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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잡담 (10/7) 진짜 항모 킬러는 중국이 개발한 대함탄도탄 DF-21보다는 잠수함인데, 잠수함은 아무래도 수상함보다 속도가 느리고 어뢰는 사거리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잠수함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항모가 멈추지 않고 항상 쾌속으로 항진하는 것. 그리고 절대 적이 예상하는 항로로 움직이지 않는 것. 그런데 그 두가지를 결합하다보니 나온 것이 지그재그 항진. WW1 때부터 애용되어온 이 지그재그 항진은 일반적으로 잠수함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왔음. 영화 죠스에도 그 일화가 나온 USS Indianapolis (CA-35)가 일본 잠수함 I-58에게 격침된 후 함장 Charles B. McVay III는 살아남은 사람 중 하나였는데 격침 당시 인디애나폴리스가 지그재그 항진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잠수함.. 2021. 10. 7.
베레지나의 동쪽 - 비극과 투지 빅토르의 제9군단은 비교적 최근에 편성되어 보로디노 전투 이후인 9월 초에야 네만 강을 건넜던 약 3만 규모의 군단으로서, 대부분 바덴(Baden), 헤센(Hessen), 작센(Sachsen) 등 독일인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거기에 일부 폴란드인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들도 물론 척박한 러시아 땅에 들어서자마자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베레지나 강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1만2천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트겐슈타인의 추격을 뿌리치고 스투지엔카 외곽으로 달려온 빅토르 휘하엔 불과 8천명의 병력 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 4천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이들은 파르투노(Louis Partouneaux) 장군 휘하의 1개 사단이었는데 이들은 나폴레옹의 명에 따라 일종의 미끼로서 며칠 전부터 보리소프의.. 2021. 10. 4.
항공모함 잡담 (9/30) 로열 네이비의 자랑은 청결함. 매일 성마석(holystone)과 모래로 갑판 바닥을 뽀득뽀득 닦았음. 그러나 청결함은 주로 상갑판 정도에서 끝났고, 18~19세기 범선들에서는 항상 악취가 났음. 그 주된 범인은 (목욕 못하는 선원들의 몸을 제외하면) orlop deck에 저장된 닻출과, 거기서 스며나온 진흙 섞인 바닷물이 뱃바닥에 고인 bilge water. 사진1에서 붉은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가장 낮은 갑판인 orlop deck. 여기에 저장되는 닻줄에서는 왜 항상 악취가 났을까? 닻줄을 가장 많이 던지게 되는 곳은 당연히 항구. 항구는 얇음. 당연히 진흙이 있고, 특히 인간이 많이 사는 곳이니 인간의 몸에서 배출되는 온갖 오물이 바다 바닥에도 쌓임. 그래서 (위생 관념이 없던 시대엔 특히) 항구 바닥.. 2021. 9. 30.
베레지나의 동과 서 - 러시아군의 등장 베레지나 강 위에 놓인 2개의 다리는 결코 근대 공학의 금자탑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워낙 단시간에 날림으로 만든 것이라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가끔씩 일부 구간이 무너져 끊어지기도 했지만, 무너지지는 않더라도 일부 구간은 축 늘어져서 상판이 강물에 약간 잠긴, 부분 잠수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렇게 위태위태한 다리가 유일한 퇴각로라면 서로 먼저 가겠다고 난리가 날 것 같지만 26일 밤 ~ 27일 저녁까지 베레지나 양안은 매우 평온했고 질서정연한 도강이 이루어졌습니다. 간헐적으로 다리 일부 구간이 무너지거나 엉성한 상판 통나무 사이에 말 다리가 끼어 부러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여 교통 체증도 일어났는데도 그랬습니다. 이런 질서는 나폴레옹의 존재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욕을 먹.. 2021. 9. 27.
