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7 06:30

 

이제 드디어, 바로 앞 요새 너머의 하늘이 약간 더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구름 위로 달이 올라온 것일까 ?  그 쪽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하늘은 보라색 벨벳 같았고, 아직 별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전에는 보이지 않던 희미한 빛이 하늘에 있었다.  부시는 몸을 뒤척이며 벨트에 불편하게 끼워져 있는 권총들을 더듬어 보았다.  그것들은 모두 공이치기가 반만 당겨진 안전 위치 (at half cock, PS1 참조) 상태였다.  그는 나중에 공이치기를 완전히 뒤로 당겨놓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했다.  수평선을 보니 보라색 하늘에 무언가 붉그스름한 색이 살짝 비치는 것 같았다.  

"부대에게 명령을 전달하라."  부시가 말했다.  "공격 준비."

그는 명령이 대오를 따라 전달되기를 기다렸지만, 줄의 끝 부분까지 명령이 전달되는데 필요한 시간이 다 흐르기도 전에 도랑 안의 수병들 사이에서는 소음과 북적거림이 생겨났다.  어느 집단에나 있기 마련인 빌어먹을 바보들이, 명령이 전달되자마자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마 그 바보들은 그 명령을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최소한 전염성이 있었다.  대오를 따라 누워있던 수병들은 양 날개쪽으로부터 시작해서 부시가 있는 중앙 쪽으로 되돌아오는 이중의 물결과 같은 모습으로 주섬주섬 일어났다.  부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군도를 뽑아들고 손에 균형을 맞추어 본 뒤 손에 꼭 맞는 위치로 칼자루를 움켜쥐고는 왼손으로 권총을 하나 뽑아들고 공이치기를 완전히 뒤로 젖혔다.  오른쪽 너머에서는 갑자기 금속성의 철커덕 소리들이 났다.  해병들이 총검을 끼우고 있는 것이었다.  부시가 보니 이젠 좌우 사람들의 얼굴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전진 !" 그가 이렇게 말하자 수병들의 대오가 도랑으로부터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침착하게, 거기 !"

그는 마지막 말을 거의 소리지르다시피 했다.  조만간 이 대오 중 성급한 놈들은 달리기 시작할 것이지만, 그게 더 늦게 시작될 수록 더 나았다.  그는 수병들이 숨을 헐떡거리며 제각각 따로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파도를 유지한 채 요새에 도달하기를 원했다.  저 왼쪽에서 혼블로워가 역시 "침착하게"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전진의 소음이 지금쯤은 요새에서도 들렸을 것이고, 경계를 풀고 있는 졸린 스페인 보초병들이라고 해도 알아차릴 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곧 보초가 당직 부사관을 부를 것이고, 그 부사관이 달려와 눈으로 본 뒤 약간 머뭇거리다가 경보를 울릴 것이었다.  요새는 이제 막 붉게 물들고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시커먼 사각형의 모습으로 부시의 눈 앞에 우뚝 서있었다.  그는 점점 빨라지는 자신의 걸음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수병들의 대오도 그를 따라 서둘러 따라왔다.  그러더니 누군가가 함성을 질렀고, 곧 다른 성미 급한 놈들이 함성을 따라 질렀다.  전체 대오가 뛰기 시작했고, 부시도 그들을 따라 뛰었다.

마치 마법처럼, 그들은 곧 석회암을 거의 수직으로 잘라 파놓은 6피트(약 1.8m) 깊이의 해자 언저리에 도착했다.  

"가자 !"  부시가 외쳤다.

양손에 군도와 권총을 각각 든 상태였지만, 그는 등을 요새 쪽으로 돌린 채 팔꿈치를 해자 언저리에 걸고 매달린 뒤 해자 바닥으로 뛰어내려 급경사면을 내려갈 수 있었다.  해자 바닥에는 물이 채워져 있지는 않았지만 미끄럽고 울퉁불퉁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반대편 해자 벽면으로 뛰어갔다.  고함을 외쳐대는 수병들도 그 반대 벽면에 달라붙었다.

"날 밀어 올려라 !"

부시는 양 옆의 수병들에게 외쳤다.  그들은 부시의 두 넓적 다리에 각각 어깨를 댄 뒤 거의 던지다시피 그를 올렸다.  그는 요새 벽면과 해자 사이의 좁은 대지에 얼굴을 대고 엎드린 채로 기어올라갔다.  몇 야드(약 0.9m) 옆에서 어떤 수병이 벌써 쇠갈퀴가 달린 밧줄을 요새벽 위로 던지려 하고 있었다.  쇠갈퀴는 우당탕 소리를 내며 도로 떨어졌는데, 부시 바로 옆 1야드도 안되는 거리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수병은 부시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다시 쇠갈퀴를 휙 낚아챈 뒤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요새벽 위로 던졌다.  이번에는 쇠갈퀴가 제대로 걸렸다.  그 수병은 발을 벽에 대고 밧줄을 움켜쥐더니 미친 사람처럼 벽을 기어올랐다.  그 수병이 절반 정도 올라가기도 전에, 다른 수병이 나타나 그 밧줄을 잡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흥분하여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다른 수병들도 우르르 몰려들어 다음 순서를 다투었다.  성벽 저쪽 좀 떨어진 곳에서도 쇠갈퀴가 제대로 걸려 또 한무리의 수병들이 소리를 질러대며 밧줄 주변에 몰려들었다.  

그러더니 머스켓 소총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꽤 많은 수의 총성이 울렸다.  여태까지 맡던 상쾌한 밤 공기와는 날카롭게 대조되는 화약 연기가 부시의 콧구멍 속으로 들어왔다.  그의 오른쪽 편에 있는 성벽의 다른쪽 면에서는 해병들이 요새벽에 뚫린 포안(embrasure : 대포를 쏘기 위해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요새 안으로 침투하려고 애쓰고 있을 것이었다.  부시는 돌파구가 있을까 하고 그의 왼쪽을 돌아 보았다.  돌아보길 정말 잘 했다 싶었다.  요새 출입을 위해 옹벽 구석에 만들어둔 쪽문(sally point)이 있었던 것이다.  이 쪽문은 무쇠로 테를 두른 넓은 목재 문으로서, 요새 모서리 부분에 돌출되어 만들어진 보루(projecting bastion)로 가려진 부분 안쪽에 가려져 있었다.  수병들 중 멍청이 두 명이 이 쪽문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위쪽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스페인군에게 머스켓 소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원래 평균적인 수준의 수병에게는 머스켓 소총을 쥐여줘서는 안 되었다.  부시는 이 소란 속에서도 잘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보루와 거기 옆면에 뚫린 sally point 입니다.)

 

 


"도끼 든 수병은 이쪽으로 !  도끼 !  도끼 !"

해자 속에는 아직 기어올라오지 못한 수병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도끼를 휘두르며 사람들 속을 뚫고 나와 해자 벽면을 기어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시의 공격조에서 분대를 맡고 있고 또 힘이 세기로 유명한 갑판장 조수인 실크가 해자 위의 좁은 공간 저쪽에서 달려오더니 도끼를 아래에서 건네 받았다.  그는 엄청난 힘과 끈기로 온몸을 실어가며 도끼를 힘껏 휘둘러 쪽문을 쪼개기 시작했다.  도끼를 든 수병 하나가 더 도착하더니 팔꿈치로 부시를 밀어내고는 문짝에 도끼질을 시작했지만, 그 친구는 실크만큼 기술이 좋지도 않고 힘이 세지도 않았다.   그들이 힘껏 내리치는 도끼질 소리는 보루 벽과 요새 성벽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크게 울렸다.  무쇠를 덧댄 문짝이 열리더니 빗장 너머로 강철의 번뜩임이 눈에 들어왔다.  부시는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실크의 도끼가 문짝을 완전히 꿰뚫고 지나갔고, 그는 도끼날을 비틀어 빼냈다.  그러더니 그는 조준을 바꾸어 도끼를 문짝 중간을 향해 수평으로 휘둘렀다.  그는 세 번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가 멈추고는 도끼를 든 다른 수병에게 어디를 내리치라고 지시를 했다.  실크는 다시 도끼질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는 도끼를 내려놓고 그가 뚫어놓은 문짝의 삐죽삐죽한 구멍에 손을, 문짝에는 발을 대고는 무지막지한 힘을 발휘해 문짝의 한쪽 부분 전체를 뜯어내버렸다.  그렇게 뜯겨나간 부분 너머에는 빗장이 보였다.  실크의 도끼가 그 위에 반복해서 내리꽂히더니 결국 빗장을 부러뜨렸다.  실크는 쉰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도끼를 손에 든 채 그 삐죽삐죽한 구멍을 통해 뛰어들어갔다.

"뒤를 따르라, 제군들 !" 부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를 따라 뛰어들어갔다.

들어온 부분은 요새의 탁 트인 마당이었다.  부시는 죽어 넘어진 사람에게 걸려 넘어졌는데,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한무리의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은 잠옷(shirts) 차림이거나 아예 벌거벗고 있은 상태로서, 제멋대로 자란 턱수염을 길게 기른 커피색 얼굴들을 하고 있었고 손에는 해전용 군도(cutlass)와 권총 등을 들고 있었다.  실크가 도끼를 휘두르며 미친 사람처럼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스페인군 하나가 그 도끼에 맞아 쓰러졌다.  그 스페인 병사가 별 소용도 없이 손을 올려 그 도끼를 막다가 잘린 손가락이 땅에 떨어지는 것이 부시의 눈에 보였다.  부시도 앞으로 달려나가는 동안 권총들이 발사되며 총성이 울렸고 화약 연기가 물결처럼 퍼졌다.  그의 뒤에는 따라오는 수병들이 잔뜩 있었다.  부시의 군도가 스페인군의 칼에 부딪힌 다음 순간 스페인 병사들이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부시는 눈 앞에서 달아나는 벌거벗은 어깨에 칼을 내리 꽂았고 비명과 함께 그 살에 뻘건 상처가 그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가 쫓던 스페인 병사는 망령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부시는 다른 적을 찾아 뛰다가, 군모도 잃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 불똥이 튀는 듯한 눈빛으로 귀신처럼 고함을 질러대는 레드 코트 차람의 해병과 마주쳤다.  부시는 그 해병이 자신을 향해 총검을 찔러대는 바람에 그걸 칼로 젖혀내야 했다.

"침착해라, 이 멍청아 !"  부시가 외쳤다.  그는 이 말을 내뱉고 나서야 자신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병의 그 미친 듯한 눈빛 속에 자신을 알아보는 듯 하는 표정이 서리더니 총검을 들고 다른 쪽으로 총검을 돌리고는 뛰어가버렸다.  저 뒤쪽에는 다른 해병들도 있었다.  성벽의 포안을 통해 요새 안으로 침입해들어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모두 싸움의 광기에 취해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쪽으로도 새롭게 우르르 수병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쇠갈퀴가 달린 밧줄로 성벽을 넘어온 패거리들이 성벽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마당 저쪽을 보니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있었다.  그의 부하들은 그것들을 둘러싸고 우글거리고 있었고 그쪽에서는 총성과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마 그것들은 병영과 창고일 것이고, 수비대원들은 침입자들의 광기를 피해 그쪽으로 달아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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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아마 제 블로그 출입하시는 분들은 저 half-cock이 어떤 뜻인지 다 이해하시겠습니다만 새로 오신 분들도 일부 있을테니 여기서 다시 한번 설명드립니다.

 

Half-cock이라는 상태를 이해하시려면 먼저 당시의 부싯돌 점화 방식(flintlock)의 머스켓 소총이나 권총의 장전 방식을 아셔야 합니다.

1. 왼손으로 머스켓총을 수평으로 잡고, 격철(doghead=cock=hammer)를 한단계 뒤로 당깁니다.  이를 half-cock 위치라고 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방아쇠를 당겨도 격철이 격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점화덮개를 앞으로 밀어서 들어올립니다.  

2. 오른손으로 탄약포를 하나 꺼내 입으로 앞대가리 부분, 즉 머스켓 볼이 든 부분을 입으로 물어 뜯어냅니다.  이때 당연히 총알은 입안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총알 뿐만 아니라 화약도 조금 입에 들어갔지요.

3. 입에 납으로 된 머스켓 볼을 문 채로, 손에 든 뜯어진 탄약포를 조금 기울여 점화접시에 약간량의 화약을 부어 넣습니다.  이 동작을 priming, 즉 뇌관 장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점화접시 덮개를 당겨 닫아서, 점화접시를 가립니다.

4. 이제 왼손으로 잡은 머스켓 총을 수직으로 세워 개머리판을 땅에 닿게 세웁니다.

5. 탄약포의 화약을 모두 총구에 들이붓고, 빈 탄약포 껍질도 밀어넣습니다.  이 빈 종이껍질은 화약을 틀어막는 마개(wadding) 역할을 합니다.  이어서 입에 물고 있던 머스켓 볼을 총구에 뱉습니다.

6. 총신 아래에 끼워져 있는 장전봉(ramrod)을 꺼내어, 총구에 끼워진 빈 탄약포 껍질과 머스켓 볼을 총신 저 속 끝의 약실까지 힘차게 밀어넣습니다.  이때 이미 발포한 뒤라면 총강 내부가 타다 남은 탄약포 껍질이나 화약 찌꺼기에 의해 지저분해진 상태이므로, 이렇게 장전봉으로 총알을 밀어넣는 작업은 꽤 힘든 작업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요즘보다 더 총강 내부를 청소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이때 빈 탄약포 껍질과 머스켓 볼을 꾹꾹 눌러두지 않으면 화약이 폭발할 때의 가스가 머스켓 볼에 충분히 힘을 실어주지 못합니다.

7. 다시 장전봉을 총신 아래의 홈에 끼워 넣습니다.

8. 머스켓 소총을 다시 들어올리고, 격철을 한단계 더 뒤로 당깁니다.  이것이 full-cock 위치이고, 이제 격발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9. 조준을 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격철에 끼워진 부싯돌이 점화덮개를 강하게 내리치면서 불꽃이 튀고, 이 불꽃이 점화 접시에 담긴 약간의 화약을 폭발시킵니다.  이 화염이 점화접시 밑부분의 좁은 구멍을 타고 약실에 번져서 약실의 화약을 폭발시키고 총알이 발사됩니다.  이때 점화접시의 불붙은 화약 중 일부는 튀어나와 사수의 뺨에 닿게 되어 따가움과 동시에 시커먼 검댕을 묻히게 되고, 또 총구에서 나오는 화약 연기는 사수의 시야를 거의 완벽하게 가려서 목표물에 명중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게 됩니다.

 

 

Posted by na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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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einhardt100 2019.05.27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ally point. 저 구조물이 서구 근대식 요새에서 가장 확실하게 쓰인 전투가 몰타 공방전이었죠. 이전에는 기껏해야 소화용이나 석궁, 소총발사용이었지만 기사단이 포격용으로 쓸 수 있게 성벽을 배조해서 터키군 공성탑을 박살내면서 순식간에 전 유럽에 퍼지게 된 구조물입니다.

    가장 유명한 형태 중 하나가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의 반원형 형태인데 저거 때문에 프랑스군이 1672년 공성전에서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합니다. 탄막이 그대로 펼쳐졌거든요.

  2. 푸른 2019.05.27 18: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나 전투장면이 되니 몇배는 흥미진진해지네요ㅋㅋㅋ

  3. 이타카 2019.06.03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블로워 드라마에서도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나오는 요새 침투 작전이네요!

2019.05.23 06:30


작년부터인가... 페미니스트 운동과 그에 대한 반발로 여성 혐오 경향이 생겨났었지요.  최근 대림동 여경 사건으로 다시 또 그런 문제가 시끄러워졌더군요.   자격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대림동 여경 사건에 대해서는... 술취해서 난동부리는 남성을 혼자서 힘으로 제압하고 수갑까지 혼자 채워야 비로소 경찰 자격이 있다면 우리 동네 파출소의 40~50대 배나온 남성 경찰들도 모조리 옷을 벗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또 키가 평균 이하인 남자들도 모조리 탈락이고요.  경찰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취객에게 쩔쩔 매는 장면은 사실 전에도 꽤 많았는데, 이번만 화제가 되는 것은 대상이 여성 경찰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어서 좀 씁쓸합니다. 

 

 


오늘 끼적거리는 잡상은 대림동 여경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최근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그러니까 저는 모르는 어느 결혼을 앞둔 젊은 커플의 작은 갈등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갈등의 전후 관계는 이렇습니다.  아래 액수는 그냥 예시입니다.

1) 남자는 월 300 수입.  여자는 월 200 수입.
2) 전세자금은 남자가 2억 대출을 받아서 마련.
3) 갈등의 원인은 남자의 제시안 : "여자의 월급으로 생활비를 대고, 남자의 월급은 모조리 대출금 상환에 쓰자."

(제 블로그에 출입하시는 분들은 아마 남성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고 자신하는데) 여러분께서는 저 위 남자분의 제시안에서 특별히 뭔가 이상하거나 잘못된 점이 느껴지십니까 ?  만약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신다면 여러분들도 여자 입장에서 생각하시는 공감 능력이 조금 떨어지시는 것 같습니다.  저 젊은 예비 신랑도 자신의 제안에 무엇이 잘못 되었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를 못 했다고 합니다.  (저는 대번에 이해했습니다.  이거 으쓱으쓱 해야 하나 ?)

저 제시안을 들은 여성분은 대뜸 불공평하다면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여성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싶은 것이, 전세 계약을 남자 이름으로 해놓았는데 남자의 돈으로는 모두 전세 대출금을 갚는데 사용한다면 남자의 돈은 사실상 저축이 되는 것이고, 여자의 돈은 생활비로 소비되어 사라지는 돈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2년 뒤 이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여자는 아무 저축금이 없는 상태가 되지만 남자는 자기 이름으로 된 전세금을 가져올 수 있으니 대출금을 상환하고도 2년간의 자기 월급이 고스란히 자기 이름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 예비 신부가 왜 불만이었는지 예비 신랑이 이해하고 나면 아마 기분이 나빴을 것 같습니다.  이제 막 결혼하는 마당인데 여자가 벌써 이혼 준비부터 하고 있다고 하면 신랑으로서야 기분 나쁠 수 있겠지요.  제가 집에 가서 와이프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와이프는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꼭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하는 남녀 관계에 있어 시댁과의 관계에 있어서나 이혼 위험에 있어서나 분명히 여자가 더 약자의 위치에 있다.  모든 약자들은 있을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미리 대비하려는 경향이 있다.  강자는 당연히 그런 걱정하지 않는다.  이건 여자가 이혼 생각부터 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약자의 입장을 남자가 이해해줘야 하는 문제이다."

