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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을 향하여 (7) - 분위기 파악 못하는 블뤼허 8월 20일 아침, 나폴레옹은 지타우(Zittau)에서 보헤미아 방면군이 드레스덴을 노릴 경우 어떻게 지타우 일대에서 막을 것인지를 살펴본 뒤 괴를리츠(Görlitz)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발마로 들어온 슐레지엔 방면으로부터의 급보에는 막도날이 가지고 있던 암호키가 적군에게 탈취되었다는 소식이 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전날인 19일 시버나이헨(Siebeneichen) 마을에서 코삭 기병들이 막도날의 개인 짐마차를 노획할 때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당시 나폴레옹이 사용하던 암호키가 어떤 형태였는지는 모릅니다. 아마도 16세기부터 프랑스 육군에서 발전되어온 비쥬네르(Vigenère) 암호를 변형한 것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데, 그랬다면 암호키라는 물건은 아마도 몇가지 키워드가 적힌 종이였을 것입.. 2024. 1. 22.
후티 반군, 해전사에 새 장을 열다 - 대함탄도탄(ASBM) 이야기 한때 우리 언론들이 Houthi를 부족 이름인줄 알고 후티족 반군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후티반군이 굉장히 원시적인 수준이라고들 오해하지만 , 실은 예멘의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후티 반군이며 멋진 군복을 입고서 각종 미사일을 동원한 군사 퍼레이드도 벌일 정도의 수준. 요즘 핫한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는 UAV, 대함순항미쓸과 함께 대함탄도탄(Anti-Ship Ballistic Missile, ASBM)이 사용되었는데, 의외로 이번에 사용된 것이 실전에서 대함탄도탄이 사용된 역사상 첫사례라고. 아래 사진은 후티 반군의 2023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나온 이란제 Tankil 대함탄도탄 (사거리 500km, 전자광학 및 적외선 유도). 대함탄도탄은 원래 냉전 시절 소련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미해군을 상대.. 2024. 1. 18.
드레스덴을 향하여 (6) - 늙은 블뤼허의 슬픔 나폴레옹이 드레스덴과 그 일대의 방어 작전을 꼼꼼히 준비하며 지타우(Zittau) 일대를 돌아보고 있는 동안, 블뤼허는 그랑다르메를 향해 서둘러 서쪽으로 진격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는 자신이 나폴레옹의 제1 목표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조미니의 진술에 따라, 블뤼허는 자신이 대면하고 있는 엘베강 일대에서 나폴레옹은 수비 태세를 유지할 것이고 나폴레옹 본인은 먼저 베르나도트의 북부 방면군을 공격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블뤼허는 나폴레옹이 모르는 군사 기밀 하나를 더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7월에 작성된 트라헨베르크 의정서(Trachenberg Protocol)에 따른 보헤미아 방면군의 작전 목표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보헤미아 방면군은 나폴레옹의 후방이자 그랑다르메의 독일내 거.. 2024. 1. 15.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5) - CXAM 레이더의 활약 미해군 함재기들의 공격으로 카가, 소류, 아까기의 3척이 한꺼번에 완파되는 피해를 입고나서도 일본 기동부대의 공격력은 아직 살아있었음. 4번째 항모인 소류가 바로 몇 km 북쪽에서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기 때문. 소류에서는 10시 58분 18대의 발(Val) 급강하 폭격기와 6대의 제로센 전투기로 구성된 공격편대가 발진. 이들은 운이 좋았음. 이함해서 보니, 방금 공격을 마치고 돌아가는 미해군 돈틀리스 급강하 폭격기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들을 멀찍이 뒤에서 따라감으로서 쉽게 미해군 항모전단을 찾을 수 있었음. 그 꼬리가 긴 돈틀리스들의 모함은 바로 요크타운. 한편, 쳐들어갈 때는 무거운 폭탄과 항공유를 잔뜩 싣고 가느라 비행 시간이 2시간 정도나 걸렸던 요크타운의 돈틀리스들은 폭탄.. 2024. 1. 11.
드레스덴을 향하여 (5) - 드레스덴의 삼중 방어 이 무렵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가 이미 연합군 측에 붙었다는 것을 집요하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보고 들으려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매우 좋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오스트리아의 참전이 나폴레옹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었습니다. 8월 16일에는 보헤미아에 심어둔 스파이로부터 러시아군이 보헤미아로 이미 들어왔다는 소식이 날아왔지만, 나폴레옹은 이런 소식조차 좀처럼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전이 허용되는 날짜인 8월 17일이 되자, 나폴레옹은 즉각 럼부르크(Rumburg, 체코어로 Rumburk)에 근위대 1개 기병사단과 1개 보병사단을, 그리고 폴란드 병사들로 구성된 제8군단과 제4기병군단을 지타우(Zittau)로 투입하여 남쪽의 보헤미아 국경 안.. 2024. 1. 8.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4) - 일본 해군은 뭘 잘못 했나? 지난 편을 요약하면 호넷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항로를 잘못 잡는 바람에 일본 기동부대를 찾지 못하고 허탕을 쳤고, 호넷/엔터프라이즈/요크타운의 뇌격기들은 CAP을 치고 있던 제로센들에게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듬. 요크타운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가장 마지막으로 늦게 출발했으니 그렇다치고,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었을까? (예쁜 돈틀리스의 그림. 나중에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많은 폭탄을 실을 수 있었던 Helldiver 폭격기가 나온 뒤에도 해군 조종사들은 돈틀리스를 더 선호. 이유는 저속에서의 조종성이 좋아서 항모 착함이 매우 쉬웠기 때문. 그건 단지 조종사들이 실력이 없거나 편한 것만 찾아서가 아님. 많은 함재기 조종사들이 비전투 착함 사고로 희생된.. 2024. 1. 4.