밀리터리 잡담 (9/23) 일본은 병사들의 밤 눈이 밝은 것으로도 유명했으나 불행히도 과대망상의 기질이 농후하여 정찰병으로서의 자질은 빵점. 1942년 5월 Coral Sea 해전에서도 일본 정찰기가 2만톤급 유조선 USS Neosho (AO-23)를 보고 '미해군 정규 항모 1척 발견!'이라고 호들갑. 두대의 일본 항모에서 총 78대의 함재기가 날아왔다가 허탕을 치고 이 불쌍한 유조선을 맹폭. 그런데 7방의 직격탄을 맞고도 침몰하지 않고 4일간이나 떠있다가 결국 승무원들은 미군 구축함에게 구조됨. 이때의 일본해군이 헛발질하는 덕분에 열세였던 미해군이 위기를 벗어나고 미드웨이에서 반격할 수 있었음. 뒤이어 레이테만 해전에서도 누가 봐도 조그맣고 귀여운 호위항모들을 보고 '미해군 정규 항모들의 대함대를 발견!'이라고 호들갑 떠는 바.. 2021. 9. 23.
네덜란드의 희생과 헌신 - 베레지나 강의 다리 이른 아침 베레지나 서쪽 강변에서 러시아군이 물러가는 것을 확인하지마자, 나폴레옹은 자끄미노(Jean-François Jacqueminot) 중령에게 명하여, 엽기병이 일부 섞인 폴란드 창기병 1개 중대에게 각각 안장 뒤에 유격병(Voltigeur, 펄쩍 뛰는 사람이라는 뜻) 1명씩을 태우고 강을 건너도록 했습니다. 스투지엔카 마을 앞은 여울목이라서 베레지나 강의 수심은 최대 2m 미만이었고 말을 타고 건널 경우 허리춤의 탄약포를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널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강을 건넌 뒤 유격병들을 내려놓고 부채살처럼 퍼져 그 일대에 아직 남은 소수의 코삭 기병들을 쫓아냈습니다. 유격병들은 그 일대에 배치되어 사방을 경계했습니다. (자끄미노 중령입니다. 당시 25세에 불과했던 그가 중령 계급.. 2021. 9. 20.
밀리터리 잡담 (9/16) WW2 직후인 1945년 12월 5일, 7대의 TBM Avenger 뇌격기들(사진1, 그 편대 사진은 아님)이 플로리다 로더데일 기지(Fort Lauderdale)에서 통상적인 모의 폭격 훈련을 위해 플로리다 동쪽 바다로 출격. 통상 Flight 19이라고 불리는 이 편대의 총 15명의 승무원들을 이끈 것은 Charles Taylor 대위. 테일러 대위는 WW2 기간 중 태평양에서 복무했고 총 2,500의 비행시간을 기록한 베테랑. 나머지 조종사들은 비교적 신참이지만 그래도 최소 300시간의 비행시간을 쌓은 조종사들. (근데 어차피 의미없음. 편대장이 가자는 방향으로 가야지 초짜 중위 나부랭이들이 뭘 알겠나.) 훈련은 잘 진행되어 두 곳의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투하. (사진2. 빨간 삼각형이 예정된 코스... 2021. 9. 16.
싸구려 미끼의 가성비 - 11월 26일 새벽의 눈치 작전 우디노의 제2군단 소속 공병 750명이 오브리(Aubry) 장군 지휘 하에 이미 전날인 11월 24일부터 현장에 도착하여 다리를 놓을 목제 구조물, 그러니까 지주(支柱, strut)와 가대(trestle) 등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재료는 스투지엔카 마을의 농가들이었습니다. 공병들은 농가들의 기둥과 대들보 등을 해체하여 재료로 썼습니다. 11월 25일 낮부터는 에블레 장군 휘하의 전문 부교병 400명이 도착하여 작업에 합류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네덜란드인들이었는데, 이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장비들, 즉 마차 6대 분량의 각종 공사 도구들과 2기의 이동식 풀무, 그리고 그 풀무에 사용할 연료인 석탄까지 마차 2대분을 가지고 왔습니다. 대체 이들은 어디서 이런 장비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이 장비들을 확.. 2021. 9. 13.