저는 제 와이프 의견에 100% 공감합니다.

 

결국 그 예비 부부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냥 남자 제시안대로 따른다고 해도, 여자가 생활비를 댄 증거가 있으니 이혼 소송을 걸면 여자가 낸 생활비 기여분 만큼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이혼 소송보다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합의 이혼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확실히 여자에게 불리한 제안 같기는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이혼시 양육비라든가 재산 분할이라든가 하는 점에서 매우 남성 중심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상 여자들은 법적 보호를 받기 매우 어렵지요.

공정한 제안은 어떻게 될까요 ?  일단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매매 거래의 경우엔 남자 지분 78% 여자 지분 22% 등으로도 계약이 가능할 것 같은데, 전세 계약의 경우엔 그런 것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거든요.  그냥 공동 명의의 전세 계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은데, 그럴 경우 더 많은 소득이 있는 남자 측에서 불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남자 100, 여자 100씩 공동 생활비를 내고, 남자 소득 200과 여자 소득 100을 각각 따로 저축했다가 나중에 결정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  쉽지 않네요.  실제로는 어떻게들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많은 남성분들은 이렇게 분노하실 겁니다.  "애초에 전제가 잘못 되었다, 왜 남자가 전세 자금을 다 마련해야 하느냐 ?  왜 여자는 달랑 혼수 몇 푼 해오면서 남자보고는 몇 억에 달하는 집을 구해오라고 요구하느냐 ?"  이 이야기 속의 커플도 그렇습니다만, 많은 경우 남자의 소득이 더 많고 남자의 나이가 더 많습니다.  아마 여성분들은 그것부터가 뿌리 깊은 남녀차별의 결과이니 그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실 것 같아요. 

 

제 생각으로도 왜 남자가 가장 부담이 큰 (전세든 매매든) 집 마련을 도맡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그냥 남녀 형편에 맞게 64%+36% 혹은 46%+54% 등 자기 몫대로 명의를 가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댁과 처가와의 관계, 가사노동과 육아의 부담 분배 등도 공평하게 해야 하겠지요.  물론 이것도 우리나라 전통 사회 관습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저도 아들이자 사위인데, 제가 처가에 가는 것과 제 와이프가 시댁에 가는 것은 심리적 부담 자체가 다를 것이거든요.  저야 처가에 놀러가는 기분으로 가지만 와이프는 시댁에 일하러 가는 기분일 수 있으니까요.  분명히 우리 사회의 부부 관계는 여성에게 불리하긴 합니다.  역시 쉽지 않습니다.

 

아마 그래서 이 모든 불합리와 불공평을 다 덮고 가는 방법은 사랑 밖에 없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na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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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5.26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부분은 여성인권도 남성인권처럼 모두가 동등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전제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겁니다. 단지, 어떻게가 부족한 것이겠죠. 내가 너라면 너가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으로 이성을 대한다면 조금 더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네요.

    • 장구벌레 2019.05.27 2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인권이면 인권이겠지요, 여성인권 따로 있고 남성인권 따로 있습니까?

      양반같은 특정 계층에게는 군역이 면제되던 조선사회 수준의 사회가 아니라면요.
      ...근데 지금 우리나라가 딱 그 수준이네요. 젠장.

  3. 비날론 2019.05.26 2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재로 뒤지는 사람 9할이 남잔데 그럼 남자가 돈 더 받지 덜 받나요? 나시카 님은 분명 노동자의 편이고 진보주의자이신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사무실에서 펜대 굴리던 자본가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보다 돈 더 받는 걸 지지하시는 신자유주의 보수주의자셨군요?

  4. 최홍락 2019.05.27 0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몇년전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여성 관련해서 글이 올라오면 이상하게 좌표찍고 전투치르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긴 하네요. 일단 페미니스트의 ㅍ 자랑 연관이 된다, 아닌 여성의 ㅇ자와 연관이 된다 싶으면 무조건 좌표부터 찍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솔직히 댓글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달리는 경우는 오랜만에 봅니다.

    2. 대림동 여경 사건 관련해서는 여경 어쩌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게 여성 경찰이라서 문제라기보다는 경찰이 절차대로 주취 용의자를 제압하지 못하는대서 나온 문제인지...저는 후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사실 주취용의자가 여성인 경우 난동을 부릴 때 남성 경찰들도 제대로 제압 못하는 경우를 봐서...그렇다고 경찰을 남,녀 사이좋게 해체시키는 방법을 쓸 수는 없는 것이고요.

    3. 보통 사회에서 약자가 되는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개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개인의 특성을 가지고 전체의 잘못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을 때, 그 집단을 약자 내지는 소수자로 판단하지요. 가령 호남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호남사람 전체가, 흑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흑인 집단에 대해, 무슬림이 범죄를 저지르면 무슬림 전체가 비하나 비난 대상이 되면 그 집단은 사회 내에서 소수자가 되는 것이고요. 만약 여성을 약자나 소수자로 인정하기 싫다면 이번 건도 여성 경찰이 아니라 경찰의 주취 용의자에 대한 대처 메커니즘 같은 근본적인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보통 개인의 행위를 근거로 전체 집단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자기쪽에서 비슷한 문제가 터지면 일부의 사례를 전체로 확대하지 말라고 얘기하지요.)

    4. 그럼 이왕 사건이 이렇게 벌어진거 어쩌자는 거냐? 여경 문제 이대로 둘거냐고 물으실 분도 있는데, 현직에서는 직무급제 도입하고, 내근직들 승진 어렵게 하고, 선발과정에서는 필기시험을 절대평가로 일정 점수 이상은 실기테스트 자격을 주되 여경 선발 비율 제한을 폐지하고 체력 및 근력 테스트를 개선시키면 되죠. 그리고 연수과정에서 무도(범인 제압과정) 테스트 기준을 높여서 남자든 여자든 기준 미달시 과감히 퇴출시키면 되지 않나 싶어요. 대안은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어요. 근데 울분을 여성들에게 돌려야 하니까 대안에 대한 생각같은건 다들 안하고 싶은거죠. (산재로 뒤지는 사람이 9할이 남자라는 것과 자본가들이 돈을 더 받는 것을 지지하는게 어떻게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는지 참 희한하기는 하더라고요...)

    5. 위의 사례로 드신 부부 문제는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다 정도?

    부부 간이든 형제간이든 돈 문제에 있어 스무스하게 얘기가 되는 경우가 우리 인생에서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300은 대출 갚는데 쓰고, 200은 생활비로 쓰는게 좋은 대안이기는 한데, 그럼 남자는 여자에게 용돈을 얼마나 타 써야 하는지가 궁금하네요. 이렇게 되면 여자는 마음 먹기에 따라 남자를 용돈 가지고 휘어 잡을 수 있는데,(진짜 한달에 교통비만 주는 부부들도 꽤 있긴 하더라고요.) 왜 이걸 굳이 거부한 건지 이해가 안되는 측면이 있긴 해요.

    6. 자꾸 어떤분들의 경우 386세대니 4050과 2030 간에 싸움을 붙이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냥 20대에서 30대 초반정도로 한정되는 게 아닌지...

    저같은 경우는 2010년에 졸업을 했는데, 그때도 그렇고 그 이후 몇년동안 여성들의 취업이나 승진이 남성보다 더 힘들다는 현실, 그리고 구조조정이 있으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성이 항상 그 자리를 차지할 수 밖에 없는 여러 현실을 경험하다보니 이게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라서요. 그냥 기회가 안주어지는 부분이 많아요. 최근 들어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심지어 고소득 계층인 의사들도 이런 상황이더군요.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329733_24634.html) 적어도 제가 체험하는 현실은 여성들이 많이 불리하더군요.

    2030 세대 얘기할 때 적어도 저는 포함은 안될 것 같네요. 1.에서 언급한 사람들이 2030세대의 주류라면 저는 그냥 세대와의 불화를 택해야 할 듯요.

    • 기리스 2019.05.27 07:50  댓글주소  수정/삭제

      1. 몇년전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여성 관련해서 글이 올라오면 이상하게 좌표찍고 전투치르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긴 하네요. 일단 페미니스트의 ㅍ 자랑 연관이 된다, 아닌 여성의 ㅇ자와 연관이 된다 싶으면 무조건 좌표부터 찍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솔직히 댓글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달리는 경우는 오랜만에 봅니다.
      - 그만큼 유달리 여성 관련 글에서만큼은 나시카님 글이 논리정연하지 않고 형편없이 편협하기 때문이죠. 페미니스트라는 게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닌데, 당연히 나 페미니스트요 했으니 안 좋은 소리 듣는 거고요. 누군가가 블로그에 "나 백인우월주의자임" 이러면 참 좋은 댓글 달리겠네요?

      2. 대림동 여경 사건 관련해서는 여경 어쩌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게 여성 경찰이라서 문제라기보다는 경찰이 절차대로 주취 용의자를 제압하지 못하는대서 나온 문제인지...저는 후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사실 주취용의자가 여성인 경우 난동을 부릴 때 남성 경찰들도 제대로 제압 못하는 경우를 봐서...그렇다고 경찰을 남,녀 사이좋게 해체시키는 방법을 쓸 수는 없는 것이고요.
      - 남성 경찰이어도 문제가 됐겠지만, 여성 경찰이어서 더욱 문제된 거 맞아요. 안 그래도 자질 의심스러운 상태에서 쪽수 불린답시고 채용된 저질 인력들 많다고 안 좋은 소리 듣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사례를 만들어 줬으니 말이죠. 거기에 더해, 다른 사례에서 남경들이 비판 받았을 땐 조용하던 경찰청이 여경이 일 당하니 치안총~정감까지 나서서 커버질하는 꼴을 보면 도저히 형평성에 맞다고 볼 수가 없거든요.

      3. 보통 사회에서 약자가 되는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개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개인의 특성을 가지고 전체의 잘못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을 때, 그 집단을 약자 내지는 소수자로 판단하지요. 가령 호남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호남사람 전체가, 흑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흑인 집단에 대해, 무슬림이 범죄를 저지르면 무슬림 전체가 비하나 비난 대상이 되면 그 집단은 사회 내에서 소수자가 되는 것이고요. 만약 여성을 약자나 소수자로 인정하기 싫다면 이번 건도 여성 경찰이 아니라 경찰의 주취 용의자에 대한 대처 메커니즘 같은 근본적인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보통 개인의 행위를 근거로 전체 집단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자기쪽에서 비슷한 문제가 터지면 일부의 사례를 전체로 확대하지 말라고 얘기하지요.)
      - 이슬람권이 유달리 욕먹는 이유는 단순한 편견 때문이 아니라 실 사례가 누적되어 현재진행형으로 주욱 진행중이기 때문이지요. 21세기에 기독교가 암만 개독 목사들이 판친다 한들 자기네들끼리 치외법권 구역 차려 놓고 종교 경찰이란 깡패집단 만들어서 현지 경찰도 못 건드리게 하고 성경 교리 들먹이며 사람들 패고 죽이고 다니진 않거든요. 거기다, 똑같이 잘못 저질러도 흑인, 무슬림, 여성은 동정표+법적으로 약한 처벌까지 겹치니 곱게 보일 수가 없죠. 미국 흑인 사회에서도 흑인들 중 성공한 부류들은 흑인의 약자 프레임을 곱게 안 봅니다. 사실, 미국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백인 남성 저소득층인데, 백인=강자라는 20세기 초중반 마인드로 정책을 펴시는 분들 덕에 열심히 인종주의가 다시 새록새록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있죠. 여성우월주의도 마찬가지고요. 현재는, 적어도 이 나라에선 2030 남성들이 약자면 약자지 강자가 아닙니다. 진술만 일관적이면 증거 없어도 남자 하나 성범죄자 만들어 손배 받아먹고 빵 보낼 수 있는 세상에 여성이 약자라 하면 비웃음만 사실 뿐이죠.

      4. 그럼 이왕 사건이 이렇게 벌어진거 어쩌자는 거냐? 여경 문제 이대로 둘거냐고 물으실 분도 있는데, 현직에서는 직무급제 도입하고, 내근직들 승진 어렵게 하고, 선발과정에서는 필기시험을 절대평가로 일정 점수 이상은 실기테스트 자격을 주되 여경 선발 비율 제한을 폐지하고 체력 및 근력 테스트를 개선시키면 되죠. 그리고 연수과정에서 무도(범인 제압과정) 테스트 기준을 높여서 남자든 여자든 기준 미달시 과감히 퇴출시키면 되지 않나 싶어요. 대안은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어요. 근데 울분을 여성들에게 돌려야 하니까 대안에 대한 생각같은건 다들 안하고 싶은거죠. (산재로 뒤지는 사람이 9할이 남자라는 것과 자본가들이 돈을 더 받는 것을 지지하는게 어떻게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는지 참 희한하기는 하더라고요...)
      - 말씀하시는 대로 하라고 예~전부터 다들 요구해왔습니다. 누구씨들처럼 "약자인 여성한테 그런 걸 요구하나요?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시군요, 빼액~" 거리며 씹고 여경 쪽수만 열심히 불린 뒤 이런 꼬랑지가 나니 당연히 "거 봐 저질 자원 뽑으니 수갑도 지 손으로 못 채우고 "남성" 시민 불러다 명령해서 수갑 채우게 하는 노쓸 여경들만 늘어났잖아?"라며 욕 먹는 거고요. 그리고, 내근직은 원래 현장에서 오래 구른 경찰들이 잠시 쉬었다 가거나, 퇴직 임박한 이들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주어지는 자리로 순환직입니다. 님이 그렇게 옹호하시는 여경님들이 방순대, 교통 같은 데서 초임 때 살짝 뛰고는 그 저질체력과 약자 프레임을 열심히 활용해 징징대서 내근직으로 다들 빠져 버리고, 그러니 남경들은 내근직 TO 여경들이 대거 먹어서 순환근무도 제대로 안 되고 진급 시험공부 할 시간도 없어 개고생만 하고 진급이 막히는 반면, 여경들은 거기서 편하게 늘어진 데다 그 남는 시간에 시험공부 해서 꿀은 꿀대로 승진은 승진대로 다 빨아먹어대죠. 거기에 할당제까지 있는데 퍽이나 좋게 보이겠죠? 페미니즘 지지하시는 분들이야말로, 이렇게 현실을 외면하는 분들이 대다수죠. 심지어, 반페미 진영에서 줄곧 주장해 온 걸 뒤늦게 들이대면서 이런 건 왜 주장 안 하냐 같은 헛소리 뒷북은 덤....
      (산재로 뒤지는 비율이 압도적인 직종에 대거 종사하는 등 고임금을 받는 이유가 엄연히 있는 남성들을, 마치 그냥 남자라서 돈 더 받으니 강자라고 매도하는 모습이 말씀하신 그것과 똑같거든요.)

      5. 위의 사례로 드신 부부 문제는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다 정도?

      부부 간이든 형제간이든 돈 문제에 있어 스무스하게 얘기가 되는 경우가 우리 인생에서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300은 대출 갚는데 쓰고, 200은 생활비로 쓰는게 좋은 대안이기는 한데, 그럼 남자는 여자에게 용돈을 얼마나 타 써야 하는지가 궁금하네요. 이렇게 되면 여자는 마음 먹기에 따라 남자를 용돈 가지고 휘어 잡을 수 있는데,(진짜 한달에 교통비만 주는 부부들도 꽤 있긴 하더라고요.) 왜 이걸 굳이 거부한 건지 이해가 안되는 측면이 있긴 해요.
      - 네.

      6. 자꾸 어떤분들의 경우 386세대니 4050과 2030 간에 싸움을 붙이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냥 20대에서 30대 초반정도로 한정되는 게 아닌지...

      저같은 경우는 2010년에 졸업을 했는데, 그때도 그렇고 그 이후 몇년동안 여성들의 취업이나 승진이 남성보다 더 힘들다는 현실, 그리고 구조조정이 있으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성이 항상 그 자리를 차지할 수 밖에 없는 여러 현실을 경험하다보니 이게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라서요. 그냥 기회가 안주어지는 부분이 많아요. 최근 들어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심지어 고소득 계층인 의사들도 이런 상황이더군요.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329733_24634.html) 적어도 제가 체험하는 현실은 여성들이 많이 불리하더군요.
      - 위에서 다들 그 이유 얘기했는데요... 여성들이 임금 높고 위험한 직종과 관련된 전공도 잘 안 하고, 그 직종을 잘 고르지도 않고, 같은 직종에 종사해도 역시 고위험군 직종에 대한 종사 및 노동 시간 등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여성을 덜 쓸 수밖에 없고 여성도 돈을 덜 벌 수밖에 없다고요. 누가 말했듯, 기업은 똑같은 일하고 임금 더 적게 받으면 원숭이라도 쓸 곳입니다. 심지어, 여성 사업주나 경영인들조차 실익보다 이념이 먼저인 극렬 페미 아닌 이상 남성 직원을 더 많이 쓰죠. 이유가 뭐겠나요?

      2030 세대 얘기할 때 적어도 저는 포함은 안될 것 같네요. 1.에서 언급한 사람들이 2030세대의 주류라면 저는 그냥 세대와의 불화를 택해야 할 듯요.
      - 네, 언더도그마에 빠지셔서 시대에 뒤쳐진 이념 추종하는 건 개인 자유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를 감수하시는 것도 마찬가지~ 하긴, 2030 중에도 닭사모 카페 2030 소모임 열심히 들락거리시는 분들도, 대학에서 남자 후배들 열심히 줘패고 욕하고 가혹행위 일삼으면서, MT나 답사 한 번 가면 숙소 도착해서 짐 내릴 때 "어허, 어딜 여자를 이런 걸 시키나 허허허" 하며 여자애들 은근슬적 껴안고 만지작대는 ㅂㅗㅃㅏㄹ 젊꼰도 얼마든지 있으니, 뭐 놀랄 일은 아니네요. 전 05학번입니다만, 10년쯤 전인 2009년 방학 때 극장 매점 아르바이트 할 때, 꼴랑 저보다 5살 많은 남자 매니저가 같이 알바하는 누나가 저한테 치즈케이크 ₩1,000 짜리 하나 사 준 걸 가지고 "어딜 남자가 돼서 여자한테 얻어먹냐?" 같은 소릴 한 거 보니 확실히 현 30대 후반은 그리 까이시는 4050이랑 더 가까운가 봅니다.