드레스덴을 향하여 (4) - 나폴레옹의 계산 바로 며칠 전까지 네의 제3군단 수석 참모를 맡고 있던 조미니는 당연히 그랑다르메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때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귀족들과 신사들이라고 하더라도, 그에게 그랑다르메의 병력 배치 현황과 나폴레옹의 작전 방향을 묻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직무유기일일 것입니다. 물론 조미니를 고문실에 가둬놓고 두들겨 패가면서 취조한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잡담 형식으로라도 조미니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을 것입니다. 문제는 조미니가 어느 정도까지 대답을 했느냐 하는 것이지요. 그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좀 엇갈립니다. 조미니 본인은 물론 그에 대해 자신이 그랑다르메의 군사 기밀을 적에게 술술 불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들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지극히 .. 2024. 1. 1.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미해군 항모들의 역주행 한편, 요크타운에서는 플렛처 제독이 새벽 5시 반 경에 PBY Catalina 수상정으로부터 일본 기동부대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음. 원래 당연히 공격 성공 확률은 대규모 편대를 모아서 한꺼번에 날리는 것이 좋음. 그러나 정작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은 모두 일본 기동부대를 찾아 정찰임무를 띠고 날아다니고 있었음. 이럴 땐 어쩌지?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이 귀환하여 급유 및 폭탄 장착을 마친 뒤 호넷과 엔터프라이즈의 폭격기/뇌격기들과 함께 다 같이 날아가야 하나? (Consolidated PBY Catalina는 원래 정찰 및 폭격용으로 만들어진 장거리 수상정. PBY에서 PB는 Patrol Bomber를 뜻하고 Y는 그 제작사인 Consolidated사에서 지정한 코드명. 보시다시피.. 2023. 12. 28.
드레스덴을 향하여 (3) - 프라하의 좌청룡 우백호 조미니와 한 자리에 함께 나타난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날 프라하에 있던 알렉산드르의 사령부에 나타난 거물은 바로 모로(Jean Victor Marie Moreau)였습니다. 모로는 제2차 대불동맹전쟁을 호헨린덴(Hohenlinden) 전투로 한 방에 끝내버린 프랑스의 전쟁 영웅이자 열혈 공화주의자로서, 동시에 나폴레옹이 황위에 오르기 전 그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이었습니다. (전에 읽어보시지 않으셨다면 모로와 호헨린덴 전투에 대해서는 https://nasica-old.tistory.com/6862505 를 참조하세요.) (모로입니다. 언제 그림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프랑스 군복을 입고 있습니다. 머리가 마치 실버 블론드처럼 하얗게 그려졌습니다만, 이는 당시 이미 약간 구시대적 스타일로 취급되던 분을 칠.. 2023. 12. 25.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2) - 양측의 우선순위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은 절대 열세였던 미해군이 막강한 세력의 일본해군을 때려부순 전투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알고 보면 양군의 전력은 거의 엇비슷. 당시 미해군에게 가용했던 항모는 USS Enterprise, USS Hornet, USS Yorktwon 3척이었고 일본해군은 4척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일본측이 훨씬 더 우월한 것 같지만, 미해군 항모들은 배수량에 비해 함재기를 더 많이 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유 항공기 대수는 약 233대로서, 일본 항모 4척이 보유한 항공기 248대와 엇비슷. 거기에다 낡은 기종이거나 쾌속 함정 폭격에는 부적절한 고공 폭격기라서 별 쓸모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미드웨이 육상 기지에 배치된 전투기와 폭격기가 120대 넘게 있었으므로 어찌 보면 미군에게 더 유리했던 상.. 2023. 12. 21.
드레스덴을 향하여 (2) - 거물급 망명자 스트리가우(Striegau)에서 랑제론의 러시아 전위대는 저 멀리서 정말 혼자서 길을 가던 프랑스군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그렇쟎아도 제발 한 놈만 걸려라면서 애타게 프랑스군을 찾아 헤매던 러시아군은 그 프랑스군을 잡으러 뛰어갔는데, 그 프랑스군도 의외로 반갑게 러시아군에게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군복을 보니 예사 사병이나 장교가 아니라, 장군이었습니다. 장군이 혼자서 이런 중립지대에서 대체 뭘 하고 있나 싶었는데, 그 스스로 밝히는 이름은 조미니(Antoine-Henri Jomini), 상당히 유명한 전략가였습니다. (1811년 당시 조미니의 모습입니다. 1813년 그의 나이는 불과 34세, 정말 한창 나이였습니다.) 아직 중립지대인 이 지역에 원래 존재해서는 안되는 러시아군 부대를 만나 약간 놀랐던 조.. 2023. 12. 18.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1) - 과묵한 일본 조종사 지난 편을 요약하면, 산호해 해전에서 USS Lexington이 왜 격침되었는가를 조사한 미해군은 '레이더 팀에게 넓은 방에 작도 장비와 칠판 등을 충분히 주고 통신 시설 강화하라'는 결론을 도출했음. 일본해군에게 조사를 시켰으면 조종사들 정신 교육을 강화하라는 결론이 나왔을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미해군과 일본해군의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통신이었음. 흔히 군대는 총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급으로 싸운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통신. 전통적으로 육군이야 전령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고 유선통신 발명 이후로는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하면 되었으므로 큰 문제가 없었으나, 해군은 예로부터 함선 간에, 그리고 해안 요새와 함선 간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 2023.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