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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과 마멀레이드 - 협상과 껍질과 아침식사 이야기 저는 신입사원 기본 교육을 싱가폴에서 싱가폴 강사에게서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협상에 대한 내용도 있었는데, 거기서 당시로서는 굉장히 인상적인 강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여성 강사분이 가르치려던 것은 협상을 위해서는 상대방이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스토리 라인을 아래와 전개하더라고요. "내가 학생 시절에 내 여동생과 냉장고에 하나 밖에 안 남아 있던 오렌지를 두고 서로 다툰 적이 있었다. 한참을 싸우고 난 뒤에야 알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오렌지로 쥬스를 만들어 마시려는 것이었는데 동생은 오렌지 껍질로 마멀레이드를 만드려는 것이었다. 알고 보면 서로 싸울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제 기억으로는 저는 그때 이미 마멀레이드가 뭔지는 대충 알고 있었고 (그것도 카투사 .. 2018. 12. 31.
나폴레옹 시대의 아침 식사 광경 (발췌 번역) 제가 좋아하는 3대 나폴레옹 전쟁 소설 시리즈인 혼블로워, 샤프, 잭 오브리 시리즈들 중에서 아침식사 장면만 몇몇 번역을 해보았습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보세요. 다만, 출출한 야밤에 읽으시면 좀 곤란하겠네요. Mr. Midshipman Hornblower by C.S.Forester (배경 : 1795년 프랑스) --------------------- (프랑스 망명귀족들이 영국 해군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 퀴베롱 지역에 상륙합니다. 사관후보생 혼블로워는 통역으로 이들과 동행합니다.) 그들은 번쩍이는 구리 냄비가 벽에 걸린 커다란 주방으로 들어갔고, 말이 없는 여자가 커피와 빵을 내왔다. 그녀는 애국자로서 열정적인 반혁명주의자일 수도 있었겠지만, 최소한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의 감정은 .. 2018. 12. 27.
크리스마스 특집 : 누가복음 16장의 부정직한 청지기 이야기 이번 글을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성경 이야기입니다. 저는 정식으로 신학을 공부하기는 커녕 성경을 완독해본 적도 없는 동네 아저씨에 불과하니 진지한 신학 강론을 쓸 수는 없고, 그냥 가볍게 읽고 웃을 만한 이야기로 쓴 것입니다. '잘 모르는 평신도들은 별의별 생각을 다 하는구나'라고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개신교 신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런 나일론 신자입니다. 제 와이프는 이대로 회개하지 않고 죽을 경우 제 가련한 영혼이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고 무척 염려할 정도지요. 제가 제대로 된 신자로 인정을 못 받는 이유는 성서나 교회에 대해 자꾸 이런저런 의심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12사도 중 절대 베드로 같은 사람은 아니고 의심많은 도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 2018. 12. 24.
속물들을 위한 레미제라블 속의 돈 이야기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마리우스는 가난한 청년이지만, 그의 외할아버지는 부자로 나옵니다. 그러나 사실 외할아버지도 대단한 부자는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Look down - Paris" 부분에서 마리우스와 앙졸라가 노동자들을 선동하고 있을 때 외할아버지가 그 광경을 마차 안에서 지켜보면서 통탄하고 있는 모습이 잠깐 나오지요 ? 하지만 소설 속에서 이 외할아버지는 마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당시 2인승 작은 마차라도 소유하려면 1달 유지비만도 500프랑 정도로서 엄청나게 비쌌거든요. 이 외할아버지가 마차를 탔다면 현재의 택시 같은 삯마차를 탄 것입니다. 과연 이 외할아버지 질노르망(Gillenormand) 씨는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었을까요 ? (이 분이 마리우스의 외할아버지 질노르망 씨입니.. 2018. 12. 20.
