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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 먹기 - 스몰렌스크 전투 (1) 7월 27일 밤 비텝스크에서 철수한 바클레이의 러시아 제1군은 약 130km 떨어진 스몰렌스크에 8월 1일에 도착했습니다. 하루 약 32km씩 행군한 셈인데, 당시 군대의 하루 평균 행군 거리가 20km이던 것을 생각하면 꽤 강행군이었습니다. 스몰렌스크는 당시 인구 1만5천 정도의 작은 도시였는데, 무엇보다 튼튼한 벽돌로 쌓은 성벽과 총탑으로 무장된 요새 도시였습니다. 게다가 폭이 거의 100m에 달하고 꽤 깊은 드네프르(Dnieper) 강을 북쪽에 끼고 있어서 방어에 크게 유리했습니다. 드네르프 강은 러시아에서 시작하여 우크라이나를 거쳐 남쪽의 흑해로 흘러들어가는 큰 강인데, 스몰렌스크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렀고, 스몰렌스크는 강의 좌안, 즉 남쪽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프랑스군이 있는 비텝스크는 스.. 2020. 3. 19.
CNN 기사 정리 : "지난 10년간의 초저금리 - 회사채 위기로 돌아오다" CNN에 보도된 무시무시한 경제 기사 하나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제목은 'Here's what could really sink the global economy: $19 trillion in risky corporate debt' 그러니까 '세계 경제를 침몰시킬 진짜 위협은 19조 달러 규모의 위기 등급 회사채' 입니다. 원문을 읽어보고 싶으시면 아래에서 보시면 됩니다. https://edition.cnn.com/2020/03/14/investing/corporate-debt-coronavirus/index.html 요약 : - 지난 10년간 초저금리로 인해 기업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어 썼고, 그로 인해 회사채가 잔뜩 쌓여있습니다. - 투자적격 등급 중 최하위인 BBB 등급의 회사채는 10년 .. 2020. 3. 15.
영국이 일으키고 세계가 피해를 본 판데믹 - 콜레라 이야기 최근에 누가 '이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인류 역사상 과거에도 이런 전염병이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퍼진 적이 있었는지' 묻길래 최근 나폴레옹의 1812년 러시아 원정 당시 티푸스 관련 조사를 하다가 읽은 콜레라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꽤 재미있게 듣길래 아예 여기에다 그냥 정리했습니다. 원래 콜레라는 인도 갠지즈 강 유역이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는데 유럽에 최초로 알려진 것은 1642년 동인도 제도에서 이 병을 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의사 카리브 드 본트(Jakob de Bondt)가 자신의 'De medicina Indorum' (인도 의학기)라는 책에 기록한 것이 최초입니다. 콜레라라는 이름은 담즙, 분노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χολή (kholē)에서 유래한 것이고 힌두어에서 따온 .. 2020. 3. 12.
각자의 할 일 - 모스크바에서의 알렉산드르 잠시 시선을 나폴레옹으로부터 알렉산드르에게로 돌려보겠습니다. 모스크바를 향해 말을 달리던 알렉산드르의 마음은 당연히 좋지 못했습니다. 1709년 카알 12세(Karl XII)가 이끄는 스웨덴군이 폴타바(Poltava) 전투에서 박살이 난 이후, 러시아 영토 깊숙이 외국군이 쳐들어온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러시아 국민들을 다독이고 장병들을 통솔하여 침략군을 막아내는 것이 짜르가 할 일인데, 일단 알렉산드르는 장병들을 통솔하는데는 처참하게 실패한 뒤였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들을 다독여 군에 보낼 보충병들과 보급품을 마련하는 것이었는데, 풀이 죽은 알렉산드르에게는 그것조차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러시아 귀족들과 시민 계급에게는 나폴레옹의 침공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긍정적인 .. 2020. 3. 9.
아테네인들이 아테네 여신의 옷을 벗겨야 했던 까닭은 ? 고대 그리스 병사들의 급료에 대해서는 설이 몇가지 있는데, 조금씩 주장하는 바가 다른 것 같습니다. (내 월급이 궁금해 ?) 설#1. 시민 병사들은 따로 급료를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노예가 필요로 하는 식량도 스스로 비용을 대야 했다. 설#2. 시민 병사들도 국가로부터 일정액의 급료를 받았으나, 대개 이 돈은 병사 자신과 노예의 식량 구입에 쓰였다. 설#3. 용병들은 분명히 따로 급료를 받았으나, 액수가 적은 편이었고, 대개 숙련공의 절반 정도였다. 용병들이 돈을 벌 기회는 대개 적 도시를 약탈할 때 뿐이었다. 설#4. 방어전에 고용되는 용병들에게는 급료가 지급되었으나, 적 영토를 침공하기 위해 고용된 용병들에게는 급료가 지급되지 않았으며, 용병들은 순수하게 약탈을 목적으로 전쟁에 참여.. 2020. 3. 5.
바쁜 서민의 한끼, 캠벨 깡통 수프 이야기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요식업은 크게 타격을 받고 있지만 배달 식품은 많이 팔립니다. 저희 집에서도 택배로 이런저런 식품류를 많이 샀는데, 이왕 사는 김에 캠벨 깡통 수프 2종류를 샀습니다. 야채 수프와 치킨 누들 수프로요. 저는 수프 좋아하거든요. 미국에 장기 출장을 갈 때면 가끔 수퍼마켓에서 깡통 수프를 사다 먹었는데, 짜긴 해도 제게는 나름대로 맛있습니다. 와이프는 소비자 평을 읽어보고는 맛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캠벨 깡통 수프 사는 것에 반대했습니다만, 제가 위기의 시대엔 장기 보존 식품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우겨서 샀지요. (왼쪽 치킨 누들 수프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입니다. 왼쪽 깡통 가운데의 무슨 메달 같은 것은 1900년 파리 국제 박람회에 출품하여 받은 메달입니다. 원래 프랑.. 2020. 3. 2.
