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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넷(Tenet)의 원문 대사 및 해석 * 이 포스트에는 영화 테넷(Tenet)에 대한 중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근에야 영화 테넷(Tenet)을 보았습니다. 하도 어렵다고 소문이 나서 반쯤 포기하고 봤고요, 2번쯤 보고나니까 비로소 좀 이해가 되더라구요.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한 4번 봤네요. (테넷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선정한 기사 중 참 재치있게 잘 뽑았다고 생각되는 기사 타이틀입니다.) 저는 원래 영어에 서툰 편입니다만, 그래도 같은 영화를 한글 자막 끼고 4번 정도 보니까 일부 구절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영화는 그냥 줄거리와 비주얼 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대사 한줄한줄의 멋도 함께 느끼면 좋거든요. 가령 영화 '신세계'에서 최민식의 명대사인 다음 장면을 영어 자막으로 본다고 생각해보십시요. 그 쿨한 허탈함과 낭패감이 제대로.. 2021. 1. 28.
착각과 현실 - "승리하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 나폴레옹은 누가 뭐래도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였습니다. 충성스러운 부하였던 랍(Rapp) 장군은 이때 나폴레옹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라인 강과 모스크바 사이에 어느 부대가 어디에 있는지 병사 하나하나를 모두 다 기억하고 있었다." 충성심 때문에 과장으로 부풀려진 것이 분명한 평가였지만, 실제로 나폴레옹은 네만 강을 건너기 전에, 그의 60만 대군의 모든 연대들과 그 대령급 지휘관들을 모두 기억했다고 합니다. 모스크바 대화재라는 뜻하지 않은 참변 속에서도 그의 명석한 두뇌는 쉴 사이 없이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했으며, 그의 계산에 따르면 그의 그랑다르메가 모스크바에 눌러앉아 겨울을 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비록 대화재가 많은 것을 파괴하긴 했지만, 모스크바의 창고에는 그의 대군이 적어도.. 2021. 1. 25.
은퇴와 일, 꿈과 저축에 대한 잡상 아직 고등학생이거나 또는 이제 막 대학에 진학하게 될 고교 졸업생들은 어떤 전공을 가질지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실상 첫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제 19살 된 고교 졸업생에게 확고한 꿈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좀 어려운 일입니다. 저처럼 이제 50이 넘은 사람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성인들도 자기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바가 뭔지 잘 모르고 사는데 말입니다. (지금 봐도 명짤입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지 않나요?) 제가 저희 아이나 친척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은 그런 경향이 더 강한데, 취업하려면 공대를 가는 것이 좋다. 단, 공대를 가면 취업은 되는데 맘에 안 드는 곳에 취업이 되더라.' 이건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순수하.. 2021. 1. 21.
나폴레옹과 주석 단추 - 도시 전설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최근에 어떤 책 광고에서 재미있는 삽화를 본 김에 이번 주는 잠시 쉬어가는 잡담 코너로 꾸밉니다. 그 삽화는 아래와 같은 것입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프랑스군 병사들의 외투 단추는 주석으로 되어 있었는데, 주석은 극심한 추위 속에서는 화학적 성격이 변하여 가루로 부서지기 때문에, 1812년 러시아의 추위 속에서 군복 단추가 다 떨어져 나간 병사들이 옷을 여미지 못해 얼어죽었다는 것입니다. 나폴레옹의 1812년 러시아 원정이 망한 이유가 주석 단추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에 나온 것입니다. 지금도 한글 검색만 해봐도 그런 이야기를 다룬 포스팅이 많습니다. 실제로 주석에는 특이한 성질이 있습니다. 금속이 결정체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들도 많겠습니다만, 철이건 구리건 금속은 상온에서 각각 .. 2021. 1. 18.
교회와 십일조는 너희를 구원하지 못한다 - There But For Fortune 가사 해설 저는 불만이 많고 믿음이 약하기는 해도 기독교인입니다. 구원예정설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수십년 전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우기는 했습니다만, 그때는 그게 무슨 얼토당토 않은 개솔휘인가 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몇 년 전에야 그에 대해 좀 읽어보게 되었는데, 제가 이해한 그 핵심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신의 은총 없이는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며, 우리가 구원을 받는다면 우리의 믿음이 강하거나 우리의 선행이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다." 즉 교만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불교처럼 개인의 노력으로 깨달음을 얻고 해탈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기독교 교리의 핵심인 셈입니다. 저는 어느덧 매주 교회를 다닌지 2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만, 여러 교회에서 단 .. 2021. 1. 14.
복덕방의 호구 - 조급한 나폴레옹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던 나폴레옹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알렉산드르와 평화 조약을 맺고 파리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그러려고 모스크바까지 점령한 것인데, 러시아인들이 모스크바에 불까지 지르고 도망친 것을 보면 도저히 평화 조약을 맺으려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흥정은 해봐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쪽이 흥정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저쪽에 알려야 거래가 이루어질텐데, 그걸 저쪽에 알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폴레옹이 부른 사람이 투톨민(Ivan Akinfevich Tutolmin)이라는 이름의 고아원장이었습니다. 투톨민은 원래 러시아군에서 장군까지 지내다가 퇴역한 노인이었는데, 모스크바 시내의 대형 고아원 원장직을 맡고 있었고, 원아들을 내버릴 수가 없어.. 2021. 1. 11.
