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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투조프, 두 도시를 뒤흔들다 - 타루티노 전투 타루티노에 주둔한 쿠투조프의 러시아군이 충분한 보급과 병력 보충을 받아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말씀은 이전에 드렸습니다. 타루티노에 약 4만의 패잔병들을 이끌고 도착한 쿠투조프는 직후부터 매일 장비와 보충병을 받아 약 4주 후에는 8만8천의 정규 병력과 함께 1만3천의 돈(Don) 강 유역 출신의 코삭 기병대, 그리고 기타 비정규 기병대 1만5천을 거느리게 되었고, 620문이 넘는 포병대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 병력이면 모스크바로 진격하여 나폴레옹과 다시 한번 자웅을 겨뤄볼만 했습니다. 그러나 물론 쿠투조프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짜르 알렉산드르가 친절하게도 이 부대를 이렇게 저 부대를 저렇게 움직여 나폴레옹을 포위 섬멸하는 상세한 작전 계획서를 작성하여 보내주며 '이대로만 하면 러시아의 승리.. 2021. 4. 26.
왜 자베르는 자살을 한 것일까 ? 영화 레미제라블이 뮤지컬 영화치고는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한 이후, 여러가지 반응이 나왔습니다만, 그 중에는 부정적인 반응도 일부 있었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노래를 너무 못 부른다는 불평도 있었습니다만, 이런 영화가 왜 12세 관람가로 등급이 매겨졌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매춘과 외설스러운 가사가 그대로 나오니까 그런 평가를 듣는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닙니다. 저도 우리 애하고 같이 보면서 '저거저거... ! 어디까지 보여주려는거야 !' 하고 조마조마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영화가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자살이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자베르는 장발장을 풀어주고 자살을 택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해보셨습니까 ? 왜 자베르는 꼭 자살을 해야 했는가 하.. 2021. 4. 22.
오만과 편견 - 모스크바 철수 계획 (3) 나폴레옹은 모스크바 일대에 주둔한 다부와 네, 모르티에 원수의 군단들에게 3개월치의 곡물과 6개월치의 양배추 절임을 준비하도록 지시했습니다. 3개월치의 건빵과 밀가루는 그렇다치고, 6개월치의 양배추 절임은 그야말로 월동준비였습니다. 또한 모스크바 시내의 주요 수도원들과 크레믈린 궁전의 방어시설을 든든히 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또한 이젠 말이 없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던 기존 기병대원들에게 머스켓 소총을 지급하고 나폴레옹의 주력부대가 '원정'을 떠난 사이 모스크바를 지키도록 했습니다. 심지어 그의 개인 궁정 식솔들 중 상당부분도 그의 '원정'에서 제외시키고 크레믈린 궁전에 남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출발 바로 직전인 10월 18일, 그는 포병감이던 라리봐지에르(Jean Ambroise Bast.. 2021. 4. 19.
베트남 항공전 이모저모 베트남 전쟁 초기, 소련이 베트남에 SA-2 대공 미쓸을 지원해주었으나 미국은 혹시 소련 기술자가 죽기라도 하면 확전될까 두렵기도 하고 또 그것이 그냥 위협용일 뿐 실제로 가동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시. 그러나 1965년 7월, F-4 팬텀기 1대가 SA-2에게 격추당하자 즉각 SA-2 기지에 대해 미군은 보복 공습. 그러나 이미 거긴 미사일 모형만 있었을 뿐 진짜 미사일 기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 대신 그 가짜 미사일 기지를 둘러싼 지역에 저고도 재래식 대공포가 잔뜩 배치되어 있었음. 미군기 무려 4대가 재래식 대공포에 맞아 떨어짐. 낙하산 탈출한 미군 조종사는 일단 숲 속에 숨은 뒤 무전으로 구조 요청. 베트남군은 그 위치를 잘 알면서도 일부러 놔둔 뒤 헬기 구조대가 오면 그걸 또 격추. .. 2021. 4. 15.
뻔한 길, 복잡한 길 - 모스크바 철수 계획 (2) 후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로 후퇴하느냐였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이 없었습니다. 스몰렌스크였지요. 그 다음 문제는 '어디까지 후퇴하느냐'였는데, 스몰렌스크에서 겨울을 날지 혹은 빌나까지 아니면 민스크까지 후퇴할지는 일단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스몰렌스크까지 빨리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1차 목적지를 정하고나니 실무적으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어디 길로 가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진격할 때는 이건 문제가 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예카테리나 대제가 닦아놓은 모스크바-스몰렌스크 사이의 대로를 이용하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후퇴를 하려고 보니, 바로 1~2달 전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과연 현명한 생각인지가 의심스러웠습니다. 이 길로.. 2021. 4. 12.
OECD 주요 국가들의 하루 시간 소비 패턴 이번 글은 아래의 "How do people across the world spend their time and what does this tell us about living conditions?" 이라는 글을 발췌 번역하고 또 거기서 제공한 OCED 및 중국 인도 등 몇몇 주요 국가 국민들의 일상 생활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그래프로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ourworldindata.org/time-use-living-conditions --본문 시작-- 이 차트에서 우리는 몇가지 공통적인 활동에 걸쳐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비교했습니다. 데이터는 사람들이 특정일에 어떻게 시간을 썼는지에 대해 OECD가 설문조사로 얻은 자료와 함께, 지난 주 특정일에 어떤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다른 몇몇 .. 2021. 4. 8.