    • 비날론 2019.05.27 0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10788786

      남성은 명백한 증거도 없이 여성이 지 더듬은 거 같다고 썰만 잘 풀면 징역형!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19/2016041901309.html

      여성은 남성 그것도 미성년자까지 포함된 이들까지 여러 차례 강제추행한 게 명백한데도 고작 벌금형!

      이것이 여성이 약자인 대한민국의 현실이죠?^^

      자본가에 대한 비유가 왜 나왔는지에 대해선 윗분이 다 써주셔서 굳이 얘긴 안 할게요~

    • 아즈라엘 2019.05.27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동영상을 제대로 안보신거 같은데
      남경이 주취자를 제압할때 엄호해야 할 여경은 그냥 쳐 밀려나기 바쁘더군요

      주취자가 아니라 칼이라도 들었다면???
      애궂은 경찰 하나만 혹 하나 달고 출동했다가 순직하는거지요

    • 2019.05.27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4번을 제일 반대하는 게 나시카님이나 님이 그렇게 우호적으로 보는 ♩♪♫♬들인뎁쇼???? 여자 쪽수 불리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절대 못하니까요ㅋㅋ

    • ............. 2019.05.27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1.이건뭐. 개인판단이 넘어가고...
      2.일단 말씀하신대로 "여성경찰"의 문제가 아닌 "경찰"이 제압을 제대로 하지못한건 맞습니다. 그러면 왜 그러한 일이 생기는지 알아보는게 순서이것죠?
      경찰시험 실기체력검정표 보신적이 있나요? 여성의 경우 남성의 1/3이 기준입니다. 범죄를 제압하는데 있어서 여성,남성의 구분이 없습니다. 본질적 체용이 글러먹었으니 이사단이 난거지요. 그리고 여성 제압 운운하는데 비열하게 그러지 맙시다. 그게 성폭행 운운하며 짖어대는거 무서워서 즉 똥이 드러워 피하는거지. 제압을 "못"하는건가요?
      3.사기치지 마세요. 대림동 "여경'이 욕먹은 거지 여성경찰 전체가 욕먹은적 없습니다. 다만 이를 계기로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체력검정을 하고 할당제를 페지하라는게 주요 주장입니다. 이게 "여혐"이고 소수자 혐오 인가요? 그건 어느나라 여혐입니까?
      4.내근에서 놀지말고, 체력검정 제대로하라는거 천오백만년 전부터 주장하던겁니다. 그런대 그때는 입닫고 있으시다가 여혐이다아~~~ 왈왈왈!!! 여성차별이다아~~~왈왈왈!! 개소리하는거 웃기다고 봅니다. 그동안 귀머거리 심봉사로 시신건가요?

    • 수비니우스 2019.05.27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경찰시험 실기체력검정표를 봤는데 10점 만점 기준 100미터 달리기 남13초 여15.5초 / 1000미터 달리기 남230초 여290초 / 윗몸일으키기 남58개 여55개 / 좌우악력 남61kg 여40kg / 팔굽혀펴기 남58개 여50개라고 하는데 여경의 체력기준이 남경의 1/3이라는건 좀 아니지 않나요?? 군대를 간부로 나온 저로서는 남군특급이 팔굽혀펴기 72개일때 여군특급이 30개인거보고 어이없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사회에선 그것가지고 얘기하는 경우는 없고 여경체력가지고 까는 사람은 많던데 남경58에 여경50이면 그렇게까지 큰차이가 있나 싶습니다. 큰차이 없으니 동일하게 58로 올리자고 해도 좋을것 같기도 하고요. 그저 군인에 비해 경찰체력은 왜이리 널널한가 싶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 장구벌레 2019.05.27 2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력]이니, [좌표] 같은 거 좋아하시는군요.

      광화문 광장의 촛불과 전단을 보고
      [아, 내가 FTA 협상을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전단 인쇄비 어느놈이 댔는지 배후에 있는지 찾아내라]
      하시던 어떤 대통령과 코드가 딱 맞으시던데, 구명운동 안가시나요? 퓹ㅋ

      뭐, 라인하르트님 처럼 논리적인 글이 없어요?

      여기 기릭스 님처럼 2등시민들의 대우에 대해 정성들여서 [논리적]으로 써봤자,

      1등시민과 댁같은 명예 1등시민들에게는 쇠귀에 경읽기라는거 너무 잘 깨달았거든요. 굳이 긴 댓글 시간낭비하며 달고싶지 않습니다.

      조롱 몇마디면 충분하고요.

    • 유동닉 2019.05.27 2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꽤 오래전부터, 평소엔 멀쩡하게 논리정연한 글 잘 쓰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성 관련해서 글을 썼다 하면 죄다 그간의 논리적인 면모는 갖다 버리고, 감정에 호소하는, 그마저도 호소력 0인 글을 써대는 경우가 참 많더군요. 그런 거 써대는 분이나 그런 분을 추종하는 분들 눈에야 자기 글이 아니라 댓글이 지저분하게 보이겠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bM-xZ6gSz0c&t

      현대 교육을 참 충실히 받으신 분들이라 그렇겠죠? 저희같이 감수성 빻은 미개인들과는 다르게요~~

    • 기리스 2019.05.29 1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https://www.yna.co.kr/view/AKR20190527152700005?input=fb&fbclid=IwAR0LL7fJaLWMqXDXJ79qA0MLAMCGzQUeFK0EFGXz1x4GZWEMnHJkryS0LeI

      4번을 절대 반대하시는 게, 바로 님같은 남페미 분들이 열심히 응원하시는 그 분들인데요?????????? 그간 열심히 4번의 대안을 제시하고 이행하라 주장한 건 님과 반대되는 안티페미 분들이었고요.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 지 참 기대되는군요.

  5. 생각해봐요 2019.05.27 0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면 다른 면을 한 번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 나스카님께서 여성의 체력이 문제라면 50대 배나온 경찰관들도 옷 벗어야한다고 하셨는데, 여성들의 평균 체력이 남성보다 약하기 때문에 경찰 채용이나 정기 체력검사에서 남성보다 완화된 체력기준을 적용합니다. 여자 10점이 남자 1점인 경우도 있고, 남자 과락이 여자 9점에 해당되는 경우도 있죠.

    여성의 체력이 낮기 때문에 완화된 체력기준을 적용하여야한다면, 4,50대도 2,30대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또 장애인은 체력기준 적용하지 않고 필기만으로 채용 시켜줘야 할까요? 하지만 경찰은 장애인 채용은 하지 않죠. 경찰 말 대로 체력이 요구되는 분야는 30%도 되지않는다면 70%의 보직에 장애인도 채용 가능할텐데 왜 그럴까요?

    무엇보다도 50대 경찰들은 최소 1~20년간 경관으로 근무하면서 신입경찰들이 할 일들을 다 경험하고 관리직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신입 여경들에게 요구되는 체력을 꼭 필요한 경우는 없죠. 군대로 치면 이등병이 지휘하고 전략을 짜는 군대도 망할 군대이지만 참모총장이 소총들고 전선에 뛰어드는 군대도 망할 군대인거나 마찬가지죠. 그 위치에 맡는 체력을 요구하는데 있어서 남녀의 구분이 있어서는 안된다다는 것과 위치에 관계없이 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문제도 있겠죠. 나스카님은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겠고 페미니스트로 자부하시지만, 만일 회사에서 나스카님에게 당신은 남자로서 사회적 강자이고 좋은 기회도 많으니 월급을 줄이고, 그 차액분을 여직원에게 주겠다고 하면 과연 나스카님은 받아들일까요? 아니면 회사 욕하면서 이직 준비를 할까요? 지금 페미니스트들은 사회에서 한정된 파이 중 남성지분을 먹으려고 하는 것 같아보일 뿐입니다. 그것이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면 불만이 없겠지만 공정하지도 못하고 정당하지도 못하다고 생각하여 저는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것이고요.

  6. raa 2019.05.27 0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비신부의 이중잣대가 왜 페미니즘이 반발을 일으키는지 잘 보여주네요.
    2억이 뉘집개이름인가요? 그거 이자만 해도 예비신부 몇달치 월급입니다.
    2억을 남자가 부담하는 문제에는 눈을 감고, 그걸 갚는 부분에서만 감수성을 요구하는 이상 한국 페미니즘은 빼액거리는 생떼를 못벗어납니다. 여러모로 신빙성도 의심스러운 여자라서 받는 불리한 점만 강조하고, 남자라서 받는 불리한 점(예를 들어 군대)는 그냥 나몰라라 하죠. 그따위 집단 이기주의에 계속 찬동해줄만큼 남자들이 저능아는 아닙니다.
    여기 글들에서 보여지는 나시카님의 가치관은 현명하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부인분 때문인지 부채의식 때문인지 이성을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계시는듯하군요. 과거에는 옳았고 필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폐가 된 것들이 역사에는 넘쳐나는 건 나시카님이 더 잘 아실텐데.. 그리고 그 낡은 인식을 못버리고 잘못된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 때문에 역사가 얼마나 정체되는지도요..(ex:로마의 원로원, 한국의 반공주의) 이미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페미는 일베와 동급이고 그걸 백러쉬로 이해하다가는 꼰대 루트를 타게 되실거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7. reinhardt100 2019.05.27 0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슨 댓글이 이리 많은지? 놀랍네요. 민감한 주제이긴 합니다.

    • 최홍락 2019.05.27 1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민감한 문제이긴 한데 reinhardt100님과 같이 적확한 근거자료와 진단으로 들어온 공격을 찾기가 힘든게 슬프네요. 새로본 아이디가 많은걸 보니 좌표찍고 오는 인간들이 많긴 한 듯요. 여기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지만ㅎ ♩♩♫젊꼰이라ᆢㅋ 05학번이면 회사에서 빠르면 과장직급일수도 있을텐데 이정도 수준의 저급한 표편이 오가는걸 보면 핫하긴 해요ㅎ

    • reinhardt100 2019.05.27 1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05학번이라서요 ㅎㅎ

      음 그나저나 요새는 연일 철야가 다반사라 예전처럼 장문으로 올리는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주제는 더욱 쉽지 않죠.

      감정적으로 접근하자면야 그냥 질러버려도 되지만 공부 좀 한 사람들이 그러면 곤란하죠. 합리성에 기초한 논쟁을 해야지 말입니다. 저도 자유주의 신봉하는 사람으로써 지금의 작태는 솔직히 격정됩니다. 이러다 정말 후대에 나라가 기울지도 모르니까요. 각 개인의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되야 나라도 어느 정도 유지되는 법이니까요.

    • 장구벌레 2019.05.27 2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시카님 역갤 시절부터 따라다니던 사람이고, 혼블로워 처음 사본게 수능 보고 할 일 없던 09년인데요,

      새로본 아이디 드립 ㅋㅋㅋㅋㅋ부릴 게 없어서 올드비 부심 부리시나요? 05학번이니, 군대 전역하고 08,09,10, 딱 저희 세대들한테 어떤 [오빠]셨고 어떤 [선배]셨는지 눈에 훤해서 보기 좋군요.

    • 기리스 2019.05.27 2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단 페미니스트의 ㅍ 자랑 연관이 된다, 아닌 여성의 ㅇ자와 연관이 된다 싶으면 무조건 좌표부터 찍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솔직히 댓글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달리는 경우는 오랜만에 봅니다.

      이 정도 시비로 시작하신 댓글에 그나마도 죄다 논파된 뒤 반박도 못 하면서 고정닉 네임드 부심 부리는 게 바로 꼰대지요. 나이도 젊으니 젊꼰인 거고....

      감성적인 접근은 과연 누가 하고 있는 걸까요... 적확한 근거자료와 진단은 우선 그런 말 하는 누구씨부터가 꺼내질 못하고 있는데 말이죠....

    • raa 2019.05.28 0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좌표를 찍고 오든 말든 논리로 반박하면 되는건데.. 메시지를 반박할 능력이 없으니 메신저를 공격하는 수밖에 없겠죠..

    • 최홍락 2019.05.28 0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ㅂ ㅗ ㅃ ㅏㄹ 젊꼰이랑 대화 섞을 필요도 못느낄 것 같은데 여기까지 찾아서 댓글 달러 오시는걸 보니 어지간히 시비거는걸 즐기시는 모양입니다.ㅋ 산재로 뒤지는 이라는 표현을 버젓이 쓰는 걸 보고 얼마나 좋은 직장 다니셨으면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이따위로 표현하나 싶었는데 그냥 내지르는 표현 수준이 그 수준이라는거겠죠. 그 수준에다 무슨 얘기를 더 할까 싶습니다.ㅋ

    • reinhardt100 2019.05.28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일 있었나보네요? 이제 퇴근해서 댓글들 안 읽었는데 한번 집에 가면서 읽어봐야겠군요. 무슨 글이었길래 이리 난타전인지 봐야겠습니다.

    • 기리스 2019.05.28 0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화 섞을 필요는 못 느끼겠지만 자칭 네임드라는 양반들이 자신의 저열한 논리 전개 방식으로 시비터는 걸 즐기러 왔다 털려서 논리적인 반박도 못하고 그저 부심으로 부들대는 모습을 구경하는 건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을 수도 있지요~~

      "산재로 뒤지는 이라는 표현을 버젓이 쓰는 걸 보고 얼마나 좋은 직장 다니셨으면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이따위로 표현하나 싶었는데 그냥 내지르는 표현 수준이 그 수준이라는거겠죠."? 네, 노예들이 일하다 지쳐서 "우리 같은 거 몇 마리 뒤진다고 윗것들이 신경이나 쓰겄냐?"라고 했다고 "넌 얼마나 잘난 신분이길래 고생하시는 노예분들을 비하하는 표현을 버젓이 쓰냐?"라고 하실 분이시네요. 흑인들이 자기들끼리 어이 니그로 크크 거리는 거랑 스킨헤드 백인이 어이 니그로 거리는 것이 같다고 믿는 수준이실 테니 저 따위 어쩌고 하는 저열한 표현 써 가시면서 참 멋지게 반박을 했다고 자화자찬하고 계시겠지요. 사고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니 논리적인 반박은 못 하고 네임드 부심 같은 남들이 알아 주지도 않는 거나 열심히 붙들고 계신 것이고요. 님 논리전개 방식 그대로 해 드리자면, 님은 자기를 ㅂㅃㅈㄲ으로 비하하는 자기애가 결여된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환자라고 해석해도 되겠군요. 그 수준에 뭔 얘길 더 할까요?

    • 장구벌레 2019.05.28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까지 찾아서 댓글 달러 오시는걸 보니]
      =여긴 내 공간인데 너가 왔네?

      세력 좌표 좋아하고 네임드 고인물 부심 부리는거 보니 클리앙 출신이신가 봅니다

      [여기까지 찾아서]...ㅋㅋ
      나시카님 본인이 쓴 리플인줄 알겠어요?

    • .............. 2019.05.28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최홍락/노친네 어디 절간에 머물다 오셨나. 어느 정도가 "저열한지" 모르것고.
      에당초 댁이 정의한 "여성에 대한 무조건 적인 공격" 이라는 프레임부터가 글러먹었구만, 자기 잘못한것은 ♬♬♬ 생각안하고 고인물 부심에 피해망상까지 있내요... 댁이 뭐라도 되나? 개 ㅈ 같은 소리만 찍찍 하니 욕쳐먹는건 당연한거지.
      좌표는 무슨..ㅋㅋㅋㅋ 손가락으로 꼽을정도구만... 나르시즘도 적당히 가지시길
      님은 그냥 지나가다 보이는 젊은꼰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 흥부 2019.05.29 0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홍락님이 2010년에 졸업한 남자라셨으니, 병역 이행한 거 감안하면 2003~4년 즈음 입학한 학번이시겠군요. 그럼 뭐 얼추 각 나오네요. 같은 80년대생들이라도 초반년생들이랑 후반년생들은 느낌이 확 다른데, 초반들은 진짜 홍락님처럼 어딜 연약한 여자에게 그런 것을 시켜 같은 소릴 대놓고 하는 분들 넘쳐났거든요? 7차 교육과정이란 역시 그분들이 열심히 빠시는 노무현의 작품 답게 참 우수한 교육체계였던 게 분명한가 봅니다(웃음).

    • 흥부 2019.05.29 0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입학하기 전 OT 갔다가 버스에서 짐 내리는데, 여자들 빼서 열외시키고 연약한 여자들이 어딜 이런 걸 드나~ 하며 남자들보고 여자들 개인 짐까지 내려 주라고 하면서 여학우들에게 씨익 웃음 보내던 03학번 그분들 아직도 잊지 않고 있지요.

  8. 제임스노링턴 2019.05.27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놀라울 것 없죠. 말씀하신 것처럼 민감한 주제이니까요. 위 다른 분 말씀처럼 페미코인을 다른 의미로 긁어모으는 글이죠.

    • .............. 2019.05.27 1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페미코인"이란건 일부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주제로 모금을 해서 한탕 땡끼는걸
      말합니다. 솔직히 여기서 갑론을박한다고해서 10원이라도 생기나요?
      글쓴이가 잘 알아보지고 않고 함부로 재단하니 이 사단이 나는거지요.

    • 제임스노링턴 2019.05.27 17:2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알지요... 비꼬는 겁니다. 이런 어그로성 글 쓰면 댓글은 잘 달리니까, ♫♬♬♬ 글로 거둔 댓글 수확=페미코인이라 비꼬는 거죠.

  9. 웜꿀 2019.05.27 1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m.segye.com/view/20190527510728

    이런 거 알면서도 여전히 페미 빨고 계신다면 진지하게 병원 가 보시라고 해야겠군요.

