 미국도 여전히 '남성' 시민들은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으며 실은 미국 시민권자 뿐만 아니라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이민자들도 18세 생일 되는 30일 이내에 Selective Service System (SSS, aka "The Draft")에 등록을 할 것을 법으로 요구 받음. 여기에 등록된다고 다 군대 간다는 소리는 아니고 '필요시' 국가가 거기 등록된 사람을 징병할 수 있다는 이야기.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최소 50만명의 젊은이들이 이런저런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draft avoidance)하거나 기피(draft evasion/dodgoing). 대표적인 회피/기피 방법은... 1. 종교적 이유에 의한 양심적 병역기피 : 목사 및 전도사 등은 모두 병역 면제. 공화당.. 2021. 12. 16.
포클랜드 전쟁 잡설 - 한 발의 엑조세를 쏘기 위해... 1970년대에 프랑스 해군이 함재기 구매에 나설 때 원래는 유럽의 다국적 합작품인 SEPECAT Jaguar (사진1)를 함재기 버전으로 바꾼 Jaguar M을 개발했으나, 유럽애들이 하는 것이 다 그렇듯 이 프로그램이 산으로 가자 그냥 다 때려치우고 그냥 남들 다 쓰는데다 가격도 합리적인 미제 함재기 A-7 Corsair 또는 A-4 Skyhawk를 사려고 함. 그러나 끈끈한 '우리가 남이가' 정서를 이용한 프랑스 다소 사가 프랑스 정부를 움직여 Super Étendard를 억지로 구겨 넣음. 쉬페르 에땅다르는 50년대 말에 첫 비행을 한 Dassault Étendard IV (사진2)의 기체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면서 좀더 강력한 엔진과 개선된 날개, 그리고 그 사이에 개발된 첨단 항공전자장비를 통합한.. 2021. 12. 9.
포클랜드 전쟁 잡담 (12/2) 사진1은 Mk-82 500파운드 폭탄. 폭탄을 전투기에 장착할 때 잘못하면 터지는 거 아닌가 겁날 수 있으나 항공 폭탄은 지상에서는 절대 터지지 않음. 심지어 오함마로 때려도 터지지 않는다고. 이유는 폭탄 맨 앞 꼭지 부분에 2개의 날이 달린 작은 프로펠러. 이건 폭탄을 떨구는 순간 돌기 시작해서 뇌관을 때리는 격침을 격발 위치로 내려보내는 장치. 즉 저 프로펠러가 먼 높이에서 낙하하면서 충분히 회전하지 않으면 절대 폭발하지 않음. 근데 전투기가 날기 시작하면 당연히 저 프로펠러가 돌지 않나? 안 돔. 이유는 저 폭탄 앞 꼭지 부분에 연결된 와이어 때문. 저 와이어 끝에 프로프렐러가 돌지 못하게 고정시키는 안전핀이 달려있음. 폭탄이 투하되어도 저 철사 와이어는 안전핀을 매단 채로 전투기 파일런(pylon.. 2021. 12. 2.
포클랜드 전쟁 잡담 (11/25) 니므롯(Nimrod)은 구약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로서 노아의 손자이자 거대하고 강력한 사냥꾼(사진1). 바벨탑을 짓기 시작한 왕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영국 공군이 1969년 도입한 Hawker Siddeley사의 해상정찰기 이름도 Nimrod. 대개의 해상정찰기들이 그러듯 님로드도 1952년 최초 도입된 de Havilland Comet이라는 여객기(사진2)를 기초로 만듬. 그러나 워낙 오래된 기종이다보니 포클랜드 전쟁 때 아르헨티나 공군의 B-707 해상정찰기를 만난 님로드가 (아무 공대공 무장이 없음에도) 707을 추격하려 했으나 속도가 딸려 추격을 포기할 정도. 그러나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님로드에도 공대공 무장을 달자고 하여 결국 사이드와인더를 장착 (사진3). 이렇게 낡은 기체였지만 WW2 이.. 2021. 11. 25.
기업도 나이를 먹는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중에서 -------- (시대적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입니다. 주인공은 이탈리아군에서 구급차 장교로 복무하다가 탈영한 미국인입니다. 그는 애인과 함께 호텔 등에서 숨어지내다 전에 알던 그레피(Greffi) 백작이라는, 나폴레옹 시대의 인물인 메테르니히와 동시대에 살던 94세의 노인과 만나 당구를 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진짜로, 이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물었다. "바보짓이라고 생각하네." "누가 이길까요?" "이탈리아지." "왜요?" "더 젊은 나라니까." (당시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여러 개의 왕국과 공국 등으로 분리되었다가 통일 이탈리아 왕국이 된지 몇십 년 되지 않은 신생국이었습니다.) "더 젊은 나라가 언제나 전쟁에서 이기나요?" "최소한 .. 2021. 11. 18.
포클랜드 전쟁 항공전 잡설 (11/11)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한 해리어들은 크게 2종류. 선량한 시민들이 보기엔 똑같은 해리어 전투기지만 원래 공군 소속 해리어는 Harrier GR3이고 해군 소속은 Sea Harrier FRS.1. 기능상 가장 큰 차이는 대지상 공격 능력. 해군용 Sea Harrier FRS.1의 임무는 그냥 제공권 장악이라서 대지 공격 능력이 사실 없었음. 그에 비해 공군용 Harrier GR3는 대지 공격용 컴퓨터와 항법 시스템을 갖춰 지상 목표물 공격에 적합. 그러나 막상 항공모함에서 지상 목표물 폭격 준비를 하던 영국 공군 정비사들은 급당황. 지상에서는 해리어에 장착된 관성유도장치(INS)를 세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파도에 계속 흔들리는 항공모함 격납고에서는 관성유도장치의 정확한 calibration이 불가능.. 2021. 11. 11.
