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9/079

러시아 침공을 위한 병참 준비 - 무엇이 문제였을까 ? (1편) 1810년 마지막 날에 영국 상품의 입항을 허용하고 반대로 프랑스 상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가하는 짜르 알렉산드르의 칙령(ukaz)이 내려지자, 이제 전쟁은 거의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유럽 전체가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폴란드 문제로 1810년 중반부터 아웅다웅하고 있던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르는 말로만 툭탁거리지 않았고, 서로 병력을 바르샤바 공국 접경 지역으로 증강 배치하면서 상호간의 긴장감을 키워나갔습니다. 나폴레옹은 1806년 전쟁 때 점령한 뒤 계속 움켜쥐고 있던 슈테틴(Stettin)과 단치히(Danzig) 등 프로이센의 주요 요새들에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더 나아가 프랑스 내의 병력들도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등 동부 지대로 조금씩 이동시켰습니다. (오늘날 폴란드 영토가 된 .. 2019. 7. 29.
총리와 청어 - red herring이란 무엇인가 ? 어제 페이스북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새로 영국 총리가 된 보리스 존슨의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이었지요. 그 중에서 하나는 먹을 것과 관계되어 있어 특히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보리스 존슨이 손에 훈제 청어(kipper)를 들고 뭔가 떠들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정치인이 대중 앞에서 손에 훈제 청어를 들고 연설을 했을까요 ? 관련 뉴스를 뒤져보니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두 우습게 여기고 놀리는 보리스 존슨이 더욱 우습게 보일만 한 사건이 있었더군요. 보리스 존슨이 훈제 청어에 관해 연설을 한 것은 보수파 정치 모임에서였습니다. 보리스 존슨의 주장에 따르면 맨(Man) 섬의 훈제 청어 상인이 훈제 청어를 얼음팩(ice pillow)으로 포장해야 했는데, 이는 '무의미하고 비.. 2019. 7. 25.
1812년 - 누구 편에 붙어야 하나 (하) 어떻게 보면 온 유럽이 휩쓸리게 되는 1812년 러시아 침공이라는 난리통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오스트리아가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를 이간질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전쟁이 벌어지게 되자 오스트리아는 한발짝 물러나는 얌체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했는데, 오스트리아는 프랑스가 러시아를 두들겨 패는 동안 떨어지는 콩고물, 즉 발칸 반도 분할에서 좀더 많은 땅을 땅을 주워먹으려 했을 뿐 뭔가 숭고하고 원대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전쟁이라는 것은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주사위 놀음이라서, 제아무리 나폴레옹이라고 해도 프랑스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전체는 애초에 오스트리아가 프랑스 측에 가담하는 것은 시간 문.. 2019. 7. 22.
체중 감량 - 콩이 답입니다 오늘은 매우 신변잡기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바로 체중 감량을 위한 식단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제가 체중을 꽤 많이 줄였습니다. 결혼 이후로 조금씩 꾸준히 늘어서 86kg까지 갔다가, 최근 4개월 동안 10kg 정도를 줄여서 요즘은 75~76kg을 왔다갔다 합니다. 그 상태로 2개월 정도 지났으니, 아직은 요요 현상이 없지만 곧 요요 현상이 올 수도 있지요. 회사 동료들, 특히 여성 동지분들께서 비결이 뭐냐고 물으시는데, 간단합니다. 쌀 대신 콩을 드시면 됩니다. 제가 아침과 점심으로 아래 사진과 같은 음식을 먹습니다. 이게 체중을 줄이기 위해 맛도 없는 것을 억지로 먹는 것이 아닙니다. 맛이 꽤 괜찮고, 또 절대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다만 저녁은 그냥 정상적으로 쌀밥을 먹기도 하고, 치킨을 먹기도 하며,.. 2019. 7. 18.
"The Fed Is Spiking the Punch Bowl" 이 무슨 뜻일까 ? 최근 야후 파이낸스에 눈길을 끄는 기사 하나가 떴습니다. 한줄 요약할 필요도 없이, 제목이 곧 한줄 요약이더라고요. Why low interest rates could cause a ‘colossal reckoning’ "저금리가 거대한 파국을 야기할 수 있다" (reckoning은 계산, 정산의 뜻도 있지만 심판이라는 뜻도 있는데, 여기서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뜻입니다.) https://finance.yahoo.com/news/why-low-interest-rates-could-cause-a-colossal-reckoning-151351867.html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지난 10년 동안의 엄청난 규모의 부채가 가계와 기업 양쪽에 쌓이게 되었는데, 이건 연방준비위원회가 너무 장기간 .. 2019. 7. 15.