  10. 유애경 2019.05.28 1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뜬금없는 얘기지만 오래전에 이현세님의 '블루엔젤'이라는 만화를 본적 있는데 여주인공 하 지란이 남자형사 동료들 못지않게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거의 동등한 레벨로 활약하는걸 보고 만화속 주인공 이지만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남자들 꽃같은 청춘의 한때를 나라를 위해 군복무에 바치고 나오는데 그에따른 보상이나 특혜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무래도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난이도가 높거나 위험한 일에 많이 종사하니까 그에 따른 임금이나 수당이 높은것도 당연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자들이 단지 여자라서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른 제도적인 보완도 당연히 필요하겠죠!


  11. 까까님 2019.05.29 0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혼이나 여러가지 안좋은 상황에 대비하는 거 좋죠
    제대로 인성교육 받아본 사람이 없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관습이나 도덕이나 감정에 의지하기 보다는 법에 의지하는 게 더 안전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결혼도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비즈니스와 같은 식으로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저 여자분 생각에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2억을 왜 남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야 하나요?
    혼수고 뭐고 결혼에 드는 전 비용을 합산해서 50%씩 분담해야지요
    즉 남자가 2억 대출 받겠다 할 때 본인 명의로 1억 대출받겠다고 하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신 예식과 혼수 등에 드는 비용을 남자가 절반 내라고 하면 되겠죠
    채무는 남자 명의로 지고, 이자 부담도 남자가 책임지는데 그렇게 마련한 공간에서 자기는 생활비만 내고 살겠다고 하는 건 온전한 1인의 역할을 하겠다는 자세로 보이지가 않네요
    결혼은 두사람의 운명을 하나로 묶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게 회계적으로 손익검토를 거쳐 투자 승인이 떨어져야 하는 비즈니스로 바뀌어 버렸더군요
    젠더 문제를 떠나서 저라면 그냥 혼자 살겠습니다
    저도 딸이 있습니다만 결혼을 꼭 시켜야겠단 생각은 안들더라구요
    사회적 권리는 의무의 이행에서 비롯되는 거죠
    의무란 건 조금 소극적인 표현이고 책임이라고 확장해서 표현하는 게 맞겠지요
    남녀 불문하고 모든 개인이 공평하게 책임을 분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12. .............. 2019.05.29 1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여러번 댓글달기 싫어하는데 이런 포스팅은 진짜로 저열하다고 봅니다.
    자질이 기준에 미달되서 지적하는 건데, 어느새 본인들 문제점은 쏙 빼버리고, 혐오로 문제의 본질을 바꿔치기
    해버리는거.
    이 스킬은 당 할 때마다 어안이 벙벙해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는 커녕, 되려 정당한 지적을 한 국민들을 여성혐오로 몰아가고 농락.
    진짜 제정신이신지?

  13. PANDA 2019.05.29 1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주인장 말씀에 동의 합니다만, 이번에 불거진 사건에서 가장 큰 이슈는.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자기 임무를 다하지 않고 , 주변 시민에게 그 의무를 떠넘겼다는데 있는것 같습니다. 세금 받고 봉사하는 경찰이 일반 시민이 협력해줘야 취객 제압이 가능 하다면 차라리 순찰병력 줄여서 세금 절감하고 정당 방위의 범주를 확대하는데 나을테지요

  14. 2019.05.29 2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문 안 읽는 사람이 너무 많네요. 본문 이야기를 하자면 저도 뭐가 문제인지 알아채긴 했는데 한 10초 정도 걸렸습니다.

  15. ㅇㅇ 2019.06.01 09: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내용부터해서 무슨 홍위병 같은 댓글까지... 어후 즐찾 삭제합니다.

  16. 유동닉 2019.06.01 15: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부터인가... 페미니스트 운동과 그에 대한 반발로 여성 혐오 경향이 생겨났었지요.

    첫머리부터 고개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네요. 페미들이 권리만 달라고 하고 의무는 남성 일방부담을 원하는 여성우월주의자임을 드러내고, 그로 인해 이를 성토하는 쪽이 반발한 지는 최소 20년은 넘었는데, 이제사 무슨 반발? 여성혐오 경향? 이렇게나 세상을 볼 줄 모르시는 분이셨다는 게 놀랍군요. 군가산점 폐지되던 시절엔 뉴스 안 보고 어디 절에라도 들어가 사셨던 분 같네요.

    • 자유민주주의 2019.06.02 0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이 분이 작성한 포스팅 전반을 둘러보면 자녀 있고 소득 있고 조직사회에 있고 우파에서 좌파로 전향했다는 진술 있고 4,586 연세에 꼰대일것 같긴 합니다

  17. 피식 2019.06.08 0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닉네임: 자유민주주의 <- 여기서 부터 ♬♫♫ 아니면 젊은 꼰대 ㅋㅋㅋ

    • 자유민주주의 2019.06.11 2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자라나 4.19 5.18 6.10으로 이룩하고 촛불시위로 재확인한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너무 사랑해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세력을 살려두면 안된단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꼰대 운운하다니요.

      피식님은 십중팔구 종북주의자로 보이는데 맞는지? ^^

  18. 샤르빌 2019.06.08 0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인장님이 이런글 좀 쓰셨다고 즐찾 삭제니 뭐 하시지만 주인장님은 나폴레옹에 대해서 정통하기로 유명하시고 그 글을 보러 오는것이지 어쩌다 시사적인 내용 쓰셨는데 그게 본인의 생각과 다르다고 손절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같지 않고 절대로 같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본인의 생각만 옳다 지키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듣지않고 다 거르고 지내면 딱 거기에서 갇히고 머무르게 됩니다 트페미니 뭐니 하는 그런 사람들 처럼요

    • 2019.06.09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님이 말한 즐찾 삭제, 손절도 엄연히 생각이 다름의 표현이에요. 주장이란 거 자체가 "내가 옳다"의 어필인데 뭐 어쩌란 건지....

    • 장구벌레 2019.06.10 0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 2차대전에 엄청 정통한 파워블로거 대사님이지만, 5.18 부칸군 개입설 주장하는거 보면 정 떨어지긴 합니다.
      나시카님도 완벽할 수는 없죠.

  19. 다시다 2019.06.12 1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들 댓글 가관이네요.
    이 정도 온건한 페미니즘 발언도 죽일듯이 달려드니까 결국은 워미드류가 부상하는 겁니다.

    • 일반의지 2019.06.12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반대죠, 진짜 멍청하시네요 ^^ 정권잡은 사회주의 사상분자들하고 그런 조류에 편승한 여자마초 및 계집피해의식분자들의 패악질이 대한민국을 정상국가에서 이탈시키니 일반여론이 사소한 이념오류에마저도 불관용 원칙을 적용하게 된 거 아닐까요? ㅎㅎ

    • 장구벌레 2019.06.12 1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건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부터 웃기네요
      아우슈비츠는 강경한 나치즘,
      유태인 추방은 온건한 나치즘 정도 되나?ㅋ

    • 기리스 2019.06.17 0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성차별적 발언 하는데 정상인이면 죽일 듯 달려들지 옹호해 주나요? 온건한 페미니즘은 퍽이나.

      이게 페미 할짝 하시는 분들의 평균 수준이지요. 피식.

  20. Eugen 2019.06.13 1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곳 주인이 뭘 모르나본데 파시즘,공산주의,페미니즘은 방법론 측면에서 보면 형제자매사상입니다. 그 방법론은 정체성 정치로써 아리아vs비아리아,자본가vs노동자,남성vs여성으로 한쪽의 일방적인 피해의식을 유발하면서 파시스트,공산주의자,페미니스트들이 먹고사는 겁니다

    • Eugen 2019.06.13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트럼프를 싫어하는 이유기도하고... 그런데 주인장에게 물어봅니다. 관찰을 제대로하고 깊은 사유력을 갖추기는 했습니까? 뇌피셜로 하는가 아니죠?

    • 장구벌레 2019.06.14 1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폴레옹이 러시아랑 싸웠다고 사유력이 딸리는건 아니죠. 나시카님이 한국군 군대문제에 쓰신 글을 보시면 절대 그런말 들을 사람은 아니세요. 통찰력도 있으시고

      그냥 딸보다 아들이 대학가던 그시대 사람의 한계죠
      (중간에 젊은꼰대 하나가 있긴한데 그건 흠좀ㅋ. 05면 더이상 젊지도 않지요)

  21. 잡지식 2019.06.21 1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이 본문의 첫줄을 증명하는군요

2019.05.20 06:30

 

전진이 시작되었다.  석회암이 둥글게 돔처럼 덮힌 반도의 꼭대기 위에는 긴 풀이 자라나 있었고, 간간히 나무도 있었다.  오솔길에서 벗어나면 높이 제멋대로 자란 억센 풀숲 때문에 걷는 것이 약간 어려웠지만 전반적으로는 걷기 쉬운 길이었다.  병력들은 촘촘히 뭉친 채로 대오를 유지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 수병들의 눈이 완전히 어둠에 익숙해져서 별빛만으로도 길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혼블로워가 보고했던 도랑은 완만한 경사로 얕게 움푹 파인 것에 불과하여 건너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부시는 화이팅을 옆에 낀 채로 해병들의 선두에 서서 걸었다.  그의 주변은 마치 따뜻한 담요같은 암흑으로 감싸여 있었다.  이 행군에는 뭔가 마치 꿈결같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부시가 지난 24시간 동안 한순간도 잠을 자지 못한데다 그동안 겪은 피로로 멍해졌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요새가 위치한 곳은 반도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었으므로 당연히 오솔길은 완만하게 오르막길이었다.

"아!" 갑자기 화이팅이 소리를 냈다.

오솔길은 탁 트인 바다 쪽에서 멀어져 만으로 향하는 방향, 즉 오른쪽을 향해 굽어졌고, 그들은 반도의 등뼈에 해당하는 부분을 지나서 이제 만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오른쪽을 보니 만 아래까지가 훤히 보였고, 만 해변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낮게 깔린 구름을 뚫고 수평선 위에 달빛이 약간 비쳤기 떄문이었다.  

"미스터 부시, 부관님 ?"

이건 웰러드의 목소리였는데, 이번에는 좀더 가다듬은 목소리였다.

"여기 있네."

"미스터 혼블로워가 또 저를 보냈습니다, 부관님.  앞에 오솔길을 가로지르는 도랑이 하나 더 있습니다.  게다가 한떼의 가축과 맞닥뜨렸습니다, 부관님.  언덕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그것들을 꺠워서 지금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고맙네, 잘 알겠네."  부시가 말했다.

부시는 그의 지휘 하에 있는 병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범한 사내들과 평범 이하의 사내들을 아주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 인간들이 오솔길을 따라가다 가축떼와 마주친다면 이들은 적과 만났다고 오인할 것이 틀림없었다.  설령 총성이 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병력들이 몹시 흥분할 것이고 소음도 요란할 것이었다.

"미스터 혼블로워에게 우린 여기서 15분간 멈춰 있겠다고 전하게."

"예, 부관님."

시간이 허락한다면 지친 수병들에게 휴식하면서 저 뒤쪽 대오가 따라잡을 기회를 주는 것은 어쨌거나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쉬는 동안 수병들에게 가축떼를 만날 가능성에 대해 한명 한명에게 경고를 주는 것도 가능했다.  부시는 원래 멍청한데다 이렇게 지친 사내들에게 그저 대오를 따라 말을 전달하는 것은 충분치 않을 뿐만 아니라 꽤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명령을 내려 대오를 멈추게 했는데, 졸면서 걷던 수병들은 걷다 멈춘 앞사람과 철커덕 소리를 내며 당연하다는 듯 부딪혔고 궁시렁거리며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퍼졌다.  부사관들이 그런 소란을 조용히 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풀밭에 드러누운 수병들에게 경고를 주고 있는 동안 부시관 하나가 또다른 문제거리를 부시에게 보고했다.

"수병 블랙 말입니다, 부관님.  그 녀석 취했습니다."

"취했다고 ?"

"수통에 담아둔 독주를 마신 것이 틀림 없습니다, 부관님.  입에서 술냄새가 나거든요.  그걸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슴다, 부관님." (Dunno 'ow 'e got it, sir.)

휘하에 100하고 80명이나 되는 수병들과 해병들이 있다보니, 그 중에 최소 하나는 취할 만도 했다.  어떻게든 술을 손에 넣고 기회만 되면 취해버리는 재주는 귀나 눈처럼 영국 수병 신체의 일부같은 것이었다.

"지금 어디 있나 ?"

"그 녀석이 소란을 피웠습니다, 부관님.  그래서  귓구녕에다 한방 먹여줬더니 지금은 조용함다, 부관님." (I clipped 'im on the ear'ole an' 'e's quiet now, sir.)

부시의 짐작에, 이 간단한 문장에는 말하지 않은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더 물어볼 이유도 없었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했다.

"믿을 만한 수병 하나를 골라서 우리가 출발할 때 블랙과 함께 남겨두고 가게."

"예, 부관님."

결국 상륙조는 술에 취한 블랙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 녀석이 더 이상 말썽 못부리게 돌봐줄 수병 하나까지 추가로 잃은 셈이 되었따.  하지만 여태까지 더 많은 낙오자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꽤 운이 좋은 셈이었다.

대오가 다시 출발하자 저 앞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혼블로워가 확실해 보이는 후리후리하고 마른 체형의 실루엣이 희미한 달빛을 등지고 나타났다.  그는 부시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걸으며 상황을 보고했다.  

"요새를 눈으로 보았습니다, 부관님."

"그런가 ?"

"예, 부관님.  여기서 약 1마일 (1.6km) 떨어진 곳에 도랑 같은 것이 또 하나 나옵니다.  요새는 그 너머에 있고요.  달빛을 등지고 보입니다.  도랑에서 0.5 마일, 어쩌면 그보다 더 가깝습니다.  전위대가 오거든 도랑 앞에서 멈추게 하라는 명령과 함께 거기에 웰러드와 새들러를 남겨두고 왔습니다."

"고맙네."

부시는 울퉁불퉁한 땅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피로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먹이 냄새를 맡은 호랑이가 도약을 위해 근육에 힘을 주는 것처럼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느꼈다.  부시는 전투 체질이었고, 이제 곧 전투가 벌어진다는 생각은 그에게 자극제가 되었다.  앞으로 해뜨기까지 2시간.  시간은 충분했다.

"도랑에서 요새까지 0.5 마일이라고 ?"  그가 물었다.

"아마 그보다 더 가까울 겁니다, 부관님."

"알겠네.  거기 멈춰서 해뜨기를 기다리지."

"예, 부관님.  제 공격조에 합류하러 가도 되겠습니까 ?"

"가도 좋네, 미스터 혼블로워."

부시와 화이팅은 대오 중에서 가장 느리고 서툰 사람들에게 맞춰 행군 속도를 느리고 꼼꼼한 발걸음 속도로 억제하고 있었다.  부시도 이 순간에는 전투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의 보폭을 막 넓히려는 자기 자신을 억제하고 있는 중이었다.  혼블로워는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부시는 그의 걸음걸이가 어색한 것을 보았지만, 이 부하의 넘치는 활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화이팅과 최종 공격 작전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도랑 입구에는 부사관 하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시는 대오 뒤로 멈출 준비를 하라는 말을 전달시킨 뒤, 조금 있다가 대오를 정지시켰다.  그는 앞으로 나가 정찰을 했다.  옆에 화이팅과 혼블로워를 낀 채로 그는 하늘을 배경으로 요사의 직사각형 실루엣을 관찰했다.  심지어 깃대까지도 어두운 직선 모양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이제는 그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행군의 마지막 단계에서 병사들을 째려보던 그의 얼굴 표정이 이젠 긴박한 상황에서 실종되었던 사람 좋은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작전을 위한 조치는 신속하게 이루어져 명령이 나직한 목소리로 이리저리 전달되었으며, 마지막 주의가 내려졌다.  병력을 도랑 속으로 몰아넣었다가 돌격을 위해 포진시켜야 했으므로, 지금이 여태까지 중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화이팅의 조용한 한마디에 부시는 다소 머뭇거리며 고민을 했다.

"병력들에게 장전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릴까요, 부관님 ?"

"아니,"  마침내 부시가 대답했다.  "냉병기만 쓴다. (Cold steel.)"

 

 

(총알이 없는 빈 총이라고 해도 저렇게 시퍼런 날의 총검을 꽂으면 꽤 훌륭한 무기가 됩니다.  저런 총검은 사실상 베는 목적으로는 못 쓰고 찌르는 용도로만 쓸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이 많은 머스켓 소총에 장전을 허락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 부담이 큰 일이었다.  장전봉이 딸그락거리는 소음이 필연적인데다, 어떤 바보가 방아쇠를 당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혼블로워는 좌측으로 갔고, 화이팅은 그의 해병들을 이끌고 우측을 행했으며, 부시가 그의 공격조를 이끌고 중앙에 드러누웠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행군으로 인해 다리가 아팠다.  드러누우니 피로와 수면 부족으로 인해 그의 머리는 헤엄을 치는 듯 잠으로 빠져들 것 같았다.  그는 정신을 다시 차리기 위해 일어나 앉았다.  지친 것 빼고는 기다리는 시간이 그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셀 수 없이 많은 당직이 따르는 다년간의 바다 생활과, 지겹기 짝이 없는 다년간의 전쟁 기간은 그에게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게 했다.  일부 수병들은 바위투성이 도랑에 누웠다가 실제로 잠이 들어버렸다.  여기저기서 코 고는 소리가 났다가 옆사람이 툭 쳐서 깨웠는지 코 고는 소리가 갑자기 뚝 그치는 것을 부시는 여러차례 들었다.  

 

Posted by na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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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2019.05.20 1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착검한 m16하곤 차원이 다르게 깁니다, 간수하기 힘들겠다 싶은데요

    • reinhardt100 2019.05.20 2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학군 예비군 첫해였나? 당시 칼빈 소총탄을 교탄 소모해야 한다고 지원자 받아서 칼빈으로 사격했었던 적이 있었죠. 솔직히 쏘면서 정말 기겁했는데 노리쇠가 덜컥덜컥 거리면서 왔다갔다 했었습니다. 그 때 아 이거 총 터지면 그냥 국군수도병원가네? 생각나더군요.

      그건 그렇고 그때 칼빈이나 M-1용 대검 착검된 것도 봤는데 (물론 날을 죽인 겁니다만) 19세기 이전의 소켓형 총검이나 샤스포나 그라스 소총의 야타간식 총검과는 확실히 다르겠더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야타간식 총검 길이가 최대 70cm가 넘는건데 저거 들고 총검돌격하면 진짜 찌르기가 주된 용도겠다 생각 들었습니다.

