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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7

레이더 개발 이야기 (43) - 독일의 대응 괴링을 경악시킨 항법용 공대지 레이더 H2S의 실체를 알게 된 독일군은 그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절치부심. 여태껏 거의 3년 동안 영국과 독일은 서로의 전파 항법 시스템에 대해 jamming을 주거니 받거니 한 사이였으므로, 이번에도 jamming을 시도. 일단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decoy. 얇은 금속판을 접합하여 삼각뿔 등의 다면체를 만들고 이를 교외의 공터나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건물 등 폭탄이 떨어져도 괜찮은 곳에 잔뜩 배치. 이는 직각으로 맞닿은 금속판이 레이더 신호를 가장 강력하고 선명하게 반사하기 때문임. 그런 금속판으로 만든 다면체를 보통 radar reflector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그럴싸하게 설치해놓으면 영국 폭격기는 엉뚱한 곳에서 엉뚱하게 큰 물체를 보게 되므로 '여기는 어디.. 2023. 8. 17.
레이더 개발 이야기 (42) - 로테르담에서 온 장치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들이 밤길을 못 찾아 여태껏 삽질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 폭로된 Butt 보고서 파문 이후, 항법사들의 밤눈이 되어줄 공대지 레이더 H2S에 대한 영국 정부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고 그에 비례하여 개발진에 대한 압박도 대단했음. 1942년 7월, 처칠은 직접 10월 중순까지 H2S 레이더 200 세트를 준비해놓으라고 명령하여 레이더 개발팀을 깜놀시킴. 모든 지원이 다 집중되었으나, 결국 이 마감일은 지키지 못함. 1943년 1월까지도 고작 12대의 Stirling 폭격기와 12대의 Halifax 폭격기에만 H2S가 장착됨. 그리고 이들은 당장 실전에 투입됨. 바로 1943년 1월 30일의 함부르크 폭격. (함부르크 상공의 랭카스터 폭격기. 이 사진이 바로 최초의 H2S를 이용한 폭격이 있.. 2023. 8. 10.
레이더 개발 이야기 (41) - 죽 쒀서 괴링 줄 일 있냐? H2S 레이더의 성능과 효용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음. 하지만 이걸 폭격기에 달아 독일로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음. 이유는 폭격기가 하는 일은 2가지, 하나는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사포든 적 전투기든 적의 방공망에 걸려 적지에 추락하는 것이기 때문. 전파 항법 장치 Gee 수신기를 장착한 폭격기들이 독일에서 격추되었고, 거기서 수거된 Gee 수신기들을 독일이 수리하여 역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H2S 레이더를 장착한 폭격기를 독일에 보내면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염려했던 것. 특히나 문제가 되었던 것은 H2S에는 Gee에 없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 달려 있었다는 점. 바로 cavity magnetron. 강력한 고주파 microwave를 쉽게 만들.. 2023. 8. 3.
레이더 개발 이야기 (40) - 공대지 레이더와 금주법 원래 초창기 레이더는 Chain Home 지대공 radar나 해양 초계기에 장착했던 ASV 공대함 radar처럼 그냥 일련의 쇠막대기로 이루어져서, 요즘 사람들이 보기엔 전혀 레이더스럽지 않았음. 게다가 그 스코프 화면도 수평선에 가끔씩 삐빅하고 위로 치솟는 지점이 나타나는 정도로서, 레이더라기보다는 마치 심장박동수 화면처럼 보였음. 게다가 스코프로는 거리만 측정 가능했고, 방향은 Bellini–Tosi direction finder 코일의 다이얼을 이리저리 틀어서 간신히 찾을 수 있었음. 그러다 1942년 즈음해서 화면 중앙에 레이더 자체가 위치한 PPI (plan position indicator) 디스플레이가 고안되면서 모든 것이 확 좋아짐. 특히 이 디스플레이는 cavity magnetron의 발.. 2023. 7. 27.
