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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6

레이더 개발 이야기 (53) - 레이더, Betty, 알 카포네 그렇게 격추된 2대의 일본군 정찰기 중 최소 1대가 라바울에 미해군 기동부대 목격을 보고한 것이 확실. 왜냐하면 오후 4시 10분 경에 렉싱턴의 레이더 스코프에 렉싱턴 방향으로 날아드는 거대한 편대의 모습이 약 100km 밖 남쪽에 나타났기 때문. 길 대위는 즉각 CAP을 치고 있던 6대의 Wildcat 전투기들을 그 쪽으로 보내 요격하게 했는데, 이들은 약 20분 뒤인 4시 30분에 일본군 폭격기들을 목격하고 Tallyho를 외침. 다행인지 혹은 필연인지 이 9대의 쌍발 폭격기들은 아무런 전투기 호위를 데리고 있지 않았음. 렉싱턴이 라바울 발진 전투기들의 전투 반경에서 훨씬 더 멀리 있었기 때문. (미해군의 WW2 초기 함재 전투기인 F4F Wildcat. 이후 배치된 F6F Hellcat에 밀려났지만.. 2023. 11. 2.
레이더 개발 이야기 (52) - USS Lexington의 실전 사례 혼란스럽고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도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 되기 위해서는 메시지 자체가 짧아야 했고, 그러자면 용어가 통일되어야 했음. 그렇다고 yes 또는 no처럼 너무 짧은 단어는 통화감이 좋지 않고 자주 지직거리는 무전기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안 들릴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좀더 명확한 단어가 되어야 했음. 그래서 yes나 no 대신 affirmative와 negative를 쓰기로 했음. 이 모든 무선 용어집은 미해군에서 독자 개발한 것이 아니고, 레이더 실전에서의 선배인 로열 네이비에서 작성한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 이는 향후 로열 네이비와 합동 작전을 벌일 때에도 유용하게 작용. (미군들이 무전기로 대화할 때 yes나 no 대신 affirmative, negative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영화에서 많이.. 2023. 10. 26.
레이더 개발 이야기 (51) - 관제사가 항상 차분한 이유 미국이 레이더 자체는 영국과는 별도로 독자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이 레이더라는 물건을 함대 방공에 있어서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라는 점에서는 미해군은 철저하게 로열 네이비의 규범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임. 로열 네이비가 노르웨이 등지에서 피를 흘려가며 레이더 활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그보다 더 나은 전술은 더 없다고 보았기 떄문. 어떤 규범은 상식적인 것이었지만 어떤 것들은 실전 경험이 아니면 획득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음. 문답식으로 몇 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음. Q1) 각각 20대씩으로 편성된 3개 적편대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아군 함대를 노리고 날아들고 있다. 아군 전투기는 30대 뿐이다. 다음 중 어떤 요격 방식이 가장 유리할까? Option 1)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므로 아군 전투기 3.. 2023. 10. 19.
레이더 개발 이야기 (50) - 계산 연습하는 소위들 그리핀 소령의 Fighter Director Control 학교에 입교 명령을 받은 20여명의 신임 소위들은 매우 당혹스러워했음. 일단 Fighter Director Control이라는 것이 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 이들의 궁금증은 첫날 그리핀 소령이 이들에게 보안 선서를 받고 나서 설명해준 레이더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차츰 해소. 그때까지도 미군 전체에서 레이더라는 개념 자체가 군사 기밀이었던 것. 레이더 발명 이전에는 항공모함의 함재 전투기를 이용한 함대 방공의 개념이 없었나? 있긴 했는데 최소한 Fighter Director Control이라는 개념 자체는 없었음. 어차피 어느 방향에서 몇 대의 적기가 날아올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CAP (Combat Air Patrol)의 지휘는 .. 2023. 10. 12.