Go back ! Go back ! - 모스크바 철수 계획 (1) 흩날리는 첫눈을 보며 갑자기 정신을 차린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두르자. 20일 안에 겨울 숙영지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겨울 숙영지라니, 그게 어디였을까요? 파리와의 연락망을 유지할 수 없는 모스크바가 겨울 숙영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보로디노 전투 이전, 나폴레옹이 생각하던 겨울 숙영지는 크게 3곳이었습니다. 스몰렌스크, 빌나, 그리고 민스크였습니다. 그 중 스몰렌스크는 벨로루시(백러시아)와 러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러시아 본토의 관문으로서, 아직 여기에는 겨울 숙영을 위한 물자 비축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만, 모스크바에서 불과 12일 정도만 행군하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위치였습니다. 그에 비해 빌나와 민스크는 사실상 원정 출발점에 해당하는 지점으로서, 스몰렌스크부터 다시.. 2021. 4. 5.
왜 예수님은 여자만 구해주셨을까? - Mary Hamilton 가사 해설 최근 3세 여아 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하여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특히 아동 학대라는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 대체 친모가 누구냐 등의 선정적인 기사를 써대는 언론 때문에 더욱 씁쓸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분들께서 주목하지 않으시는 점이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분명히 아빠가 있을텐데, 왜 아빠의 책임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하는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분명히 신체적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해서 각자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신체건강한 남성은 병역의 의무가 있습니다. 그에 비해, 여성에게 출산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이를 낳는다면 분명히 그 신체적 정신적 시간적 사회적 심지어 어떤 경우엔 경제적인 것까지 대부분의 부담을 여성이 지게 됩니다. '요즘은 남자도 육아를 많이 돕거든요?' .. 2021. 4. 1.
끊어져서는 안되는 것 - 나폴레옹의 약점 여태까지 보셨듯이, 모스크바에 주둔한 그랑다르메의 상태는 당장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식량이나 숙소 문제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나폴레옹의 공언대로, 그랑다르메가 모스크바에서 겨울을 편히 지낸 뒤 봄이 되면 상트 페체르부르그로 알렉산드르 사냥을 떠나는 것은 그다지 나쁜 계획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부 부족하거나 불안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교들이건 병사들이건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과 함께 나폴레옹이 있었거든요! 기병대 군마들이 픽픽 쓰러지는 모습을 마음 아파하던 제5 폴란드 기마 라이플 연대의 중위 뎀빈스키(Henryk Dembinski)도 자기들끼리 향후 전황에 대해 우울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론은 언제나 '나폴레옹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이라는 신뢰의 확인으로 .. 2021. 3. 29.
군대와 먹을 것 관련 잡담 기내식과 C-ration은 무조건 까야지 혹시라도 '먹어보니 맛있던대?' 라고 말하면 안되는 모양. 그런 C-ration 중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최악이라고 하는 메뉴가 'Ham & lima beans' 라는 메뉴인데, 심지어 아래와 같은 캡션이 붙음. When GIs gave rations to hungry civilians in Korea, the Koreans would throw this particular meal back at them. Troops added cans of cheese sauce and/or cracker crumbs to try to make this war crime palatable. (미군들이 배고픈 한국 민간인들에게 이 C-레이션을 줄때도, 한국인들은 이 '.. 2021. 3. 24.
투자와 투기의 차이 - 나폴레옹도 피하지 못한 함정 9월~10월 간, 부하들이 여우털과 담비가죽을 찾아 난리를 피우는 동안, 오지 않는 러시아 측의 평화 교섭단을 기다리던 나폴레옹의 일상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가 주로 했던 일은 크라스나야 (Krasnaya) 광장에서 열병식을 자주 하고 보로디노 전투에서 공훈을 세운 장교와 병사들에게 레종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는 것 정도였습니다. 그는 크레믈린에서 알렉산드르가 쓰던 침실을 그대로 썼는데, 다만 알렉산드르의 호화로운 침대를 쓰지 않고 그가 원정시에 늘 자던 철제 야전용 침대를 알렉산드르의 침실에 들여놓고 거기서 잤습니다. (크라스나야 (Krasnaya) 광장이 바로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입니다. 우리에게는 테트리스 궁전으로 알려진 저 왼쪽 멀리 보이는 건물의 정식 이름은 성 바실리 성당(St Basi.. 2021. 3. 22.
왜 방탄복을 flak jacket이라고 부를까? 원래 방탄복은 소총탄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파편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5.56mm 소총탄에는 그냥 뚫려요. 그래서 방탄복을 영어로는 bullet-proof jacket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flak jacket이라고 합니다. 우리 말로도 정확하게 하자면 방탄복이 아니라 방편복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파편은 영어로 fragment 또는 shrapnel입니다. 이걸 줄여 부르면 frag jacket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왜 flak jacket이라고 부를까요? 애초에 flak이 뭐지요? Flak은 항공기를 쏘는 고사포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사실 이건 영어가 아니라 독일어에요. 원래는 제대로 된 독일어로는 fliegerabwehrkanone(대충 플리거앞비어커노너)라고 합니다. 독일어.. 2021.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