미군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기사 발췌 오늘은 좀 무거운 내용입니다. 이 기사는 2021년 8월 3일 뉴욕 타이즈 매거진 기사입니다. 전체 기사는 아래 link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nytimes.com/2021/08/03/magazine/military-sexual-assault.html ‘A Poison in the System’: The Epidemic of Military Sexual Assault Nearly one in four U.S. servicewomen reports being sexually assaulted in the military. Why has it been so difficult to change the culture? www.nytimes.com 바쁘신 분들을 위해 주요 fact만 요약하.. 2021. 9. 9.
Against all odds - 베레지나 강변에서 팔렌(Pahlen) 장군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가 보리소프를 지키던 돔브로프스키의 폴란드군을 비교적 손쉽게 격퇴한 것은 저녁 때였는데, 그는 보리소프 시내를 정리한 뒤 병사들에게 숙사를 배정하여 쉬게 하고 자신도 기분 좋게 근사한 늦은 저녁 식사를 대령하게 하여 이제 막 한입 먹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난데없는 총성과 함께 함성소리가 들여왔고, 팔렌은 그 식사를 끝내 마치지 못했습니다. 바로 몇십분 전, 팔렌이 이끄는 압도적인 1만의 러시아군에게 밀려 퇴각했던 돔브로프스키의 폴란드 사단은 후퇴하다가 우디노의 제2군단 선봉으로 전진하던 마르보(Jean-Baptiste Antoine Marcelin Marbot) 대령의 제23 기병 연대를 마주쳤습니다. 연대라고는 해도 이들도 숫자가 대폭 줄어 .. 2021. 9. 6.
항모 관련 잡담 (9/2) 영화 미드웨이를 보면 어뢰를 쏘는 뇌격기는 맞아죽기 딱 좋을 뿐이고 (un-PC주의) '남자라면' 급강하 폭격기가 역시 쵝오라는 생각이 들지만 1943년 하반기부터 본격 투입된 Casablanca급 호위항모들의 표준 구성은 전투기와 뇌격기의 28대 조합. 왜 급강하 폭격기가 빠졌을까? 이유는 크게 3가지. 1) 호위항모의 주임무는 대잠전 그에 따라 어뢰와 폭뢰, 큰 폭탄 작은 폭탄 등을 다양하게 구비할 수 있는 뇌격기가 더 적합했음. 2) 그냥 전투기가 해도 되네? (사진1) F6F Hellcat과 F4U Corsair 같은 대형 전투기가 나오면서 얘들이 장착하는 폭장량이 급강하 폭격기를 능가. 게다가 특히 로켓탄이 도입되면서 그냥 전투기에서 쏘아대는 로켓탄이 훨씬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목표물을 타격하게.. 2021. 9. 2.
쿠투조프의 빅 픽처 - 베레지나(Berezina)를 향하여 네가 크라스니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던 11월 18일, 오르샤로 향하던 나폴레옹은 나름대로 생각도 많고 무척 바빴습니다. 오르샤는 단지 중간 경유지일 뿐, 그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던 안정적인 겨울 숙영지는 벨라루스의 수도인 민스크(Minsk)였습니다. 개전 초기 다부가 전광석화처럼 점령한 민스크는 도시 전체가 비교적 멀쩡했을 뿐만 아니라, 폴란드와 가깝다보니 스몰렌스크나 비텝스크와는 달리 보급품이 비교적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스크로 가기 위해서는 베레지나(Berezina) 강을 건너야 했는데, 베레지나 강을 건널 유일한 다리는 작은 마을인 보리소프(Borisov)에 있는 목제 다리 하나 뿐이었습니다. 보리소프 다리의 중요성을 파악한 나폴레옹은 오르샤를 향해 걷는 고된 길 위에서.. 2021. 8. 30.