레이더 개발 이야기 (49) - 미해군의 준비 미해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레이더 시스템 CXAM을 장착하고 장시간 운용해본 항모 USS Yorktown은 레이더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전투기 관제를 위해서는 이를 운용하기 위한 전문적인 인원과 함께 레이더 운용을 위한 전용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리포트를 1941년 3월에 올림. 그때까지만 해도 미해군에서는 레이더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새로운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고 심지어 그 운용 담당자를 장교가 아닌 부사관(chief petty officer)으로 배정했을 정도. 근데 그렇게 해놓으니 도저히 운용이 안 됨. 그 부사관들이 자기가 레이더 스코프에서 본 정보, 즉 무의미한 거리와 방위각을 아무 기준을 두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마구 전화로 보내오니 함교에 있는 고위 사관들이 .. 2023. 10. 5.
대잠전 전문가 테일러 스위프트를 격침하라! 최근 SNS에 이상한 무늬의 의상을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진에 밀덕임이 분명한 어떤 사람의 comment가 올라옴. (번역 : 테일러 스위프트의 의상 완전 좋아! 저 의상은 배경에 비친 그녀의 몸매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서 독일군 U-boat들이 그녀의 거리, 속도, 진행 방향을 계산하는데 애를 먹게 만들거든!) WW2 당시, 그리고 상당 부분은 현대전에서도, 잠수함에서 수상함으로 어뢰를 쏘는 것은 매우 살 떨리는 순간. 자동화기 쏘는 것도 아니고 딱 한 번에 2~4발을 한꺼번에 쏘는 것이니 무조건 one shot one kill을 해야 함. 잠수함이 노릴 만한 대형 군함은 홀로 다니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 내가 쏜 것이 명중하든 명중하지 않든 곧 그 호위함들이 달려들어 나에게 폭뢰를 마구 투하할 것이 .. 2023. 9. 28.
레이더 개발 이야기 (48) - 포클랜드 상공의 H2S H2S와 그 개량 버전인 H2X는 이렇게 WW2에서 로열 에어포스가 승리를 거두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 이후에도 로열 에어포스는 물론 미공군의 폭격기에서도 계속 사용됨. 그러다 1982년 아르헨티나가 남대서양의 외로운 섬 포클랜드를 침공하면서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활약함. WW2 때 개발된 레이더를 1980년대에도 썼다고?? 의외지만 진짜임. 일단 그렇게 의도치 않게 장수한 이유는 영국의 경제적 몰락 때문. WW2에서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뭐래도 미국. WW2를 거치면서 산업 시설이 파괴되지 않은 유일한 선진국으로서 사실상 자유세계를 석권. 그에 버금가는 승자는 소련. 잠재적 경쟁국이었던 독일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동서독으로 분할하여 재기를 막은 뒤, 동유럽을 석권하고 공산주의를 전파하여 미국과 .. 2023. 9. 21.
레이더 개발 이야기 (47) - 멤피스 벨과 H2X H2S는 밤눈이 어두운 로열 에어포스 항법사들에게 성공적으로 독일로 가는 밤길을 안내하는 도구가 되었으나, 쾰른이나 함부르크를 폭격할 때는 나오지 않던 불평이 베를린 폭격에서는 쏟아져 나옴. 1943년 8월 말과 9월 초, 3번에 걸친 베를린 폭격 작전후, 폭격기 사령부와 레이더 개발팀 사이의 연락 장교 역할을 하던 새워드(Saward) 중령이 베를린 상공에서 찍은 H2S 레이더 스코프의 사진을 레이더 개발팀애게 전달. 개발팀이 보니 그냥 무의미한 허연 점들과 패턴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을 뿐, 뭔가 눈에 띄는 랜드마크 지형물을 구별할 수가 없었음. 다른 도시에서는 잘 통하던 H2S가 왜 유독 베를린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을까? 이유는 도시의 규모. 독일은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여러 소왕국들이 분립하여 .. 2023. 9. 14.