신천지가 비난 받는 이유와 물고기 표시(Ichthys) 요즘 신천지라는 기독교 계열 이단 종교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거셉니다. 10여 년 전부터 개신교에서는 이 신천지라는 이단에 대해서 엄청난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도 1층 공지란에 가장 크게 붙여놓은 것이 신천지에 대한 경고였습니다. (제가 다니던 교회 공지란에도 이런 그림과 함께 신천지에 대한 경고문이 붙어있었습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면서, 누가 신천지 신도 수가 몇천 명 정도냐고 묻길래 몇십만 명 수준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실은 저도 그 숫자는 잘 몰랐습니다. 그냥 생각에, 몇천 명 수준이면 그 종교가 그렇게 유명하지 않을 것이고, 몇백만 명 수준이면 감히 이단이라고 부르지 못할테니, 아마 수십만 명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25만 명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사.. 2020. 2. 29.
코로나-19와 마스크 등에 대한 팩트 체크 원래 의미없는 댓글에 반응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만, 하도 악의와 증오심에 불타는 괴담들이 많아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짧게 씁니다. 1. 한국 정부가 좌파 친중이라서 자국민은 내버려두고 중국에게 마스크 3백만장을 조공바쳤다라는 주장 한국 정부가 보낸 것은 없고, 지자체나 민간단체가 보낸 마스크가 있습니다. 그 양이 3백만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봐야 국내 하루 생산량의 절반도 안되는 양입니다. 무엇보다, 일본도 지자체나 민간단체들이 주도해서 중국에 마스크 3백만장을 포함한 의료품을 보냈습니다. 일본 정부가 좌파 친중이라서 그러겠습니까 ? 일본도 이런 난리 속에서 어떻게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지요. https://edition.cnn.com/2020/02/25/asia/.. 2020. 2. 26.
마스크와 '보이지 않는 손'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마스크 대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손은 과다하게 자주 씻는 편입니다. 저는 마스크보다는 손 자주 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침하는 환자 근처에 제가 있다가 직접적으로 바이러스가 섞인 침방울이 제 코로 들어올 확률보다는 아직 죽지 않은 바이러스가 묻은 무언가를 제가 만졌다가 그 손으로 (무의식 중에) 제 콧구멍에 손을 댈 확률이 훨씬 크거든요. 또 물도 일부러 자주 마십니다. 사실 그게 코로나19 예방에 딱히 도움이 되는 건 아니겠으나, 물을 자주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기 때문에, 결국 손을 자주 씻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몇 주째 교회 예배.. 2020. 2. 26.
온라인 예배에는 성령이 없다 ? -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과 은화 이야기 지난주에 개탄스러운 기고문 하나를 보았습니다.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28815 요약하면 코로나19건 뭐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려야 하며, 온라인 예배와 온라인 헌금으로 대체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를 댑니다다만, 무엇보다 저는 교회에 나와야만 성령이 임재하신다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기고문을 올린 목사님은 이런 말까지 하셨습니다.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예배를 한다는 논리는 구약시대에 예루살렘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산당에서 제사하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이건 정말 기독교가 아니라 유대교스러운 주장입니다. 저 가까운 상당에서 제사 지내는 것은 사마리인들 이야기이기 때문.. 2020. 2. 24.
"86 that" - 숫자로 말하는 사회 최근에 TV에서 2007년도 영화인 조디 포스터 주연의 브레이브 원(The Brave One)을 봤습니다. 영화는 뭐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 중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습니다. 조디 포스터의 뒤를 쫓는 형사(Terrence Howard 분)가 ex-wife를 어떤 바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미리 도착해서 한잔 하고 있던 형사는 전처가 도착하자 바텐더에게 '이 숙녀분께 마티니 한잔 드리게' 라고 하는데, 전남편 만나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여자는 '일 때문에 만나는 거쟎아' 라며 거절합니다. 그러자 형사는 풀죽은 목소리로 바텐더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Eighty-six that." 그 순간 자막에는 대충 이렇게 나왔습니다. "주문 취소하겠네." 저는 원래 귀가 어둡고 머리 회전이 느린 편.. 2020. 2. 20.
멈추지 못한 발걸음 (2) - 나폴레옹, 스스로를 속이다 당시 그랑다르메 소속 병참장교(commisaire de guerre)였던 벨로 드 케르고르(Alexandre Bellot de Kergorre)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비텝스크에 도착했을 즈음 이미 그랑다르메는 네만 강을 넘었을 때에 비해 2/3로 줄어있었습니다. 이는 전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행군과 식량 부족, 불결한 식수 등으로 인한 질병과 부상, 낙오, 탈영 등으로 인한 비전투 손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일개 민간 계약자에 불과한 병참장교가 과연 전체 그랑다르메의 인원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까요 ?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 전체 그랑다르메의 정확한 인원수나 전투 준비 상태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나폴레옹 본인조차,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황제 나폴레옹 본인만큼은 그랑다르메의 실제 상태에.. 2020.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