  2. 푸른 2019.05.20 15: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곧 전투에 돌입하겠네요. 언덕을 올라오는 것도 흥미진진했는데 전투는 또 얼마나 재밌을까요!

2019.05.16 06:30


제가 올해 들어 '사람은 왜 태어났고 인생에는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요즘은 뉴스도 거의 보지 않고, 중독된 것처럼 열심히 하던 게임도 끊고, 페북도 거의 하지 않고, 체중도 꽤 줄였습니다.  심지어 이 블로그도 접을까 하다가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그냥 당분간은 번역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요.  사실 인생이란 무엇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은 모든 사람들이 한두번쯤, 어쩌면 평생 고민하는 문제이긴 합니다.  그래서 모든 학문의 끝판왕은 철학이고 철학을 하다보면 결국 신학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소리를 와이프가 하던데, 저도 거기에는 꽤 공감하는 편입니다.

성경에서도 삶은 참으로 허망하고 헛된 것이라고 나옵니다.  

(전 1:2)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렇게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며 출근하던 어느날 아침, 매일 보던 아파트 화단의 흙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또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이런 것이었어요. 

"저 흙 한줌 속에도 많은 벌레들과 미생물이 가득할 것이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소중한 생명인데, 과연 그 많은 생명들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  나의 삶이 그것들과 비교할 때 과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점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

거기에 대해 기독교에서는 분명히 더 나은 점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영원불멸의 영혼을 가진 존재임에 비해, 동물들은 (혼만 있고 영이 없다든가 혹은 그 반대든가) 영생도 없을 뿐더러 인간의 다스림을 받는 존재들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기독교인들이 천지창조에 대해서 빅뱅 이론은 비교적 순순히 '하나님의 기적'이라며 받아들이지만, 유독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더라고요.  제 짧은 생각으로는 돌연변이에 의해 새로운 종의 탄생이 가능하도록 DNA를 coding하신 것이 하나님이라고 생각한다면 진화론이라는 것이 굳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인간만이 특별한 존재이고 오로지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진화론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지요.

그런 점에서 불교는 입장이 꽤 다릅니다.  불경을 읽은 것이 아니라서 원전을 인용하기는 그렇습니다만... (저는 이 이야기를 신필 김용 선생의 '사조영웅전'에서 읽었습니다) 아래의 불교 설화가 인간과 동물의 생명에 대한 관점을 잘 보여줍니다.

"어느 왕자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느닷없이 비둘기 한마리가 날아와 왕자의 품 안으로 파고 들었고, 그 뒤를 쫓아 매 한마리가 나타났다.  매는 왕자에게 그 비둘기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는데, 왕자는 비둘기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거절했다.  그러자 매는 '그 비둘기를 당장 먹지 못하면 내가 굶어죽는다.   비둘기의 생명만 소중한가 ?  나의 생명도 소중하지 않은가 ?' 라고 말했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왕자는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제안했다.  '비둘기의 무게만큼 나의 살점을 떼어줄테니 그것을 먹고 대신 비둘기를 살려달라.'  그래서 정말 저울을 가져놓고 한쪽 접시에는 비둘기를 올려놓고, 다른쪽 접시에는 왕자의 살점을 조금씩 잘라 올려놓기 시작했는데, 팔과 다리, 가슴에서 아무리 살점을 많이 떼어 올려놓아도 저울은 비둘기 쪽으로 기운 채 도통 올라오지 않았다..."

사조영웅전에는 여기까지만 나오고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읽어도, 불교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무게는 동일하다고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고 인간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개와 몇 분만 눈동자를 마주 보며 앉아있어도 개나 사람이나 똑같이 희노애락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물론 우리는 인간이니까, 인간끼리 서로 좀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허망한 삶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최근 제가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했던 Simon & Garfunkel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뭔가 울컥하는 것이 있더라고요.  저는 노래에서 가사를 꽤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이 노래의 가사는 특히 뭔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낙심한 사람들에게 정말 위안에 되는 노래입니다.  삶이 그렇게 덧없고 헛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누군가 정말 아무 조건없이 나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살아갈 힘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또 만약 제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도움을 받는 것 못지 않게 정말 큰 삶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항상 하나님은 왜 자력으로 살 수 있는 식물까지만 만드시지 않고, 꼭 다른 동물이나 식물의 생명을 해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동물도 만드셨을까 하고 궁금해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은 인간들이 서로 돕고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인간을 만드신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 새로운 계명이라고 내려주신 것이, 바로 서로를 사랑하라는 단순한 것이었지요.  

(요 13:34)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실제로 이 노래는 폴 사이먼이 복음성가에서 영감을 받아 작사작곡한 곡이고, 제목도 다른 복음가수의 노래 가사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노래는 전반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위로하는 내용이고, 후반부는 마침내 그 사람의 상황이 잘 풀려 순풍에 돛을 단 듯 좋은 상황이 되는 그런 희망적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노래 들으면서 울컥했던 부분은 (항상 그렇지만) 전체 노래의 80% 정도가 지난 부분에서 나오는 아래 부분이에요.

 

Oh, if you need a friend 
I'm sailing right behind 

 

그러니까,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silver girl이 고난에 처했을 때는 몸을 던져 silver girl을 돕는데, 이 silver girl이 이제 제자리를 잡고 잘 나갈 때에도 굳이 나서지 않고 옆이 아니라 뒤에서 묵묵히 따라가기만 합니다.  혹시 silver girl에게 도움이 필요할 경우가 또 생길 것에 대비해서요.  그야말로 아무 조건이 붙지 않은 도움을 주는 경우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친구가 많다고 자랑하지만, 대부분의 관계는 give & take의 관계에 불과합니다.  정말 아무런 조건 없이 일방적으로 아끼고 돕는 관계는 흔치 않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보는 관계, 그리고 신이 인간을 보는 관계 정도지요.  그래서 이 노래의 가사가 복음성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떄 저 노래에서 'Sail on silver girl' 이라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은빛으로 빛나는 여자가 키를 잡고 석양이 지는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고 낭만적으로 들렸거든요.  그런데 뭐든 마약과 연관지어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저 'silver girl'이라는 부분에 대해 헤로인 주사 바늘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론 그렇지 않았고, 당시 폴 사이먼와 막 결혼했던 Peggy Harper가 그때 즈음 머리칼에서 첫번째 흰머리를 발견하고 약간 우울해 했던 것을 위로하기 위해 삽입된 것이라고 합니다.  가장 우스운 부분은 이 노래 전체는 언제나 그렇듯이 폴 사이먼이 작사 작곡을 다 알아서 한 것인데, 이 'Sail on silver girl' 부분만은 아트 가펑클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고, 정작 폴 사이먼은 이 부분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이먼 & 가펑클의 노래들은 모두 폴 사이먼이 작사작곡한 것이지만, 이 노래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가펑클이 솔로로 불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이 노래는 가펑클의 작사작곡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최대 히트곡인 이 노래를 가펑클이 웅장한 피날레와 함께 부르고나면 청중들이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하곤 했는데, 이 노래에서 맡은 파트가 없었기 때문에 (피아노도 다른 사람이 연주함...) 한쪽에 찌그러져 있던 폴 사이먼은 속으로 '이봐들, 그건 내 노래인데 !' 라며 질투를 느끼곤 했다네요.

 

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제목은 보통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라고 번역되었는데, 사실 그 번역이 더 좋긴 합니다만 여기서는 그냥 원문에 충실하게 강물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이 노래 감상은 아래 유튜브에서 하세요.

https://youtu.be/4G-YQA_bsOU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강물 너머 다리가 되어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ll dry them all (all)

당신이 지치고 하찮게 느껴질때
눈물이 흘러넘치면 

내가 닦아줄게요

I'm on your side, oh, 

when times get rough
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

난 당신 편이에요 

거친 시절이 찾아와
친구들이 다 사라졌을 때에도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험한 강물 위 다리처럼
나를 밟고 가면 돼요

When you're down and out
When you're on the street

당신이 낙심하고 좌절할 때
당신이 거리에 내몰렸을 때

When evening falls so hard
I will comfort you (ooo)

저녁이 너무 힘겹게 느껴질 때
내가 당신을 위로해줄게요

I'll take your part, oh, 

when darkness comes
And pain is all around

내가 당신 몫을 맡아줄게요  

어둠이 찾아오고
사방이 고통 뿐이라고 해도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험한 강물 위 다리처럼
나를 밟고 가면 돼요

Sail on silver girl
Sail on by

은빛 그대여 돛을 올려요
거침없이 나아가세요

Your time has come to shine
All your dreams are on their way
See how they shine

이제 당신이 빛날 때가 왔어요
계획대로 나아가는 당신의 모든 꿈들이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보세요

Oh, if you need a friend
I'm sailing right behind

혹시 당신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면
내가 당신 바로 뒤에 따라가고 있어요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ease your m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ease your mind

험한 강물 위 다리처럼
제가 당신에게 위안이 될게요


작사: Paul Simon

Posted by na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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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지니 2019.05.16 0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와 나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군요. 저같은 경우는 갱년기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몸도 마음도 요샌 뭐가 이리 복잡한지, 왜 이러고 있는지 싶습니다 ㅎㅎ. 가정과 생계가 있으니 쉴수도 없고, 딱히 무언가에 대한 의욕도 없고, 퀸의 Somebody to love나 Under Pressure 들으면서 덩달아 울적해 지던 작년 가을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사랑과 애정, 관심과 배려가 살 이유를 만들어주는거 같습니다만.... ㅎ

  2. ㅇㅇ 2019.05.16 0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나시카님 글을 보고 힘을 내어 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3. keiway 2019.05.16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삶의 의미와 사후세계, 영혼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불교의 윤회 사상이 깊이있게 다가오더군요.
    나라는 존재는 전생에 나무였을수도, 다음생에는 동물일수도 있고
    내가 먹은 음식이 내가 되고 나는 또 죽어서 자연이 되고...
    계속 생각하다보면 무섭고 그러다보면 허무하고...
    깊은 사색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아 허무를 탈출하기는 참으로 어려우니
    결국 가족이든 일이든 현실을 보며 외면하게 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나시카님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삶의 본질을 찾느라 허무의 바다에 너무 깊게 빠지시진 않길 바래봅니다.

  4. Spitfire 2019.05.16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명제에 부딪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나시카님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요.. 저는 유일신을 믿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신교나 다른 종교를 부정하지도 않지만) 사후세계는 믿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지옥불에 오천만번 불타다보면 적응하는게 인간이라고 생각해서요. 천국의 풍요로움도 언젠가는 질려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생각이구요.

    그러다보니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천국도 지옥도 안간다면 남 눈치보면서 열심히 살아야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허송세월하나 아둥바둥 사나 어차피 시간은 가고 죽음은 올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사람이 참 방탕해졌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고, 좋은 것만 찾고 싶고.. 이렇게요..

    그래도 지금은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번 사는 인생을 재밌게 살고 싶어서요. 방탕하게->신나게로 바뀌었다랄까요. 시간에 쫒기진 않지만 시간을 아깝게 여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디 하루빨리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활기를 찾으시길 빕니다!

  5. 유애경 2019.05.16 17: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전에 아는분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그분은 코믹하고 유쾌한 성격에다 항상 밝은 분위기 였기에 너무나 갑작스런 죽음을 처음엔 다들 농담으로 넘길정도로 죽음 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분 이었기에 특히나 허무 했었더랬죠.
    그러면서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아야 겠다고 겸허해 지다가도 또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나는 왜 나로 태어나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죽으면 어떻게 되는가...등 거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번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교회 안나가니까 죽으면 지옥,까지는 생각하고 싶지않네요.
    나시카님 빨리 활력을 되찾았음 합니다!

  6. ian 2019.05.16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시카님의 블로그 애독자로서 나시카님께서 빨리 마음을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7. 카를대공 2019.05.16 17: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에 나시카님께서 글 올리시는걸 보고 신변에 심상찮은 일이 있겠구나 짐작은 했습니다.

    인간에게 시련이란 나이를 가리지 않고,횟수 역시 사정없이 찾아오는거 같습니다.

    가까운 지인도 아니고 나시카님 사생활을 알지도 못 하는 저로서는 "극복 가능한 일"이길 바라겠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늘 시련을 견뎌내고 일어서지만 현실은 역시 다르더라고요.

    결국은 극복 못 하고 무너지는 경우도 많이 봐서......심경에 큰 타격만 아니길 빌겠습니다.

  8. 화약짱짱 2019.05.16 1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런 생각을 자주합니다.
    삶 그자체가 목적이며 동기고 의미라고요.
    사람이 어떤 삶을 살든, 그 삶의 과정인 오늘 내일 자체가 태어난 의미이며 동기고 또한 목적인거죠.
    저도 가끔 인생에 회의가 들긴 합니다만 이렇게 순간순간이 최대의 목적이며 동기라는 생각을 하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보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을 해치는건 그 다른 사람이 태어난 최대 목적이자 동기, 의미인 삶 그자체를 파괴하는것이기 때문에 씻을수 없는 죄이죠. 박애사상도 그런 소중한 의미와 동기를 지키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니 얼마나 좋습니까. 개인적으로 남에게 피해만 안주면 그 삶들은 동등하게 무한적으로 좋은 삶이라 생각합니다.

  9. Eugen 2019.05.16 2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존재는 존재하기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다른 의미는 없어요. 부모가 나를 낳았을 때 나의 의도(개입) 있었을까요? 그냥 낳음당한 거지요. 태어난 이상 사는거고 이왕 낳음당한 인생 최선을 다해 사는 거죠. 후회는 최악의 선택이니까요.

  10. ㅎㅎ 2019.05.16 2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댓글을 답니다만 불교얘기가 나와서 또 댓글을 달게 되네요. 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부처님이, 불교라는 게 결국 부처님의 사상이지만, 생물에 대해서 단순히 동등하다고만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불교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가르침에 인간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인 거죠. 괴로움은 우리가 인식하는 거니까요.

    좀 더 나아가서는 괴로움의 소멸을 해탈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재밌는 얘기가 나옵니다.
    바로 인간의 특별함에 대해서 입니다. 불교에서는 해탈은 인간만이 얻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동물은 의식이나 이런 부분에서 깨달을 수 있는 형상이 갖춰지 있지 않고
    불교에서 말하는 천신이나 등등은 그들의 신성으로 인해 괴로움으로부터의 해탈의 과정이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결국 인간이 깨달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인 이유는
    우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특별하다.^^

    더운 여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11. 지나가던 사람 2019.05.18 1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조영웅전의 이야기는 시비왕의 본생이라는 설화입니다. 제석천이 자비롭다는 시비왕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의 부하를 비둘기로, 자신은 매로 변해 저런 일을 꾸민(?) 거죠. 결국 시비왕은 살을 떼주다 못해 저울 위로 올라갔고, 그제서야 저울은 균형을 찾았습니다. 제석천은 본 모습을 보이고 왕의 몸을 회복시켜주었고, 이 시비왕이 싯다르타의 전생이라는 게 이야기의 결말입니다. 시비왕의(혹은 부처의) 자비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소설상에선 복수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는, 아이러니한 에피소드로 기억합니다.

  12. 딸꾹 2019.05.18 1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종교적인 이야기, 성경 구절을 보면 지레 진저리를 치며 꺼려하곤 했습니다. 그런 경우 대개 자신의 이야기를 합리화하고 강요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랄까요.
    하지만 나시카님께서 성경 구절을 언급하는 경우에는 다시 읽어보며 그 내용에 대해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평소 쓰신 글에서 제가 느낀 바가 있기 때문이겠죠.
    알고 보이는 만큼 그 생각의 넓이도 다르니 그 크기는 비록 작으나마 다르겠지만 저도 우주에서의 나라는 사람의 크기나 생명의 이어짐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런 생각에 미칠 때가 있습니다. 그저 화학적 조성일 약 몇 알에 몸의 상태가, 나 자신의 생각과 태도가 완전히 바뀔 때도 그렇고..
    그러다보면 대부분의 것은 결국 의미를 부여함과 만족의 범주에 있어 그것을 어디에 두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머무르곤 합니다.

    댓글을 자주 남기거나 하진 않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하는, 쓰시는 글들을 항상 감사히 또 즐거이 보고 있습니다. 어떤 식이어도 좋으니 부디 닫지 마시고 살살 이어가시다 다시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운내시란 말이 썩 어울리진 않지만 모쪼록 기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13. 이타카 2019.05.18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블로그부터 애독자였는데 댓글은 거의 처음 남겨보네요!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는 크기의 우주에서 억겁의 세월을 존재해 왔고 계속 억겁의 시간을 이어나갈 세상에서 끽해야 백년 정도 사는 한 사람의 머리 속의 전기가 찌릿찌릿해서 내린 결론이 절대적인 의미가 사실상 있을까요?
    역설적이지만 그런만큼 개개인이 결정한 자신의 존재의 의미가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차피 절대적인 정답도 그 정답의 의미도 없는데 진정 나에게 의미있는 삶과 존재의 뜻을 찾아가고 채워나가는 것이 진정하게 의미 있는 것 아닐까요?
    저는 아직 어려서 지킬것이 적어서 그런지 '이렇게 절대적으로 의미 없는 삶에서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것을 남기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임종 직전에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이 하루하루 내가 하는 일에 당위성을 주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카뮈는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거 같습니다.. 허허)
    무한한 시공간의 좌표가 우연히 겹쳐서 이렇게 인연이 되어 늘 insight있으신 글들이나 나폴레옹 뒷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적어도 주 2회 연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같은 애독자들이 있다는 점 기억해주시고 힘내셔서 꾸준히 좋은 글 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도 내주세요..ㅋㅋ) 감사합니다!

  14. reinhardt100 2019.05.20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삶의 문제. 대단히 복잡할 겁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한 때 방황할 때 이것저것 몇년을 고민해보니 드는 생각은 '자살하는 것은 정말 용기가 있어야 하는 거다.'라는 결론이 들더군요. 그 정도 용기 있으면 살아남는 것이 먼저라는 결론이 도출되고요.

    나시카님께서 뭔가 큰 일이 있으신 듯 한데 지금은 그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골이 깊으면 그만큼 봉우리도 크니까요.