레이더 개발 이야기 (39) - 센티미터의 마법 공대공 레이더 연구를 시작하던 "Taffy" Bowen이 개발 초창기 1.5m 파장 길이의 상대적 낮은 주파수 전파로 테스트를 할 때부터, 이미 레이더 스코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뚜렷한 반사파가 잡히는 것을 알고 있었음. 그런 물체들은 부두의 구조물, 절벽, 선박 등이었는데 공통점은 물 위에 수직으로 서있는 물체들이었다는 것. 이는 전파를 잘 반사하지 않는 매끈한 수면 위에 수직으로 서있는 물체가 상대적으로 뚜렷한 반사파를 보내기 때문이었고, 이 발견을 이용해 공대함 레이더 ASV를 만들어 대잠수함 작전에 매우 잘 활용했음. (전에 ASV 설명하면서 그렸던 이 그림 기억하시는지. 위가 지표면에 부딪히는 전파의 반사이고 아래가 해면에 부딪히는 전파의 반사.) 공대함 레이더가 가능하다면 공대지 레이더도 가.. 2023. 7. 20.
레이더 개발 이야기 (38) - 바보야, 지구는 둥글쟎아! Gee를 이용한 폭격을 시작하고서도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 사령부(Bomber Command)는 그렇게까지 행복해하지 않았음. 이유는 일단 정확도. Gee의 개념 특성상, 기지국에서 멀면 멀수록 정확도가 점점 더 떨어짐. 그러니 격추된 영국 랭카스터 폭격기에서 수거한 Gee 수신기를 수리하여 자국 폭격기에 싣고 영국의 밤 하늘로 날아온 루프트바페에게는 Gee가 꽤 정밀한 폭격 유도를 해주었으나, 정작 정품 사용자인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들은 머나먼 독일에서는 꽤나 부정확했음. 독일 쾰른 상공에서는 오차가 1.6km까지도 벌어졌는데, 당시 폭탄의 살상 범위는 건물의 경우 10m 이내, 사람의 경우 100m 이내였기 때문에 이건 정밀 폭격과는 거리가 멀었음. 그래서 그런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로열 에어포스는 갖.. 2023. 7. 13.
레이더 개발 이야기 (37) - 피해갈 수 없는 jamming과의 싸움 1941년 8월, 로열 에어포스는 Gee의 효용성에 확신을 가지고 양산을 결정. 그러나 양산 결정을 한다고 당장 수신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며, 생산라인 갖추고 충분한 개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다음해인 42년 5월 경에나 가능. 당장 전쟁이 급한 로열 에어포스는 먼저 손으로 한땀한땀 납땜을 해서라도 300개만 먼저 만들어달라고 독려. 그나마 그런 수제 Gee 수신기도 42년 1월에나 만들어짐. 그렇게 만들어진 수제 Gee 수신기를 이용한 첫 공습은 42년 3월 8일 밤에 200대의 폭격기를 동원한 서부 독일의 Essen 공습 작전. 몇몇 폭격기에 Gee 수신기를 장착하여 선두에 서게 한 것. 목표물은 이 도시에 있던 Krupp사의 공장이었으나 정작 이 공장에는 폭탄이 하나도 안 떨어지고 .. 2023. 7. 6.
레이더 개발 이야기 (36) - 이제 우리는 독일로 간다 1939년 말까지 로열 에어포스의 폭격기들은 발트 해 연안의 독일 해군 기지 등에 대해 과감한 주간 폭격을 실시하고도 큰 피해가 없었음. 이유는 프랑스도 아직 항복하지 않았고 루프트바페의 전투기는 한정적이었으므로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들에 대한 요격 활동이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1939년 12월 18일, 22대의 Vickers Wellington 폭격기들이 헬리골란트 만의 빌헬름스하벤(Wilhelmshaven) 항구를 공격할 때, 한 떼의 루프트바페 전투기들이 그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정확하게 달려들어 개박살을 내놓음. 결국 22대의 웰링턴 폭격기들 중 10대가 격추되었고 2대는 손상을 입고 바다에 불시착했으며 기지로 돌아온 10대 중 3대는 손상이 너무 커 폐기처분될 정도. 독일 전투기들.. 2023. 6. 29.