왕과 농부가 함께 입던 옷 - 나폴레옹 시대 병사들의 셔츠 이야기 전에 제가 블로그에서 아래 구절을 인용하면서 결투를 할 때 신사들은 실크로 된 셔츠를 입고 싸우거나, 실크 셔츠를 입을 형편이 안 되는 신사들은 아예 셔츠를 벗고 싸웠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명이나 삼베로 된 옷은, 총알에 맞으면 그 부위가 총알 모양으로 동그랗게 잘려나가며 총알과 함께 살 속으로 파고 들게 되는데, 그것이 결국 염증을 일으킵니다. 그에 비해 무척 질긴 섬유인 실크는 총알에 맞더라도 찢어질 뿐 파편이 잘려나가지는 않기 때문에 상처 속에 실크 파편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HMS Surprise by Patrick O’Brian (배경 180X년 인도) ------------- (잭 오브리의 친구인 군의관 스티븐 매튜어린이 여자 문제로 동인도 회사의 고위 간부와 권총 결투를 벌입.. 2018. 12. 17.
공화국의 마리안느와 자유-평등-박애 이번에 노란조끼(gilets jaunes)라는 시위대가 파리를 뒤집어 놓으면서 개선문 안에 보관되었던 마리안느(Marianne)라는 여자의 두상도 크게 파괴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의 혀를 차게 했습니다. 특히 저 마리안느라는 여자의 표정이 몹시 화가 난 표정이라서 더욱 눈살이 찌푸려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정작 마리안느 자신은 시위대가 자신의 두상을 과격 시위로 파괴한 것에 대해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리안느 자신이 바로 저항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2013년에 썼던 것인데, 이번 노란조끼 시위대 사건으로 약간 고쳐서 옮겨 왔습니다. --------------------------- 아래 사진은 제가 몇년 전 가을 파리 여행 갔을 때 찍은 노트르담 성당입니다. 그때 오전.. 2018. 12. 13.
굶주림과 희생 - 토헤스 베드하스 공방전 후퇴하는 웰링턴의 뒤를 쫓아 리스본으로 달리던 마세나가 1810년 10월 14일 생각지도 못했던 토헤스 베드하스 방어선을 직접 육안으로 보고 그 규모에 경악하는 사이, 웰링턴이 사전에 프랑스군 후방에 미리 풀어놓았던 비밀 병기는 이미 작동을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바로 기아였습니다. 애초에 웰링턴은 마세나와 피투성이가 되어 멱살을 쥐고 구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의 기본 전략은 리스본 북쪽의 황량한 험지에서 마세나의 진격을 틀어막고 마세나에게 굶어죽든지 돌아가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할 생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웰링턴은 부사쿠 전투를 전후하여 계속 그 일대의 포르투갈 주민들을 방어선 이남으로 피난가라고 강요했던 것입니다. 이는 병력은 부족하지만 물자는 풍부하고 기동력은 느리지만 방어에는 탁.. 2018. 12. 10.
예수님은 진보인데 왜 목사님들은 보수인가 ? 저는 몇번 언급드렸다시피, 기독교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매주 교회에도 나가지만 그다지 믿음이 깊지 않은 반쪽짜리 신자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앙심을 가진 분들을 이해도 하고 또 예수님의 가르침이 옳다고 느끼고 세상에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만, 과연 그 신의 이름이 여호와이고 아브라함의 하나님인지에 대한 결정적인 확신이 없어요. 그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시작해야 이번에 쓰는 글에 대해 오해가 없겠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성경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열심히 성경을 읽었습니다. 물론 정식 신학 공부를 하신 신부님들이나 목사님에 비하면 어림도 없겠습니다만, 믿음을 중시하는 일반적인 개신교 신자보다는 성경을 더 많이 읽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경을 읽을 때마다 드는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 2018. 12. 6.
무지막지한 도배질 - 토헤스 베드하스(Torres Vedras) 방어선 10월 5일, 프랑스군 전위 부대에게 사로잡힌 영국군 포로들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보고가 마세나에게 들어왔습니다. 영국군이 서둘러 '방어선 쪽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여태까지 마세나는 웰링턴이 1809년 1월 코루냐로 후퇴하던 무어 장군과 똑같은 신세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라고 해봐야 웰링턴의 영국군을 섬멸하지 못하고 놓치는 정도이고, 리스본 함락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국군 포로 취조 보고서에 따르면 웰링턴의 목적지는 리스본 항구에 정박한 영국 수송선이 아니라 어디엔가 구축해 놓은 방어선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세나는 자신감에 차있었습니다. 부사쿠 능선 같은 천혜의 방어선조차도 (비록 빙 우회하느라 시간은 .. 2018.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