  15. 풀풀주스 2019.05.20 2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사오기 전부터 몇년동안 너무 잘보고 있었는데 아니되옵니다 ㅠㅠ 바빠서 그러신가보다 했었는데, 독자로서 회의감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시길 바라겠습니다.

  16. ................ 2019.05.25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칼세이건이 창백한 푸른점을 언급하였지요. 사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에서 탄핵이 안일어나든, 미국이
    미쳐서 전세계에 핵을 떨구던 아무의미가 없지요. 그런대 그렇다고 해서 그게 의미가 없나요?
    각각의 생물은 자신이 인지하는 세계만큼에 가치를 부여 합니다. 개미는 오늘 과자 함줌 더 발견하는데 의미를 둘거고,
    언급하신 매는 비둘기 한마리 더 잡아먹는데 가치를 부여하것죠. 그런대 그거 우리가 보기에 뭔 가치가 있나요? 없어요.
    마찬가지로 어떤 우주적 존재가 보기에 지구에서 뭔일이 일어나든 알게 뭡니까?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잖아요.
    실제론 같지 않아요. 같다고 생각하면 그거 허무주의 같아요.

2019.05.13 06:30


제9장

더 시원한 육지에 접근하면서 바닷바람은 멈춰버렸지만, 육지와 바다의 기압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 바로 이 한밤중의 바람 한점 없는 시간대였다.  바다 쪽으로 몇 마일만 가면 영원히 그치지 않는 무역풍이 불겠지만, 이 해변에는 눅눅한 고요함이 압도적이었다.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긴 파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첫번째 여울에 부딪히자마자 잠깐 부서지는 듯 하다가 다시 살아나, 마치 한때 건강하다가 최근 병을 앓아 아직 쇠약한 사람처럼 서쪽의 해변에 규칙적으로 부딪혀 거품으로 터지곤 했다.  사마나 반도의 석회암 절벽이 시작되는 이곳에는, 작은 물길이 절벽에 꽤 넓은 협곡(gully)을 파놓은 으슥한 구석이 넓은 해변 맨 동쪽 끝부분에 있었다.  그리고 바다와 파도, 그리고 해변이 모두 불타오르는 듯 했다.  밤의 암흑 속에서 바닷물 속의 인광이 형형하게 빛났고 파도와 함께 치솟아 해변까지 밀려왔는데, 론치 보트들이 해변으로 저어갈 때 노를 환하게 빛냈다.  보트들은 마치 불 위에 떠있는 듯 했는데, 보트가 지나간 자국마다 불빛이 새롭게 피어났다.  그래서 각 론치 보트들은 뒤에 긴 불의 꼬리를 달고 움직였고 노가 물을 저을 때마다 보트의 양쪽에 생생한 긴 자국이 생겼다. 

(바닷물이 이렇게 빛나는 것은 플랑크톤 등의 해양 미생물 때문입니다.)

 



협곡 입구에의 상륙과 등정은 모두 쉬운 일이었다.  론치 보트들이 해변의 모래에 이물을 파묻자마자 상륙조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액체로 된 화염 같은 바닷물 속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무기와 탄약포 상자들이 젖지 않도록 그것들을 머리 높이 들어올린 채 걸었다.  상륙 대원 중 경험 많은 뱃사람들조차도 인광의 강렬함에 깊은 인상을 받을 정도였으니, 바다에 익숙하지 않았던 수병들은 그 광경에 흥분하여 소곤소곤 잡담 소리를 크게 냈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 매서운 명령이 쏘아붙여졌다.  부시는 론치 보트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첨벙첨벙 걸어 상륙한 뒤 대지의 익숙하지 않은 견고함 위에 우뚝 섰다.  그러는 사이 다른 이들도 그를 따라 상륙했다.  흠뻑 젖은 그의 바지에서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gully는 원래 도랑이라는 뜻의 단어로서, 빗물이나 시냇물 등의 흐름에 의해 땅이 깎여나간 길고 움푹 들어간 지형을 말합니다.  보통 계곡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작고 좁은 것을 gully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저는 그냥 "꽤 넓은 협곡"이라는 모순적인 표현으로 번역했습니다.) 



다른 론치 보트 방향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 그의 앞에 섰다.

"제 공격조는 모두 상륙했습니다, 부관님."  그 그림자가 보고했다.

"좋아, 미스터 혼블로워."

"그러면 제가 전위대와 함께 협곡을 올라갈까요, 부관님 ?"

"그래, 미스터 혼블로워.  명령을 수행하게."

부시는 자신의 금욕적인 훈련과 냉정한 성격이 허용하는 최대치로 긴장되면서도 흥분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전투를 개시하고 싶었지만 혼블로워와 상의하여 짠 조심스러운 작전 계획은 그런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공격조가 열을 지어 집합하는 동안 옆에 비켜 서있었고, 혼블로워는 다른 공격조에게 소리를 질러 명령을 내렸다.

"우현 팀 !  나를 바싹 따라오도록.  모두 바로 앞 사람과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희들의 머스켓 소총에는 탄약이 장전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해라.  적을 만나더라도 방아쇠를 당겨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상황에선 냉병기(cold steel : 화약무기가 아니라 총검이나 군도, 도끼 같은 총성이 나지 않는 무기만 쓰라는 이야기 : 역주)만 써야 한다.  만약 너희 중에 멍청이가 있어서 그 사이에 탄약을 장전해놓았다가 적과 조우시 발포를 한다면 그 녀석은 내일 갑판 중앙통로(gangway)에서 채찍질 48대를 맞을 줄 알아라.  그건 확실히 보장해주마.  울튼 !"

 

(Gangway라는 것은 윗 그림에서 파란색 사각형으로 표시해놓은 것으로서, forecastle(선수갑판)과 quarterdeck(선미갑판)을 연결하는 좌우측의 연결 통로입니다.  중앙의 빈공간에는 주갑판(main deck)이 노출되어 있고, 여기서는 대형 보트가 그 노출 공간에 놓여있네요.  이 그림에서 우현의 gangway는 일부러 널빤지를 깔지 않아 그 밑의 구조물을 노출시켜 놓은 상태입니다.)  

 



"예, 부관님 !"

"뒤쪽 열을 이끌도록.  너희들은 나를 따르라.  우측열부터 전진."

혼블로워의 공격조는 열을 지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해병들도 이미 상륙을 시작했는데, 인광을 배경으로 하니 그들의 주홍색 자켓이 시커멓게 보였다.  어둠 속에서 그들이 줄을 맞춰 서니, 하얀색 십자 밴드(crossbelt)들이 희미하게 2열로 줄지어 선 것이 보였다.  부사관들이 해병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땍땍거리며 명령을 날렸다.  왼손으로는 여전히 군도 자루를 쥔 채, 부시는 오른손을 더듬어 벨트에 찬 권총들과 주머니에 든 탄약포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림자 하나가 그들 앞에 서더니 발뒤꿈치를 절도있게 철컥 붙였다.

"전원 집합 이상무입니다, 부관님.  행군 준비 완료."  화이팅의 목소리였다.

"고맙네.  출발해도 좋네.  미스터 애벗 !"

"부관님 !"

"자넨에겐 따로 받은 명령이 있지.  나는 해병 분견대와 함께 출발하겠네.  우리를 따라오도록."

"예, 부관님."

협곡을 따라 기어오르는 것은 꽤 길고 힘든 길이었다.  바닥을 덮고 있던 것이 곧 모래에서 넓고 평평한 석회암 바위로 바뀌었는데, 이 북쪽 사면에 풍부하게 내리는 열대우 덕분에 이 석회암 바위 틈에서도 억센 수풀이 자라나 있었다.  협곡 바닥의 물길 자체만 평탄한 통로가 될 수 있었다.  모든 물이 석회암 사이로 빠져들어가 지금은 물길이 말라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사실 물길 바닥면도 평탄하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바닥이 울퉁불퉁한데다 가파른 바위면이 솟아있어 부시는 그 위를 기어올라야 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는 땀을 줄줄 흘려야 했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기어올랐다.  그의 뒤로 해병들이 서투르게 기어오르며 장화를 부딪히고 무기와 장비를 철컥거렸기 때문에, 1마일(1.6km) 떨어진 곳에서도 이 소음을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미끄러져 넘어지며 욕을 했다.

"니 머리통 속 그 혓바닥 조용히 못 시켜 ?"  상병 하나가 땍땍거렸다.

"조용 !"  화이팅이 고개를 돌려 으르렁댔다.

전진 또 전진.  여기저기서 수풀이 하도 높게 자라 희미한 별빛을 가릴 정도였다.  부시는 아주 건장한 사내였지만 바위를 더듬어 기어오르다보니 숨이 가빠올랐다.  기어오르며 보니 여기저기서 반딧불이 보였다.  몇 년만에 보는 반딧불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뒤를 따르는 해병들은 반딧불을 보고는 더 참지 못하고 잡담이 튀어나왔다.  부시는 저런 멍청한 잡담으로 그들 자신의 목숨은 물론 전체 작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위험에 빠뜨리는 저 통제불능 녀석들에게 분통이 터졌다.  

"저 녀석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부관님."  화이팅이 말하고는 뒤따르는 해병들의 대오가 자신을 지나치도록 뒤로 빠졌다.

더 위에서는 나름대로는 소리를 죽인다고 죽였지만 끽끽거리는 목소리 하나가 어둠 속에서 그를 반겼다.

"미스터 부시 맞으신가요 ?"

"맞네."

"저 웰러드입니다, 부관님.  미스터 혼블로워가 저를 길잡이로 내려보냈습니다.  여기 바로 위쪽부터는 초원지대가 펼쳐집니다."  알겠다고 부시가 대답했다.

그는 잠시 서서 자켓 소매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러는 동안 해병들이 그의 뒤에 따라 붙었다.  다시 출발하니 오를 길이 그다지 많이 남지는 않았었다.  웰러드는 한무리의 어둑어둑한 나무들을 지나쳐서 그를 이끌었는데, 걷다보니 부시의 발 밑에 풀밭이 느껴졌다.  계속 오르막길이긴 했지만 아까의 협곡에 비하면 아주 완만한 경사에 불과하여 걷기가 훨씬 편해졌다.  이제 그들의 앞길에는 그리 힘들 것이 없어 보였다.

"아군입니다."  웰러드가 말했다.  "이쪽은 미스터 부시가 계십니다."

"만나서 반갑군요, 부관님."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혼블로워였다.

혼블로워가 어둠 속에서 걸어나와 보고했다.

"제 공격조는 바로 앞 쪽에 정렬해있습니다, 부관님.  새들러와 함께 믿을 만한 친구 두 명을 정찰조로 먼저 보내놓았습니다."

"잘했네."  부시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건 진심이었다.

해병 부사관이 화이팅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전원 집합 완료했습니다, 대위님.  채프먼 빼고요, 대위님.  그녀석은 지 말에 따르면 발목을 삐었답니다, 대위님.  저 뒤에 남겨두고 왔습니다, 대위님."
("All present, sir, 'cept for Chapman, sir. 'E's sprained 'is ankle, or 'e says 'e 'as, sir. Left 'im be'ind back there, sir.  :  런던 코크니 토박이 발음에서는 H 발음이 없다더니... 역주)

"병사들 쉬라고 하게, 화이팅 대위." 부시가 말했다.

전열함의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것은 열대 지방의 절벽을 기어오르는 행군에 대한 훈련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전날 그렇게 기진맥진하게 고생한 경우라면 더욱 그랬다.  해병들은 드러누웠고, 그 중 일부는 이제야 살았다는 듯이 끙끙 앓는 신음소리를 냈는데, 그런 신음소리에 대해 해병 부사관은 매서운 발길질로 못마땅함을 표시했다.

"우린 이쪽 능선에 서있습니다, 부관님."  혼블로워가 말했다.  "저기 저쪽면에서는 만 안쪽을 내려다 보실 수 있습니다."

"요새로부터는 3마일 정도 될까, 어떻게 생각하나 ?"

부시는 질문으로 그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지휘관은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혼블로워의 보고 준비가 하도 잘 되어 있어서 부시는 그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요.  최대로 쳐도 4마일 이내입니다, 부관님.  지금부터 4시간 후면 동이 트고, 달은 30분 후에 뜹니다."

"그렇지."

"짐작하셨겠지만 능선을 따라 난 오솔길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요새가 나올 겁니다."

"그래."

혼블로워는 분명히 부하 노릇을 잘 하는 친구였다.  부시는 이제서야 반도의 능선을 따라 자연적으로 생긴 오솔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사실 그 순간까지 그에겐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었다.

혼블로워가 계속 말했다.  "허락만 해주시면 제 공격조의 지휘를 제임스에게 맡기고 저는 새들러와 웰러드를 데리고 먼저 가서 지형이 어떤지 보고 오겠습니다."

"좋네, 미스터 혼블로워."

하지만 혼블로워가 떠나자마자 부시에겐 모호한 짜증이 느껴졌다.  가만 생각해보니 혼블로워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부시는 그의 권위를 침해하는 그 어떤 것도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생각들은 수병들의 제2 공격조가 도착하면서 날아갔다.  이들은 선발대를 따라 잡느라 땀을 흘리며 헐떡거렸다.  그도 방금 전 도착했을 때 얼마나 지쳤는지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에 부시는 그들에게 병력을 합해 출발하기 전에 좀 쉴 시간을 주었다.  어둠 속에서도 한무더기의 벌레들이 병사들의 땀냄새에 이끌려 날아왔고, 부시의 귓가에도 한떼의 벌레들이 웽웽거리며 기회가 날 때마다 그를 물어댔다.  리나운 호의 선원들은 바다에 오래 나가있었으므로 피부도 부드럽고 물기에 딱 좋았다.  부시는 철썩 자기 귓가를 때리며 욕을 했고, 그의 지휘 하에 있는 모든 수병들이 그렇게 했다.  (*PS1 참조)

"미스터 부시, 부관님 ?"

다시 혼블로워였다.

"뭔가 ?"

"분명한 오솔길입니다, 부관님.  바로 앞에서 도랑을 가로지르게 되지만 심각한 장애물은 아닙니다."

"고맙네, 미스터 혼블로워.  전진하겠네.  자네 공격조부터 출발시키게."

"예, 부관님." 

 

 

 

*PS1) 당시 자메이카, 산토 도밍고 등의 카리브 해 지역은 하얀 황금, 즉 설탕이 나는 섬이기도 했지만 황열병 때문에 죽음의 섬이기도 했습니다.  황열병은 원래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들과 함께 들어온 병인데,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병입니다.  아마도 모기의 알이나 애벌레가 노예선에 실린 채 카리브 해에 온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합니다.  황열병은 마을이나 요새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는 특히 저렇게 야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농부들이나 군인들에게 많이 발생했습니다.  모기는 고인 물이 있는 곳에 많이 서식하기 때문에 야외에 주로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카리브 해 지역에서는 요새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을 이끌고 적과 싸우느라 산과 들을 헤매다보면 전사자보다는 병사자가 훨씬 많은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아이티, 즉 생 도밍그(=산토 도밍고)의 노예 반란이 성공한 것도 결국 저 황열병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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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Tn 2019.05.13 0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군이 육군상대로 육지에서 요새 기습이라니... 정말 별세계 광경이네요 ㅎㅎㅎ

  2. 2/28일 입대 2019.05.13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병->부사관 승진이 가능한데도. 부사관 정도면 병을 막 걷어 찰 수 있었나봐요 의외네요;;

  3. [][] R.F.[][] 2019.05.13 16: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그렇듯이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인광이란게 신기하기도 하고 엄청 아름다운데, 위와 같은 작전(기습) 상황에서라면 자칫 임무수행에 지장이 될 수도 있겠군요.

2019.05.09 06:30



와이프가 반 년 정도 전부터 어느 유명 교회의 인터넷 설교를 들으며 성경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갈라디아 서를 읽고 있는데, 와이프가 감탄하며 말하기를 기독교 교리의 정수가 모두 이 책에 들어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직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와이프가 한탄하며 말하기를 '내가 교회를 다닌지 30년이 훨씬 넘었는데, 대체 그 동안 목사님들이 이 갈라디아 서를 인용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 라고 하더군요.  거기에 대해서 제 대꾸는 이랬습니다.

"아마... 많은 신자들이 원하는 것은 '예수 믿으면 복을 받아서 물질이 풍요해지고 몸도 건강해집니다!' 라는 설교라서 그런 것 아닐까 ?" 

그래서 또다시 우리 부부의 영원한 부부 싸움 테마인 종교 논쟁이 잠깐 벌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전에 케이블 TV에서 본 영화 하나가 기억났습니다.  

 


Miracles from Heaven이라는 2016년 미국 영화가 있습니다.  이건 실화에 바탕을 둔 기독교 영화인데, 줄거리를 한줄 요약하면 불치병에 걸린 어린 딸이 기적에 의해 치유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이 가족은 매우 독실한 기독교인입니다.  어린 딸이 고약한 불치병에 걸려 금전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생이 심했던 엄마가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신자 몇 명이 엄마에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을 요약하면 이런 거였어요.

"너의 딸이 그런 몹쓸 병에 걸린 것은 틀림없이 너의 가족의 믿음이 약했거나 뭔가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하나님 앞에 그 죄를 고백하고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

별로 신실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교회 다닌지 20년이 넘는 제게는 기독교인들의 그런 식의 사고 방식이 사실 그렇게 낯설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당연히 복을 받아야 하는데, 사실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정말 자기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100% 실천하며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결국 '니가 뭔가 죄를 지었으니까 이런 불행이 닥치는 거야'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평생 잘 먹고 잘 사는 일도 많습니다만, 그건 또 그들이 죽은 뒤에 영원한 지옥불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오히려 불쌍한 일이라고들 생각합니다.  물론 거기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어차피 인생은 찰라의 순간에 불과하고, 죽은 뒤에 맞이할 천국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영원의 삶이니, 지상에서 물질이나 건강의 복을 받아야만 예수님 믿는 보람이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제 시덥쟎은 신앙 생활을 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그 대부분이 목사님들에게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제게 큰 상처를 준 목사님 말씀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다닌 교회들 중 두 목사님이 같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한분은 장로교이고 다른 한분은 감리교셨는데도 동일한 일화를 인용하셨습니다.