출애급기 23장 - 가짜 뉴스를 퍼뜨리지 말라 최근 제가 다니기 시작한 교회에서는 (다른 교회도 다 마찬가지겠습니다만) 맥추절을 기념하는 설교가 있었습니다. 맥추절은 40년 동안 광야에서 하나님이 (안식일만 빼고) 매일 뿌려주시던 만나와 메추리를 먹고 살던 유대인들이 드디어 가나안에 정착하여 뿌린 첫 곡식을 거둔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경에서는 그 다음날부터 만나가 하늘에서 내리지 않기 시작했다고 하니 무상급식이 중단된 슬픈 날이기도 하네요. 그날 목사님의 설교 주제는 더 이상 농경사회도 아닌 현대인들이 여전히 맥추절을 지켜야 하느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냥 짧게 요약하면 '하나님께서 직접 지키라고 하셨기 때문' 이었지요. 저는 이 목사님의 설교는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그 부분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저 개.. 2019. 7. 11.
1812년 - 누구 편에 붙어야 하나 (상) 이제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 명백해지자, 유럽 각국은 이 세기의 대결을 놓고 어느 편에 붙을 것인지 판단하느라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굳이 힘센 제국들끼리 싸움질을 하는데 굳이 다른 나라들이 꼭 끼어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나쁜 평화가 가장 좋은 전쟁보다 더 낫다는 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건 편하게 후방에서 입으로 떠들 때나 통하는 거부감입니다. 당장 바로 옆의 전우들이 내장을 쏟아내며 고꾸라지고 나도 바로 다음 순간 언제든지 팔다리가 끊어져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특히 그런 희생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아들이나 딸, 손자일 경우에는 누구나 어떻게든 당장 휴전 조약을 바라는 법입니다. 물론, 1812년 당시 유럽 각국에서.. 2019. 7. 8.
미국인들도 시부모/장인장모를 모시고 사는가 ? 제가 고딩, 아니 대딩 때만 해도 서양의 모든 것은 다 우수한 것이라는 환상이 온 사회에 팽배해있었습니다. (실은 여전히 그런 경향이 있지요.) 가령 우리는 굉장히 좋은 경치를 보면 '꼭 외국같다' 라는 말을 하지요. 잘 생긴 사람을 보면 '꼭 외국인처럼 생겼다' 라고 하고요. 그에 비해서 가령 영국인들은 잘 생긴 외국인을 보면 '꼭 영국인처럼 생겼다' 라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제가 근 50년 가까이 천하를 주유하며 (닭살 돋지만 꼭 써먹어 보고 싶은 표현이었습니다...) 느낀 바는, 어떤 사회든 잘 생긴 사람은 잘 생겼고 못 생긴 사람은 못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UN인가에서 정의를 내렸다는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다음 표현이 정말 잘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 2019. 7. 4.
1812년 - 왜 나폴레옹은 러시아로 갔을까 (하) 러시아의 짜르 알렉산드르는 독일 출신 할머니와 독일 출신 어머니를 둔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그 할머니는 처녀적 이름이 안할트-제릅스트(Anhalt-Zerbst) 출신의 소피(Sophie)로서 나중에 예카테리나(Екатерина) 대제로 알려진 러시아의 여황입니다. 알렉산드르의 어머니는 뷔르템베르크 출신의 공주였지요. 다른 유럽 왕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러시아 로마노프 왕가는 이렇게 계속 외국 특히 독일 출신의 공주들을 왕비로 맞아들이다보니 러시아 왕가는 일반 러시아 국민들은 물론 러시아 귀족들에 비해서도 서구의 발전된 문물과 사상에 대해 좀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춥고 먼 동쪽 구석의 러시아를 서구화시키는 노력은 대개 국왕을 중심으로 위로부터의 혁신이 위주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귀족.. 2019.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