레이더 개발 이야기 (46) - 핵폭탄을 터뜨린 레이더 노든 폭탄 조준경의 위력을 확신하고 있던 미육군 제8 항공단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주간 폭격을 고집한 것에 비해 로열 에어포스가 (실은 폭탄이 목표물에 명중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야간 폭격을 고수한 이뉴는 딱 하나, 독일 전투기들이 무서웠기 떄문. 1943년 봄, 로열 에어포스의 폭격기 사령부는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었음. 독일도 레이더 기술과 그를 이용한 요격 기술이 점점 좋아지면서 독일 야간 전투기들이 깜깜한 밤중에 영국 폭격기를 격추시키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 비록 아직 전체 출격 대수의 4% 정도만 그렇게 요격되어 격추되었지만 그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음. 게다가 이제 곧 다시 여름이 됨. 여름이 되면 그만큼 해가 길어질 것이고, 그건 그만큼 영.. 2023. 9. 7.
레이더 개발 이야기 (45) - 레이더 깎는 노인, 아니 영국 공군 H2S 공대지 레이더는 테스트를 거치면 거칠 수록 점점 더 개선됨. 1942년 4월, H2S를 테스트하던 항법장교 E. Dickie 중위는 '지도는 언제나 북쪽이 위인데, H2S 레이더 스코프는 폭격기 기수 방향이 위로 되어 있어서 헷갈린다'라고 불평. 이게 딱히 틀린 말은 아닌데다, 속성 훈련만 받고 살 떨리는 독일 야간 폭격에 투입되는 항법사들의 질적 문제를 생각할 때 조금이라도 덜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그에 대한 개선 작업이 이루어짐. H2S의 PPI scope 화면을 폭격기의 자이로컴패스(gyrocompass)와 서버(servo) 모터를 통해 동기화시켜 항상 위가 북쪽을 향하도록 회전시킨 것. (Anschütz 자이로컴패스의 단면도. 안슈츠는 1905년 독일 Kiel에서 설립된.. 2023. 8. 31.
레이더 개발 이야기 (44) - 기술 강국 독일의 허상 독일애들도 바보가 아니었으므로, 처웰 경이 염려했던 것을 즉각 생각해냄. 즉, 로열 에어포스 폭격기들에 장착된 H2S 레이더가 쏘아대는 전자파를 추적하면 루프트바페의 야간 전투기가 쉽게 폭격기들을 사냥할 수 있겠다는 것. 그래서 Telefunken사에게 H2S 전파 수신기를 주문함. 그런데 해보니 이게 쉽지 않음. 독일은 전파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실험으로 입증한 헤르츠 박사의 나라일 뿐만 아니라 당시 물리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나라였지만, 전자 소재 산업을 등한히 했던 것이 이제 와서 뼈저린 후회거리가 됨. 당시 H2S는 GHz 단위의 microwave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독일은 고작 수백 MHz의 UHF, VHF를 사용하고 있었음. 근데 GHz 단위의 H2S 전파를 수신하고 추적하려면 당.. 2023. 8. 24.
레이더 개발 이야기 (43) - 독일의 대응 괴링을 경악시킨 항법용 공대지 레이더 H2S의 실체를 알게 된 독일군은 그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절치부심. 여태껏 거의 3년 동안 영국과 독일은 서로의 전파 항법 시스템에 대해 jamming을 주거니 받거니 한 사이였으므로, 이번에도 jamming을 시도. 일단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decoy. 얇은 금속판을 접합하여 삼각뿔 등의 다면체를 만들고 이를 교외의 공터나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건물 등 폭탄이 떨어져도 괜찮은 곳에 잔뜩 배치. 이는 직각으로 맞닿은 금속판이 레이더 신호를 가장 강력하고 선명하게 반사하기 때문임. 그런 금속판으로 만든 다면체를 보통 radar reflector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그럴싸하게 설치해놓으면 영국 폭격기는 엉뚱한 곳에서 엉뚱하게 큰 물체를 보게 되므로 '여기는 어디.. 2023.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