"미국에서의 연구 조사 결과인데, 독실한 기독교 가문과 믿음이 없는 가문을 몇 대를 걸쳐 조사해보니 이렇더라.  믿음이 강한 가문에서는 교수가 몇 명, 장군이 몇 명, 목사가 몇 명, 성공한 사업가가 몇 명...  그에 비해 믿음이 없는 가문에서는 도둑이 몇 명, 사기꾼이 몇 명, 창녀가 몇 명..."

뭐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제게 정말 큰 상처와 분노를 준 것은 다음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이 몇 명 나왔다더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정신이나 신체에 장애가 없는 분들께서는 본인이 잘 나서, 본인이 깨끗한 영혼을 소유했기 때문에 그 덕분에 건강을 누리고 계시다고 생각하십니까 ?  저는 제 사지가 멀쩡한 이유는 그냥 운이 좋아서 그런 것 뿐이고, 저도 한끝만 운이 나빴어도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뭔가 장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이라는 것이 마치 뭔가 죄에 대한 벌인 것처럼 말하는 저런 설교에는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디 가서 기독교인이라고 스스로 말하곤 합니다만, 사실 진짜 믿음이 있는 기독교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이 인격을 가진 분이고 우리 미천한 인간들과 기도와 그에 대한 응답을 통해 정말로 소통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천지 창조와 생명의 탄생이 신의 조화라는 것을 믿습니다만, 신이 과연 인성을 가지고 질투와 사랑을 하시는 분인가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레오너드 코헨의 노래 중에 Nevermind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The high indifference
Some call fate
But we had names
More intimate

어떤이들이 운명이라고 부르는
고귀한 무심함
하지만 우리에겐
더 친밀한 이름들이 있지


왜 신께서는 어떤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얼굴을, 어떤 이에게는 추한 외모를 주셨을까요 ?  글쎄요.  신의 눈에는 얘나 쟤나 다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을까요 ?  제가 성경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고 믿음이 없어서 그렇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신을 high indifference라고 생각합니다.  신께서는 이미 이 세상을 (우리의 머리로는 다 이해할 수 없는) 신의 의도대로 만들어 놓으셨고, 그 속에서 우리가 부질없이 아웅다웅 살아가는 모습을 관조적인 자세로 보고 계시다고요.  신이 이미 이 세상을 의도대로 만들어 놓으셨고 모든 것이 그 틀 안에서 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 과정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다고 해서 신께 고쳐달라고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  성경을 보면 실제로 그렇게 진심으로 기도하면 행성의 자전조차도 역행시킬 수 있다고 하니, 기독교인이라면 신께 기도하며 뭔가 물리적인 징표를 바라는 것이 나쁜 일 같지는 않습니다.  

(열왕기 하 20장 8절 ~ 11절)

히스기야가 이사야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나를 낫게 하시고 삼 일 만에 여호와의 성전에 올라가게 하실 무슨 징표가 있나이까 하니
이사야가 이르되 여호와께서 하신 말씀을 응하게 하실 일에 대하여 여호와께로부터 왕에게 한 징표가 임하리이다 해 그림자가 십도를 나아갈 것이니이까 혹 십도를 물러갈 것이니이까 하니
히스기야가 대답하되 그림자가 십도를 나아가기는 쉬우니 그리할 것이 아니라 십도가 뒤로 물러갈 것이니이다 하니라
선지자 이사야가 여호와께 간구하매 아하스의 해시계 위에 나아갔던 해 그림자를 십도 뒤로 물러가게 하셨더라

(안 믿으면 너 이단...  그런데 가만히 저 성경 구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태양의 운행이나 지구 자전을 변경하신 것이 아니라 그냥 해시계 주변의 햇빛만 굴절시키신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그냥 선지자 이사야가 해시계의 눈금만 조작했을 수도...)

 

 

아, 저 영화 속에서는 저 엄마도 신도들의 그런 말에 큰 상처를 받지만, 결국 하나님의 기적으로 아이의 불치병이 완치됩니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그런 기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매우 적지요.  그런 기적을 경험하지 못해서 병으로 죽거나 평생 고생하는 사람들은 정말 믿음이 부족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일까요 ?  글쎄요.  

 

어떤 교회 목사님은 설교하실 때마다 장로들이나 신도들 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의 예를 들으시면서 'XXX의 경우를 보라, 예수님을 열심히 믿으니 저렇게 성공하시는 것 아니냐, 여러분도 예수님 믿고 성공하시기 바란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예수님께서는 사회적 물질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을 위해 지상에 오시지 않았고, 가난하고 죄많고 병든자들을 위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언급이 성직자의 입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야 신도들이 모이고, 그래야 헌금액이 많아지거든요.


저는 성경이 한글자 한글자 모두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금과옥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예수님께서는 신의 공의와 이웃을 사랑하라는 당부를 남기셨다는 것만을 믿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교회 다니면서 그런 개인적인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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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 2019.05.09 09: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원한 부부싸움의 테마 종교논쟁.. 글 서두부터 극히 공감하면서 글 읽게 되네요ㅋㅋㅋ

  2. 취사병 토마토 2019.05.09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경 몇 구절이었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예수님이 장애인을 보면서 "이 사람이 아픈 것은 이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이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보이시려고 아픈 것이다." 라고 선포하시고는 고쳐주는 장면이 있지 않던가요?

  3. 취사병 토마토 2019.05.09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갈라디아서도 좋아하지만,개인적으로는 로마서도 좋아한답니다.

  4. ㅇㅇ 2019.05.09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달 전부터 목요일에 기다려지는 연재물이 2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월목에 올라오는 나시카님 게시글이고, 다른 하나는 목요일에 연재되는 기독웹툰입니다(홍보는 아니지만 플랫폼이 하나뿐이라서 적시 수준이군요).

    이렇게 가끔 올라오는 신앙 에세이(점잖게 말한거고, 사실 기독교인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어퍼컷...)를 보면서 저도 착잡해집니다. 틀린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맞는 이야기고, 그것도 사실 광범위하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물론 한국 교회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반성의 부분이기는 하지만, 저는 나시카님 개인을 볼 때는, 그런 먹사들이나 잘못된 이야기가 아니라 좀더 본질의 것인 성경과 옳은 가르침을 더욱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서 있는 교회와 기독교 교리의 대표격으로 목사들을 많이 끌어오셔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사실 목사 권위 인정도 사람이 만든 규정 속에서의 이야기이지, 성경적으로 보면 권위는 오로지 하나님께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저런 얼굴 굳어지는 발언들은 하나님의 것이 아니라서 무시하는 게 맞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에 "그냥, 예수님께서는 신의 공의와 이웃을 사랑하라는 당부를 남기셨다는 것만을 믿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시고, 예전글에도 이런 입장을 여러번 피력하셨는데, 이런건 기독교인 아니어도 그 사람이 엄청 도덕적이라면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구원의 극히 일부일 뿐이고, 예수님의 가르침 중에서도 극히 일부입니다. 역사적 예수 연구만 봐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런데, 2000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예수님의 가르침이 그것 뿐인가요?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20)
    사람이 만든 전통, 교회법 같은 걸 다 떠나서, 좀더 열린 마음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교회 공동체 찾아서 빨리 옮겨 가셨으면 더 좋겠구요...저런말 하는 이상한 목사 있는 곳 말구요.

    • keiway 2019.05.09 1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한국 기독교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만, 이 댓글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점잖으시네요.
      다들 이정도만 되셔도 좋을텐데 왜 주변 교회에서는 나시카님이 예를 드시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되는지..
      한국 교회는 너무 기득권이라 사회의 다른 오래된 분야와 마찬가지로 자기 성찰과 개혁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 세이예 2019.05.09 2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교회 소개좀 해주세요..
      교회 몇십년다니고 회장에 머에다
      특새, 성가대, 전도에 기독교동아리활동,
      교인 50명대, 300명대, 몇만명대(고등학교 이전, 대학교때, 취업후다닌 교회에 따른 차이) 다녔습니다.

      비꼬는거 절대 아닙니다. 경기 남부에 제가 들어가고 나가고 모를정도의 교인규모에, 말씀 좋은 교회 추천부탁드립니다.

    • ㅇㅇ 2019.05.09 2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딴에 두서없이 쓴 글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시카님이나 밑에 라인하르트님같은 분들만이 아니고 그런 모순적인 일들때문에 교회, 나아가서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마음을 닫아버리시는 분들이 사실 제 주변에도 많습니다.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라고 했는데...다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수정)
      세이예 // 제가 어떤 교회를 콕 집어서 소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교회는 신앙생활에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공동체'이므로, 들어가고 나와도 모를 정도의 큰 교회라면, 혹은 규모가 작아도 새신자에게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 교회라면 진정으로 건강한 교회 공동체로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거주지에서 장기간 거주하실 생각이시라면, 가르침이 이단시되는 교단을 제외한 건전한 기성 교단에 속한 교회로, 2~3주 주기로 주변 교회를 찾아가 보십시오. 목사님의 가르침과 교회의 비전이 성경 중심적인지, 애찬 등에서 드러나는 성도들의 나눔이 개방적인지(세이예님께 열려 있는지), 다양한 수준의 평신도를 위한 제자 훈련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해 보시고,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교회를 찾으시면 되겠습니다.

      종교 글이라고 해도 이런 주제의 말타래가 길어지니 다소 부담스럽군요 ㅎㅎ

  5. J's_Identity 2019.05.09 1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창세기 1장 1절에 보면 선악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하나님은 먹지 말라고 하시지만 사탄은 하와를 꾀어 먹게합니다
    선 악을 알게하는 나무를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하신 뜻 중 하나는 선과 악을 판단하는 마음을 사람이 갖지 않게 하시려는 뜻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모든 기준과 판단을 인간이 하려합니다.
    인간은 한계가 있기에 우리가 하는 판단도 온전하지 못합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라 말하는 이시대는 인간들이 내리는 판단이 옳다라는 기준으로 사는 시대이고 수 많은 옳고 그름의 기준이 지워졌죠.

    왜 나에게 이런 상황이 왔는지 , 왜 내가 못생겼는지, 왜 내가 이런일을 겪어야만하는지
    이러한 질문은 내 삶이 내 것이고 내가 주인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때 흔히들 갖는 불평입니다.

    하나님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 보다 나의 삶에 모든 판단과 기준을 하나님께 두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인의 삶은 내가 겪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하시고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며 사는 삶입니다.

  6. 탐험개미 2019.05.09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7. reinhardt100 2019.05.09 2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 이야기입니다만 이 일화 때문에 기독교 특히 개신교에 아주 질려버렸죠.

    몇년전에 시험 떨어졌는데 알던 개신교 신자가 뭐라 한 줄 아십니까?

    "너가 예수님을 안 믿으니까 시험 떨어진거야"

    이 말 듣는 순간 그냥 눈 뒤집어지더군요. 신자도 아니지만 학구적으로 몇년동안 성경공부 한 거 그날로 때려치워 버리고 가끔씩 지도교수님들이 같이 가자고 해서 다니던 예배도 그날로 끊어 버렸습니다.

    참고로 이거 100% 실화입니다.

  8. 유애경 2019.05.09 2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너무 공감하는 바입니다!
    나시카님이 말씀하신 그런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아 교회를 떠났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인은 신앙생활 열심히 해서 복을 받아 부자가 되어야 하며 그 지름길의 하나가 헌금이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 께서는 마굿간에서 나시고 병자들과 약자들을 위해 살다 가셨는데 왜 그쪽으로는 비중을 안두는 교회(목사님)들이 많은지...


  9. 나삼 2019.05.11 05: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러 종교를 짬뽕시킨 사막신을 왜 섬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10. 세이예 2019.05.11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말씀드린 들어가고 나가고를 모를정도란건 담임목사님이 제 이름을 기억할정도로 작은 교회를 의미했습니다.
    부목사님이나 전도사님이 절 기억하는건 어디든 비슷하지만 담임목사님이 제 이름이나 출석을 아는 정도라면
    나중에 아닌거 같아 교회를 바꿀대에도 너무 부담스러워서요..
    궁금한걸 물어보면 화안내실 그런분이면 괜찮겠지만.. 신앙이 사회생활의 성공을담보하는게 맞는가, 그럼 가난한 분들은 신앙생활을 잘하지 못한것인가, 잘버는 사람이라면 반대로 신앙이 좋은것으로 보면 되는가, 일시적인거라면 평생 부자거나 평생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 모든걸 구하면 다해주시는 분이라지만 왜 수많은 국민이 피눈물을 흘리며 원하는 통일은 되지 않은체 수많은 분들이 고향도 찾지 못하고 돌아가신것인가, 또 공의의 하나님은 벌을 주시기도하는데.. 그리고 욥처럼 아무잘못없어도 고난을 받고, 심지어는 욥의 아내는 죽기까지 하는데 아무 잘못없어도 고난을 받게한다면 현실세계에서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보호와 사랑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예일 것인데 어떻게 사회의 성공과 신앙을 일치화하는 것인가등등..

    고난을 주시는 것도 하나님의 의지라 그렇다면 사회에서 잘되고 안되고도 신앙과는 별도의 문제라고 말하실 수 있는분..
    이면 그리고 이단이 아니라면 가보고 싶습니다. 또 교회를 뒤집어 놓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제가 빠저도 담임목사님이 모를정도면
    합니다..


  11. 0_- 2019.05.11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들 참 질 낮은 고민들 한다 싶네요... 종교를 믿는 시점에서 진짜 문제가 되는건 질 낮은 교우나 종교지도자 등이 아닙니다.
    애초에 종교, 그 중에서도 인격신이 존재하는 종교는 그 자체로서 도무지 자유인이자 이성을 가진 인간이 믿을 게 못된다는 것입니다.

    그 잘나신 신께서 무슨 우연의 일치로 저열하고 필멸인 인간따위나 가질 인격따위를 가졌다고 봅니까? 그게 다 인간머리로 상상해서 만들어 냈을 뿐이란 증거지요.

    지금 살고있는 곳이 일본인데, 한달 쯤 전에 새로운 연호(레이와令和)를 새로 발표하는 것을, 그것도 심지어 TV 중계로 하는 것 보고 "참 쓸데없는 것 가지고 중계나 하고 자빠졌다, 그냥 다들 쓰는 서력 쓸것이지 인간일 뿐인 천황 바뀌었다고 새로운 연호 만들어 쓴다고 무슨 난리치냐." 싶더군요. 님들이 고민하는 게 딱 그짝이네요. 부외자가 보기엔 쓸데없는 고민거리 괜히 늘려놓고 사서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드는 그런정도 고민이군요.

  12. 아즈라엘 2019.05.15 2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의 개신교는 샤머니즘이 개신교의 옷을 입은 행태나 다름없죠
    무당은 목사가 되었고 성황당은 교회가 되었고
    목사는 복음주의만 설파하고 교인들은 목사를 숭배하고

  13. Eugen 2019.05.16 2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개신교가 왜 이렇냐면 한국의 무속신앙(예를 들어 땅밝기)과 유교의 현세중시 그리고 복을 비는 기복신앙때문에 그렇습니다. 게다가 카톨릭이나 성공회와는 달리 중앙집권적이면서 외국에 본부가 있는 것도 아니라 통제가 안되는 것도 있고요. 저는 다니던 교회를 바꾼 적이 있는데요. 방언이나 신사도 운동때문에(이단시비있음) 무서워서 그만뒀습니다. 미친 놈들이에요. 방언하는 거보면.

    • Eugen 2019.05.16 2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신교만이 구원을 받는 유일한 길일까요? 카톨릭은요? 적어도 카톨릭은 어느정도 수준있는 사람들만 사제가 되기에 막나가진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김대건 신부부터 사제서품받은 숫자가 6000명이 안되는데 200년동안 6000명인 카톨릭에 비해 개신교는 카톨릭이 200년동안 배출한 성직자를 1년에 그 숫자만큼 목사가 나옵니다. 당연히 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고요. 그 중에 이상한 놈이 나오기 좋은 환경입니다. 엘리트가 아니라서요.

    • 아즈라엘 2019.05.19 04: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상한놈이 나오면 일부 이단이라고 외면하고 덮기 바쁩니다

  14. 2019.05.29 2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기독교 신자인데 사실은 불가지론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차피 알 수 없다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믿으면 되지 않나 싶어요. 마음의 위안도 많이 되고요. 다만 믿음이란게 기본적인 도덕.. 예를 들어 정직 신실 등등의 가치를 지켜야 하겠죠. 논리나 철학적으로 보면 굳이 신을 믿어야만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전지와 전능이 같이할 수 없는 것도 그렇고 신이 선하다는 고정관념도 그렇고 이래저래 문제는 많아요.

2019.05.06 06:30



버클랜드는 결정 장애로 괴로와하면서 (in painful indecision) 그의 두 하급 장교를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부시는 그런 그에게 동정심이 느껴졌다.  만약 이 두번째 공격이 처참하게 실패한다면, 특히 전체 상륙조가 고립되어 항복이라도 해야 한다면 버클랜드의 미래는 확실하게 끝장나게 될 것이었다.

"우리가 요새를 점령한다면, 함장님," 혼블로워가 말을 이었다.  "만 안에 있는 사략선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다시는 그 만을 정박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건 사실이지."  버클랜드도 동의했다.  그것이 그가 받은 명령을 아주 깔끔하고도 경제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게 성공한다면 그의 평판은 완전히 회복될 수 있었다.

리나운 호가 파도를 타면서 전함의 목판들이 박자에 맞춰 삐걱거렸다.  무역풍이 선실 안으로 불어들어왔고, 선실 안의 갑갑함을 어느 정도 덜어주었다.  부시의 땀투성이 얼굴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빌어먹을."  버클랜드가 갑자기 신중함을 떨쳐버리고는 결정을 내렸다.  "하자구."

"알겠습니다, 함장님."  혼블로워가 말했다.

부시는 그 결정에 기쁨을 드러내는 말을 뭔가 하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혼블로워도 중립적인 목소리를 내야 했다.  버클랜드를 너무 노골적으로 행동 쪽으로 몰아붙이면 역효과를 내어 지금이라도 버클랜드가 결정을 번복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었다.

비록 이 결정이 내려지긴 했어도, 못지 않게 중요한 결정을 하나 더 내릴 것이 남아 있었다.  