Showing the flag - 항모, 폭격기, 핵잠함 최근 부산항에 들어온 Ohio급 핵잠수함 USS Michigan(SSGN-727, 1민8천톤, 20노트)은 원래 부산에 자주 왔음 (2010, 2015, 2017). 특히 2010년에는 4월에 부산 입항한 이후 불과 2달만인 6월에 부산에 또 왔음. 이 떄는 특수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중국이 동중국 해에서 미사일 시험을 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기 때문.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고로 무력 시위를 하기로 했고, 그 수단으로 2010년 6월 28일, 3척의 Ohio급 핵잠수함을 중국 근처에서 일제히 부상시켜 중국에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 이건 잠수함을 현시 효과 (showing the flag) 수단으로 사용한 매우 희귀한 사례. 원래 현시 효과가 좋은 것은 항공모함. 원래 항공.. 2023. 6. 22.
레이더 개발 이야기 번외편) - SLBM과 천문 항법 이야기 1960년대까지만 해도 폭격기는 물론 보잉 747 같은 민항기에서도 조종석 꼭대기에 sextant port(육분의 구멍)이 있어서 그걸로 별을 보고 현재 위치를 계산. 공군 혹은 해군 사관학교를 나왔는데 육분의 사용법을 모르는 것은 동네 창피한 이야기. (1960년대 보잉 747 조종석의 sextant port) (1959년, 영국 폭격기 Victor의 Mk2C sextant 사용 모습) 그러나 1998년부터 미해군 사관학교에서는 더 이상 celestial navigation을 가르치지 않음. 이유는 너무 어려운 과목인데 어차피 위성 항법 시대라는 것. 실제로 non-engineering 과목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불평불만이 많았음. 대부분의 장교들은 평생 단 한번도 써보지 않을 기술을 익히는데 너무 많.. 2023. 6. 15.
레이더 개발 이야기 번외편) - 꿀벌과 순항 미사일 이야기 WW2 당시 양측 폭격기들의 항법 관련 이야기를 보면 해와 별을 보고 길을 찾는 것은 진짜 어려운 일. 독일 공군이 쓰는 전파 항법 시스템에 재밍을 했더니, 독일 폭격기가 영국 비행장에 착륙한 뒤에 독일이 아닌 것을 알고 당황하더라는 이야기까지 있음. 그런데 꿀벌은 벌집에서 최대 12km까지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꿀을 따움. 몸집 크기를 비교하면 사람으로 치면 2천km 밖까지 날아가는 셈. 다들 아시다시피 벌에게는 GPS는 커녕 육분의도 나침반도 시계도 없음. (아마 밤에 꽃밭에서 꿀벌 보신 분들이 거의 없을 텐데, 왜 그런지 생각해보신 적 있는지?) Q1. 똑똑하다는 공군 항법사들도 그 정도면 자기 기지를 못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꿀벌은 대체 어떻게 집을 찾아 돌아올까? : 핵심은 태양. 꿀벌은 기.. 2023. 6. 8.
1918년, 초소형 항공모함과 제펠린 이야기 덴마크 서해안과 독일 북해안이 이루는 만이 그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의 이름을 따서 Heligoland Bight라고 부름. 이 헬리골란트 만은 1914년 벌어진 해전 이후 영국 해군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독일군이 장악한 바다. 바다엔 독일 해군 함정들도 있지만 독일 해군이 기뢰를 잔뜩 깔아 놓았기 때문. 그래도 이 일대에 기지를 둔 독일 해군 잠수함과 제펠린 비행선이 뭘 하고 있는지 정찰은 해야 하는데, 영국 해군 수상함정으로는 접근이 안 되니 항공기로라도 접근을 해야 함. 그러나 당시 항공기들은 그렇게 항속 거리가 길지 않아, 영국에서 이륙해서는 거기까지 왕복이 안 됨. (지도 오른쪽 윗부분에 보이는 섬이 Heligoland이고 그를 둘러싼 막힌 바다가 Bight of Heligoland.).. 2023.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