포클랜드 전쟁 잡담 (11/4) 1982년 포클랜드 사태가 터졌을 때 영국 해/공군은 그야말로 망하기 일보 직전 상태. 두 척의 항공모함 HMS Hermes와 HMS Invincilble은 모두 해외에 중고품으로 매각되기 직전. 구축함 등의 수상함들도 (영국제답게) 날림으로 만든 것들이 많아서 거친 남대서양의 겨울 바다를 견딜 수 있을지 의문. 실제로 몇몇 함선에서는 7월 중순 바다가 거칠어지기 이전에 이미 crack이 발생하여 물이 샜다고. 장거리 폭격기인 Vulcan(사진1,2)도 모두 퇴역 준비를 하고 있던 상태. 결정적으로 소련에 대한 폭격 임무는 이미 포기한 상태이다보니 당시 영국 공군 벌컨 조종사들 중 공중급유를 해본 가장 최근 시점이 10년 전. 이들은 부랴부랴 공중급유 연습을 해본 뒤 곧장 대서양 횡단 실전에 투입됨. 가.. 2021. 11. 4.
포클랜드의 잠수함을 둘러싼 이야기들 핵잠수함 HMS Conqueror에게 격침된 ARA Belgrano (사진1)는 WW2 당시의 USS Phoenix (CL-46)를 사들여 약간 개조한 경순양함으로서 1만2천톤 배수량에 32.5 노트의 속력을 내는 크고 빠른 군함. 당시 벨그라노는 영국 항모 전단으로부터 약 450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대략 9~10시간 항해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 아무리 경순양함이라고 해도, WW2 당시의 낡은 기술로 만들어진 군함이 현대적인 항모와 미사일 구축함들을 당해낼 수 있었을까? 어쩌면 가능. 일단 벨그라노는 포탄을 주고받으며 싸우던 무식한 군함답게 주 장갑판 (main belt) 두께가 140mm로 꽤 두꺼웠음. 또한 기본 설계 자체가 몇 방 정도는 적 포탄을 맞고도 견딘다는 개념으로 설계되었으므로 엑.. 2021. 10. 28.
포클랜드 전쟁 잡담 (10/21) 1982년 3월 19일, 일단의 아르헨티나 고철상들이 포클랜드 섬 동쪽 1400km 지점의 작은 영국령 South Georgia (사진1) 섬에 상륙하여 아르헨티나 깃발을 올리고 그 섬이 아르헨티나 영토라고 주장하며 소란을 피움. 영국은 쇄빙선 HMS Endurance (사진2)에 포클랜드 주둔 해병대 21명을 태워 보내 이들을 쫓아냄. 몇 주 뒤인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섬을 침공. **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일본의 독도 침공이나 이런 식으로 민간인들이 사전에 동원되어 꼬투리를 만들 가능성이 많음. English Electric Canberra는 WW2 당시 목재로 만든 고속 폭격기로 유명한 de Havilland Mosquito의 후속작으로 1940년대에 개발을 시작, 1951년에 실전 배.. 2021. 10. 21.
포클랜드 전쟁 잡담 (10/14)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징발되어 임시 항공모함이랍시고 전쟁터로 보내진 SS Atlantic Conveyor는 원래 컨테이너선으로서, 최소한의 개조만 한 뒤 일종의 'ferry용 aircraft carrier'로 파견되었던 선박. 적재했던 Harrier 전투기나 헬리콥터들은 '바나나 포장'이라는 고무재질로 만든 커버를 씌워 선창에 보관했었음 (사진1). 다만 1대의 해리어 전투기와 두어대의 헬리콥터는 당장 쓰기 위해 갑판 위에 꺼내놓고 이착륙을 시키고 있었음. 이 선박에 아르헨티나 공군의 엑조세 미사일이 날아와 꽂혔을 때 공중에 떠있던 것은 Chinook 1대와 Westland Wessex 1대, 총 2대의 헬기 뿐. 14대의 해리어 전투기들은 미리 다른 항모에 다 날려보낸 뒤라 살렸으나, 나머지 헬.. 2021. 10. 14.
밀리터리 잡담 (10/7) 진짜 항모 킬러는 중국이 개발한 대함탄도탄 DF-21보다는 잠수함인데, 잠수함은 아무래도 수상함보다 속도가 느리고 어뢰는 사거리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잠수함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항모가 멈추지 않고 항상 쾌속으로 항진하는 것. 그리고 절대 적이 예상하는 항로로 움직이지 않는 것. 그런데 그 두가지를 결합하다보니 나온 것이 지그재그 항진. WW1 때부터 애용되어온 이 지그재그 항진은 일반적으로 잠수함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왔음. 영화 죠스에도 그 일화가 나온 USS Indianapolis (CA-35)가 일본 잠수함 I-58에게 격침된 후 함장 Charles B. McVay III는 살아남은 사람 중 하나였는데 격침 당시 인디애나폴리스가 지그재그 항진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잠수함.. 2021.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