"누가 상륙조를 지휘할 거지 ?" 버클랜드가 물었다.  그건 사실 수사적인 질문이었다.  버클랜드 말고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실은 부사와 혼블로워에게 명백했다.  그들은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불쌍한 로버츠가 살아 있었다면 그의 의무였을텐데 말이야."  버클랜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부시 쪽을 돌아보았다.

"미스터 부시, 자네가 지휘를 맡게."

"예, 함장님."

부시는 의자에서 일어나 낮은 갑판 들보에 부딪히지 않도록 고개를 불편하게 숙인 채 섰다.

"자네와 함께 상륙할 사람으로 누구를 데리고 가고 싶은가 ?"

혼블로워는 이 회의 내내 일어나 있었는데, 이제 그는 몸의 중심을 이쪽 발에서 저쪽 발로 왔다갔다 옮겨가며 초조해 하고 있었다.

"제가 더 필요하신지요, 함장님 ?"  혼블로워는 버클랜드에게 말했다.

부시는 그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는 혼블로워 내면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아챌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공손하고 성실한 장교로서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부시는 전함에 남아 있는 부관인 스미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는 당연히 상륙조에 포함될 해병 대위인 화이팅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또 하급 장교로 활용될 수 있는 사관생도들과 보조 항법사들이 있었다.  그는 이제 위험하고 절박한 전투 작전의 책임을 맡아야 했다.  작전에 들어가면 그 성공은 버클랜드의 근무 고과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그 자신의 근무 고과에도 영향을 주는 중대한 일이 될 것이었다.  이런 일, 그러니까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이 떄에 그는 누구를 자신의 옆에 두고 싶었을까 ?  만약 그가 다른 부관을 한 명 더 요청한다면 그는 상륙조의 지휘 서열 2위를 맡게 될 것이며, 현장에서 뭔가 결정을 내릴 때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었다.

"이 자리에 미스터 혼블로워가 더 필요한가, 미스터 부시 ?"  버클랜드가 물었다.

혼블로워는 적극적인 차석 지휘관이 될 재목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가만히 있질 못하는 차석 지휘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었다.  그는 툭하면 - 최소한 머리 속으로는 - 비판적으로 나올 것이었다.  그는 그의 명령 하나하나를 혼블로워가 다 듣고 있는 자리에서 지휘관 노릇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부시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이런 논쟁은 장점과 단점을 또박또박 짚어가며 명확히 틀을 짜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그저 그의 다년간의 경혐에서 비롯된 편견과 본능의 충돌이었고, 그런 것을 부시는 말로 명확히 표현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혼블로워도 스미스도 필요없다고 막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에 혼블로워의 얼굴을 쳐다보게 되었다.  혼블로워는 그냥 무표정인 얼굴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으나, 부시의 동정어린 눈에는 혼블로워가 이 상륙조에 끼고 싶어 얼마나 안달이 났는지가 훤히 보였다.  물론 어떤 장교라도, 자신을 빛나게 할 기회가 되는 이런 작전에 당연히 끼고 싶어할 것이었다.  그러나 혼블로워를 요동치게 만드는 것은 그것보다는 좀 더 긴박한 동기인 것처럼 보였다.  그의 손은 양 옆에 '차렷' 자세로 있었으나, 부시가 보니 그의 긴 손가락은 넓적다리를 초조하게 톡톡 두드리다가 자제하다가 다시 못 견디고 두드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부시가 결정을 내리도록 한 것은 냉정한 판단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친절 때문이었다.  어쩌면 애정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는 어느덧 이 불안하고 다재다능한 젊은이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의 육체적 용기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는 미스터 혼블로워를 함께 데려갔으면 합니다, 함장님."  그는 말했다.  이 말이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그의 자유의지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형이라면 뭔가 신나는 일을 할 때 부담이 좀 되더라도, 그저 친절한 마음에서 훨씬 어린 동생을 데리고 가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그가 이 말을 하자 그에 호응하여 혼블로워가 부시에게 눈길을 던졌는데, 그 눈빛을 보니 개인적 감정을 섞어서 결정을 했다는 후회가 싹 사라져버렸다.  혼블로워의 눈빛에는 안심과 함께 고마움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서, 부시는 마치 자기가 굉장히 친절한 아량을 베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렇게 결정함으로써 자기가 더 위대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혼블로워를 사지로 끌고 들어가는 것에 대해 혼블로워가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이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부시에게 조금도 들지 않았다.

"알겠네, 미스터 부시." 버클랜드가 말했다.  그에게 흔한 일이었지만, 결정을 하고나서 그는 또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나면 내게는 부관이 한명 밖에 안 남는군."

"카베리가 당직을 맡을 겁니다, 함장님."  부시가 대답했다.  "그리고 당직 사관 역할을 잘 해낼 보조 항법사가 몇 명 있습니다."

부시는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마치 물고기가 미끼를 물 듯 반대에 대해 반박으로 맞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알겠네." 버클랜드는 거의 한숨을 내쉬다시피하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자네는 뭐 때문에 안절부절한 건가, 미스터 혼블로워 ?"

"아무것도 아닙니다, 함장님."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는 것 같은데.  까놓고 말해보게. (Out with it)"

"중요한 건 아닙니다, 함장님.  기다려도 되는 일입니다.  다만 항로 변경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함장님.  지금 스캇치맨 만으로 항로를 변경하면 시간 낭비를 없앨 수 있습니다."

"그렇겠군."  해군 내의 모든 장교들처럼 버클랜드도 바람과 날씨는 언제든 변덕을 부릴 수 있으며, 따라서 바다에서 뭔가 결정을 내리면 절대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옆구리를 찔러주지 않으면 자꾸 그걸 잊는 것 같았다.  "그래, 알겠네.  그러면 당장 전함을 순풍 방향으로 항로를 변경하는 것이 좋겠군.  지금 항로는 어느 방향이지 ?"

전함의 항로를 변경하는 난리법석이 잦아든 뒤 버클랜드는 일행을 데리고 그의 선실로 돌아가 지친 듯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는 새삼스럽게 다시 시작된 걱정으로 초조하다는 것을 감추려고 일부러 변덕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당분간은 미스터 혼블로워가 만족스러워하겠군."  그는 말했다.  "이제 자네가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게, 미스터 부시."

상륙작전에 대한 토의는 편성할 수병들과 그들에게 지급할 장비들, 다음날 아침 어디서 어떻게 랑데뷰할 것인지 등에 대해 평범하게 진행되었다.  이런 사항들이 정리되는 동안 혼블로워는 나서지 않고 학구적인 태도로 뒤쪽에 잠자코 있었다.

"뭐 제안할 거라도 있나, 미스터 혼블로워 ?" 부시가 결국 물었다.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예의상으로라도 그렇게 질문을 해야 했다.  

"딱 하나 있습니다.  줄을 연결한 보트 갈퀴(boat grapnel)들을 좀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새 벽을 기어올라야 한다면 그것들이 유용할 것입니다."

 

(해전을 벌일 때 상대편 군함이나 보트에 던져 넣어 잡아당길 때 사용되는 보트 갈퀴입니다.)



"그렇겠군."  부시도 동의했다.  "그것들이 지급되도록 신경써주게."

"예, 부관님."

"전령이 필요한가, 미스터 혼블로워 ?"  버클랜드가 물었다.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함장님." 

"누구 특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나 ?"

"괜찮으시다면 웰라드가 좋겠습니다, 함장님.  침착하고 생각이 빠른 친구입니다."

"알겠네."  버클랜드는 웰라드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듣고는 혼블로워를 째려보았으나 (웰라드는 소여 함장이 햇치 통로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함장 수행 능력을 상실하게 된 사건과 관련이 되었던 사관생도입니다 : 역주) 당장은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 하지 않고 넘어갔다.

"다른 건 없나 ?  없다고 ?  미스터 부시는 ?  모두 된건가 ?"

"예, 함장님." 부시가 말했다.

 

버클랜드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두두 두들겼다.  방금 항로를 변경한 것은 결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그의 결정이 확고히 굳어지게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 명령을 내린다면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수병들을 잠에서 깨워서 무기를 지급하고 상륙에 대한 지시사항을 전달한다면 더 이상 그 결정을 철회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었다.  다시 시도했다가 혹시 실패라도 한다면 그건 정말 대참사가 되는 셈이었다.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은 그의 권한 밖의 일일지 몰라도, 실패를 회피하는 것은 분명히 그의 권한 내의 일이었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되니까 말이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를 몰인정하게 쳐다보고 있는 두 부하 장교의 시선과 눈을 마주쳤다.  아니야, 이미 철회하기엔 늦었어.  나중에라도 철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그의 실수였다.  그는 철회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명령을 전달하는 일만 남았군."  그는 말했다.  "그렇게 전달되도록 해주겠나 ?"

"예, 함장님."  부시가 말했다.

 

부시와 혼블로워가 막 선실을 나서려는 찰라에 버클랜드가 오랫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마침내 했다.  이 질문은 혼블로워가 웰라드를 언급하면서 궁금증이 다시 피어난 것이긴 했지만, 이 질문을 하려면 갑자기 대화 주제를 바꿔야 했다.  하지만 뭔가 결정을 내렸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해하고 있던 버클랜드는 용기를 내어 이 질문을 마침내 꺼냈다.  어쨌거나 이건 기분이 고조되는 순간이었으므로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그나저나, 미스터 혼블로워." 그는 말하자 혼블로워는 문 가에 멈춰섰다.  "대체 함장님은 어쩌다 햇치 통로에서 떨어지게 된 것이지 ?"  

부시는 혼블로워의 얼굴에서 그 열정 넘치는 표정이 싸악 사라지고 무표정의 가면으로 대체되는 것을 보았다.  대답이 나오기까지는 1~2초 정도가 걸렸다.

"아마 균형을 잃으셨던 것 같습니다, 함장님."  혼블로워는 매우 정중하지만 전혀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함이 그날밤 요동이 심했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함장님."    (누군가 함장을 햇치 통로 아래로 떠밀어버린 것 같긴 한데, 사람들은 웰라드 혹은 혼블로워 둘 중 하나가 그랬다고 의심들 하고 있습니다. : 역주)

"그랬던 것 같네." 버클랜드가 대답했는데, 그 목소리에는 실망감과 당혹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혼블로워를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 얼굴에서 얻어낼 정보는 전혀 없었다.  "아, 알겠네. 하던 일 계속 하게."

"예, 함장님."

 

 

Posted by na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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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이예 2019.05.06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댓글 영광을.
    빌어먹을." 부시가 갑자기 신중함을 떨쳐버리고는 결정을 내렸다. "하자구." "알겠습니다, 함장님."
    함장님이라고 답한건 봐서는 앞에 부시가 말한게 아니라 함장인 버클랜드가 아닐까 합니다.
    매번 좋은글감사합니다.

  2. 푸른 2019.05.06 17: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더 흥미진진해지네요! 다음편이 기다려지는군요ㅎㅎ

  3. ㅇㅇ 2019.05.06 1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함장은 어떤 이유로 넘어지게 되었던 건가요?
    원서라도 사서 봐야겠네요!

  4. 진충보국 2019.05.19 1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주인장님의 해박한 지식에 항상 놀라고 있습니다^^! 근데
    '항법사' 도 좋지만 '항해사' 로 바꾸시는건 어떤가요? 항법사 하면 공군 느낌이 나는것 같습니다만ㅎㅎ

2019.05.02 06:30

 

 

최근 야후 파이낸스에 '저는 연봉 12만5천불의 Data Scientist입니다만, 평생 이 일을 하고 싶진 않아요' 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I'm A Data Scientist Making $125K – & I Don't Want To Do This For The Rest Of My Career

https://finance.yahoo.com/amphtml/news/im-data-scientist-making-125k-203431776.html

돈 이야기 좋아하는 속물인 제가 이런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읽어보고 한줄 요약하니 이렇습니다.

"직업 이야기는 세계 어디나 다 똑같구나..."

이 기사는 연봉 10만불 이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물로 연재하고 있는 기사들 중 일부입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이 정도의 수입이 있는 여성은 전체 여성의 5% 정도라고 하네요.  

참고로 이 기사에는 20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일부는 이 여성을 칭찬하는 내용이고 상당수는 질투하는 내용입니다.  뉴욕에서 12.5만불이면 거지처럼 살아야 한다는 등의 댓글 달리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더군요.  눈에 띄는 댓글은 아래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In poverty she is envious. In riches she may be a snob. Money does not change the sickness, only the symptoms” 

- John Steinbeck, The Winter of Our Discontent

"빈곤할 때 그녀는 질투한다.  부유할 때 그녀는 속물이다.  돈이 있다고 병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변하는 것은 증상 뿐이다.

- 존 스타인벡, 불만의 겨울

 


직업: 중견 데이터 분석사 
나이: 28
장소: 뉴욕
학위: 수학 학사
초봉: $65,000
현재 연봉: $125,000

Q : 어릴 때의 꿈은 뭐였나요 ?
A : 어릴 때야 뭔들 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  처음에는 피아니스트, 다음에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어요.  나중에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가 13살 일때는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었지요.  솔직히, 그건 성인이 되고나서도 계속 나 자신에게 묻고 있는 질문이에요.

Q : 대학에서는 뭘 공부하셨나요 ?
A : 수학 전공했어요.  18살이라는 나이는 다음 4년간 뭘 공부할지 정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에요.  저는 자랄 때 수학을 잘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거기에 대해 열정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었어요. 

Q : 학자금 융자를 써야 했나요 ?
A : 예, 1만8천불을 융자 받았어요.  저는 반 정도는 장학금과 금전적 지원을 받아서 해결했어요.  제 부모님이 그 대부분을 주신 거지요.  제가 1만8천불만 융자 받은 것은 사실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3년 안에 다 갚았지요.

Q : 대학 졸업 이후 계속 이 회사에서 일하셨나요 ?
A : 아니요.  여기저기 많이 옮겨다녔어요.  항상 기술직이기는 했지만 산업 계통은 많이 바꿨어요.  처음에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다니다가 컨설팅 일도 조금 했고요, 이젠 기술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 직장에서 매일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
A : 매일 data를 분석해요.  그러니까 쉽게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계기판을 만들거나 여러가지 데이터를 요약하는 코드를 짜는 거지요.  여러가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내의 여러 사람들과 협업을 해요.  뜻하는 바는 측정 단위를 정의하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기 위해 시각화를 만들기도 하고 빅데이터에서 뭔가 의미를 뽑아내기도 한다는 이야기지요.  

Q : 연봉 협상을 하세요 ?
A : 그럼요 !  항상 협상을 하지요.  현재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항상 부지런히 시장 조사를 해요.  예전 직장에서는 연봉 협상을 안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회를 하고 있어요.  최근 일자리 검색을 하면서 몇가지 제의를 받기도 했는데, 현재 직장에서 협상할 때 그런 일자리 제의가 도움이 되었어요.  협상할 때는 단호하면서도 이해심을 가져야 해요.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면 확고한 물증, 가령 자격증이나 자기만 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다른 형태의 보상에 대해서도 오픈 마인드여야 하고요.  제 현직장에서는 취업 보너스를 더 많이 줄 수는 없었지만 우리사주를 좀더 주었지요.

Q : 현재 직업에 대해 열정이 있으신가요 ?  아니라면 왜 그렇지요 ?
A :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고민 중이에요.  저는 지금 하는 일 잘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흥분될 정도는 아니에요.  제게는 까다로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창의적 측면도 있지만, 그런 창의성은 딱 데이터 분석에 사용될 정도에 불과한 정도에요.  저는 직업에서 열정을 찾아야 한다는 개념은 포기했어요.  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직장에서 가지는 불만이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속한 세대의 많은 사람들은 너는 무엇이든 니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어요.  대학에 갈 때는 나중에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직업이 그냥 생활비 내고 전기세 내는 것이라는 거에요.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현실과 타협했어요.  저는 디자인하고 미술 공예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걸로 직업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건 그냥 취미에 대한 열정 정도지요.  

Q : 할 수만 있다면, 커리어 방향에서 무엇이든 바꿔보시겠습니까 ?
A : 좀 위선적이긴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상태에 만족하는 편이에요.  동시에, 지금 하는 일을 평생 하고 싶지는 않아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장은 모르는 상태로 두는 것이 불편하진 않아요.


Posted by na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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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2019.05.02 1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존 스타인벡의 말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갈구하고 불평하도록 운명지워진 종인가보네요. 대상만 바뀔뿐 그 행동은 변하지 않는다는....

  2. 이슬람극단주의 2019.05.02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것들을 아프간에 던져 놓아야 하는데 ^^

  3. reinhardt100 2019.05.02 2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컨설팅 하다보니 매일 느끼는 겁니다만 숫자와 연일 격투(?)를 벌여 결론을 내야 하는 특성상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다는건 정말 부럽더군요. 학부 때 통계 공부 제대로 했어야 했다고 자아비판 하고 있습니다. 저 분 정말 부럽네요.

  4. 유애경 2019.05.03 0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로 자기 직업에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아주 일부분 이겠죠!
    말그대로 대다수에겐 본문의 내용과 같이 전기세와 생활비를 내는 수단에 불과한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숫자,분석,통계...에 능한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5. snob 2019.05.03 07: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무조건적인 비난을 할때,
    그 주된 근거로 상대적인 결핍, 가난, 환경의 열악등의 존재를 떠드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

    무조건 멀리 하시길 권고합니다.
    괜한 설득, 논쟁 하려 하지도 마시고 멀리 멀리 떠나가세요.

    • ㅇㅇ 2019.05.05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특정인이 처한 상황과 환경으로 해당인물을 분석해 볼 뿐인데요 뭘 ㅎㅎ

    • 푸른 2019.05.08 1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게 떠드는 사람을 아무 근거없이 멀리하라는 사람은 가까이 해야 하나요? 아니면 멀리해야 하나요? ㅋㅋ

  6. J's_Identity 2019.05.06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 보면서 다시 느끼는 건 돈보다 평생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네요!
    자주 소통해요!
    구독 하고 갑니다

  7. Lovely Peter 2019.05.18 1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추천 블로그를 통해서 들어왔습니다. 저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서 ㅋㅋ 돈과 관련된 글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ㅋㅋ 좋은 내용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찾아뵐게요 = ) 구독하고 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