군함을 pay off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미국이나 영국 해군 관련 영문 기사를 읽다보면 pay off 라는 표현을 가끔 읽게 됩니다. '지불하고 끝내다' 라는 뜻의 이 표현은 대체로 다음 사진 속의 기사에서처럼, 군함에 사용될 때는 '퇴역시킨다' 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군함을 퇴역시키는데 대체 무슨 돈을 내길래 pay off라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요 ? 이건 과거 영국 해군의 군함 운용 방식과 전통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근대 이전에는 원래 상비군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만, 특히 해군의 경우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영국 해군 군함의 이름 앞에 붙는 HMS (His/Her Majestic Ship)이라는 호칭의 기원도, 해전을 위해 동원된 함대 내의 선박 중에서 민간 소유였다가 임시로 동원된 배와 원래부터 국왕 소유였던 배를 구분하기 위해 붙여졌던.. 2021. 1. 7.
상트 페체르부르그를 향하여 ? - 고민 속의 나폴레옹 모스크바로 돌아온 나폴레옹이 구상한 기본 방향은 다음 목표를 찾아 전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물은 바로 알렉산드르의 궁전이 있는 러시아의 공식 수도 상트 페체르부르그였습니다. 나폴레옹은 그랑다르메의 주력 군단들은 모스크바에 그대로 두고, 외젠의 제4 군단만 차출하여 상트 페체르부르그로 진격할 생각이었습니다. 주력 군단들을 모스크바에 주둔시키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외젠의 군단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되었고, 둘째, 남쪽으로 후퇴한 쿠투조프의 러시아 야전군으로부터 모스크바를, 정확하게는 모스크바의 보급품 창고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상트 페체르부르그는 군사적 방비가 든든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러시아군의 쓸만한 병력은 모두 쿠투조프의 휘하에 있었으므로, 상트 페체르부르그와 나.. 2021. 1. 4.
전기 셔틀 노릇을 한 항공모함 - USS Lexington 이야기 시애틀 근처의 작은 도시인 타코마(Tacoma) 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와 산업이 불어나면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 감당을 위해 몇 년 전에 쿠쉬먼 댐(Cushman Dam No. 1)을 건설했습니다. 이렇게 그 수력 발전에서 나오는 전력에 의존하던 타코마 시에 1929년 겨울, 뜻하지 않은 재앙이 닥쳤습니다. 시애틀은 비가 자주 오는 곳이라서 그럴 줄은 몰랐는데 여기에도 가뭄이 든 것입니다. 쿠쉬먼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쿠쉬먼 댐에서의 수력 발전에 문제가 생겼고, 당장 타코마 시는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아야 했고, 단기 실업자가 급증했습니다. (지금도 존재하는 퓨짓 사운드 미해군 조선소의 위치입니다. 지도 아래에 타코마가 보입니다.) (구글맵에서 찾아본 .. 2020. 12. 31.
Now what ? - 잿더미 속에서 나폴레옹이 위대한 군사 지도자가 된 이유는 대포를 기가 막히게 잘 쏘았기 때문도 아니었고, 전에 없던 신박한 보병 전술을 개발했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승리를 위해 꺾어야 할 목표를 명확하게 선정하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놀라운 집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적의 도시를 함락시키는데는 별 관심이 없었고, 항상 적의 주력 부대를 신속하게 격파하는 것에 열을 올렸습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목표는 적 주력 부대의 병사들을 많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적의 전투 역량과 의지를 꺾는 것이었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 위험을 떠안고 막대한 희생을 치르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그의 출세 계기였던 툴롱(Toulon) 포위전이었습니다. 1793년 툴롱.. 2020. 12. 28.
누가 과부들의 집을 집어삼켰나 - 누가복음 20장~21장 이야기 누가복음 21장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대한 이야기를 다들 아실 겁니다. 부자들이 두둑한 헌금을 낼 때, 가난한 과부가 동전 두개를 내는 것에 대해 예수님께서 칭찬을 하셨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목사님들이 건축헌금 걷을 때 특히 자주 인용하시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예수님이 그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신 것일까요? 성경 번역이 너무 딱딱해서, 저 나름대로 예수님께서 실제로 쓰셨을 것 같은 구어체로 풀어썼습니다. 제가 읽은 바로는, 결코 예수님께서는 귀족들에게 어울리는 점잖빼고 엄숙한 선생님이 아니라 가난한 서민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말씀하신, 유머 감각이 풍부한 연설가셨다고 합니다. (누가복음 21장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 이야기를 그린 그림입니다. Jacques Tissot의 그림입니다. .. 2020. 12. 24.
1812년 모스크바 대화재 (2) - 희극과 비극 9월 15일 밤, 나폴레옹은 모스크바 곳곳에서 방화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습니다. 시내 가옥의 2/3 정도가 빈 도시에서 병사들에 의해서든 부랑자들에 의해서든 약탈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고, 약탈을 하다보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만 시내 주택들의 상당수가 목재로 지어진 것이라는 사실에 우려하면서 그가 이미 모스크바 주지사로 임명했던 모르티에 원수에게 불을 끄고 방화범들을 잡아들이라고 명령했습니다. 당황스럽게도 소방 펌프차를 한 대도 구할 수 없었던 병사들은 불을 끌 수는 없었지만 방화범들은 쉽게 잡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부랑자들인지 로스톱친의 부하들인지 정체는 불분명했지만, 이런 방화범들은 즉석에서 총살에 처해졌습니다. 나.. 2020.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